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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서 즐겁게 놀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여자와 잠을 잔다고 해서 외로움이 사라질까. 어차피 혼자가 되면 다시 외로워진다. 인간은 혼자 외로운 프로그래밍으로 되어 있다. 인간은 그렇다.


모든 인간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 대부분은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며 보낸다. 하지만 나 외롭지 안 자고 주위 사람들을 늘 만나지만 주위 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인간 모두는 자기중심적이어서 타인도 나처럼 같이 어울려 지내면 행복할 것이라 여기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인간은 외롭지 않게 여생을 보내고 싶어 결혼을 하지만 한 침대에 들어도 결국 잠은 혼자서 든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티브이에서는 고독사에 대해서 다루지만 혼자서 홀로 죽는 것이 가족이 다 있지만 보살핌 없이 홀로 죽는 것보다 낫다.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죽음 앞에서 진실로 고독한 존재가 된다.


화요일 배캠에서 철수는 오늘 시간의 맨트다.


어떤 이는 바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생기와 활기가 넘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기를 받아서 그렇게 된다. 반면 어떤 이는 바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지친 나머지 아무것도 못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기를 빨려서 그렇다고 한다.


내향성이 강한 사람은 자주 사람들을 만나는 걸 기피한다. 친한 친구들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갔는 것도 횟수 조절에 나선다. 그에게 유익한 것은 친구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 아무리 허물없고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내내 함께 하는 시간은 그에게 부담이 된다. 그에게 만남의 시간은 짧고 진한 것이어야 한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좋다. 나는 고독만큼 같이 지내기에 좋은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다. 그는 방 안에 혼자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외롭다는 사람이었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여서 혼자 있거나 둘이 있거나 여럿이서 있거나 외롭기는 마찬가지. 그러니까 외로움을 벌려고 사람들을 만나는 건 잘못된 선택이란다. 사람들을 만나 기분전환을 시도해도 근본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철수는 오늘 고독에서 벗어나기보다 오히려 고독을 누리려는 사람들을 위해 시 한 편을 골랐다. 김현승의 고독의 이유.


고독은 정직하다

고독은 신을 만들지 않고

고독은 무한의 누룩으로

부풀지 않는다


고독은 자유다

고독은 군중 속에 갇히지 않고

고독은 군중의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고독은 마침내 목적이다

고독은 고독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고독은 목적 밖의 목적이다

고독은 목적 위의 목적이다


세상에는 절대 신까지 등지면서 고독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사교의 값어치는 너무나 싸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누군가를 너무 자주 만나는 바람에 서로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획득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사람과 사람사이 조금의 틈도 두지 않은 채 서로의 길을 막기도 하고 서로에게 걸려 넘어지기도 하는 친교가 심히 부담이 된다.


시인은 시를 통해 고독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강변을 매일 달리다 보면 늘 만나는 것이 달과 별이다. 달과 별은 이렇게 추운 계절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도 늘 외롭게 하늘에 떠 있다.


달과 별은 방향과 거리가 조금 달라지는 경우는 있지만 서로는 외롭게 하늘에 떠 있다.


길고양이 녀석도 홀로 외로이 나와서 낚시꾼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날은 춥기도 춥고 최악의 초미세먼지로 인해 낚시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고양이 녀석 아무리 들어가라고 해도 나무 밑에 웅크리고 앉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 녀석은 안다. 고독은 자유라는 것을.


달이 고독할까 봐 인공조명이 달을 비쳐주지만 달에게 가 닿지 않는다.


고독하고 어두운 하늘에

하얀 밤이 외롭게 내려오면

우리의 대화는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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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글이는 끓이는 나만의 방식이 있는데, 고기는 썩 맛이 좋은 부위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식육점 같은 곳에서는 뒷고기도 파는데, 아주 많은 양이 만원으로 이 정도면 한 세 번은 나눠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짜글이를 끓일 때에는 고기를 버터에 굽는다. 그리고 거의 끝이다. 그 안에 신김치 내지는 신무채썰이를 넣는다. 신맛이 버터와 만나서 기분 좋은 맛을 낸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뭐 있는 거 없는 거, 오래된 거 다 집어넣으면 된다. 요컨대 냉동실에 꽁꽁 얼어있던 굴 같은 거. 냉동된 굴은 해동시킨 다음에 넣으면 좋지만 상관없다.


뒷고기 같은 질이 좀 떨어지는 고기는 질기기 때문에 오래 자글자글 끓여준다. 굴도 오랫동안 같이 넣어서 끓여주면 천천히 해동됨과 동시에 짜글이화 된다. 사진에 보이는 국물은 물을 따로 붓지 않고 신김치국물이다. 또 냉동실에 딱딱한 떡국 떡이 있다면 넣어도 좋다. 이런 떡 같은 것이나 짜글이와 곁들여 먹는 쌀밥은 정제된 탄수화물이라 살이 찌는 걱정을 한다면 아예 짜글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버터가 많이 들어가면 맛이 좋다. 나는 유통기한이 2달이 지난 버터를 왕창 넣었다. 아직 살아 있으니 아무 이상이 없는 걸로. 신김치와 신김치국물과 잘 섞여서 미묘하지만 아주 좋은 맛을 낸다. 뭐 다른 양념을 넣을 필요가 없다. 간 마늘이니 간장이나 맛술, 설탕이니 고추장이니 이런 재료를 넣지 않아도 된다. 이미 신김치에 양념이 다 되어 있고 버터가 들어간다. 그리고 다 되어 갈 때쯤에 고춧가루를 좀 쏠쏠 뿌리면 되는데, 나는 그게 베트남 고춧가루라는 걸 몰랐다.


이게, 이 베트남 고춧가루는 서서히 맵기가 올라오는 게 아니라 한 번 훅으로 치고 빠지는 그런 매운맛이었다. 나 같은 맵찔이가 먹기에는 맵지만 매운대로 먹게 된다. 먹고 죽자! 고기는 그렇게 질기지 않고, 잘 저으면 저 안에 굴이 많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짜글이의 맛에 굴의 그 맛, 그게 느껴지면서 버터향이 나면서 신김치의 국물맛이 고기에 가득 배어있다. 바다의 맛과 가축의 맛이 동시에 난단 말이다. 치즈도 하나 넣으면 좋다. 두 개? 좋다, 두 개 넣어도 좋다.


이런 짜글이는 캠핑이나 자취할 때 해주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배고프고 술 취했는데 다 맛있지. 야외에서 산 바람이 불고 개울의 물소리가 들리고 소주와 맥주가 1대 1 비율로 체내에 흡수되어서 시를 쓰면 백석이 되는 것만 같고, 주먹을 뻗으면 샤잠이 되어 저 하늘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으로 똘똘 뭉쳐 있다.


모두가 기분 좋은 헤롱헤롱 메롱 상태에서 먹는 짜글이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물을 확 붓고 라면을 끓이면 게임 오버다. 캠핑의 꽃은 자연을 감상하기보다 먹고 죽자가 되어야 꽃이 화악 피어난다. 물론 사람들은 짜글이의 맛있음을 잊어버리고 마지막에 먹은 짜글이 국물에 물을 부어 끓인 라면을 최고로 치지만.


요즘처럼 날이 추운 날에 후딱 해 먹기 괜찮다. 근래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 있지만 뜨겁고 매운 짜글이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하루의 피곤을 발로 뻥 차버릴 정도로 날려버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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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 보다 훨씬 재미있는 다큐 영화가 한 편 있다. 제목은 ’펩시 내 제트기 내놔‘이다. 펩시는 코카콜라를 이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트릴 순 없었다. 그러던 중 펩시는 잘나가는 슈퍼스타들을 광고에 기용한다.

마이클 잭슨, 신디 크로포드 등 광고 속에서 잘 볼 수 없던 슈퍼스타들이 펩시를 들고 마시니 너도나도 펩시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코카콜라를 따라잡을 수 없던 펩시는 하나의 광고를 낸다.

펩시를 마시고 700만 포인트를 모아 오면 해리어 전투기를 준다는 이벤트를 한다. 펩시 회사의 광고 수뇌부들은 이런 이벤트에 응모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가정하에 이 같은 이벤트 광고를 낸다. 사람들은 거참 재미있는 광고야,라고 하며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본 수억 아니 수십억 명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이 응모 이벤트에 참여를 하게 된다. 이유는 ’이벤트 유의사항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존 레너드. 당시 학생이었던 존은 무모한 도전을 즐기며 알바를 몇 개나 하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700만 포인트를 모으려면 몇 년 동안 매일 몇 백 개의 펩시를 마셔야 하는 것에서 사람들은 포기를 했지만 존은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래서 존은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토드라는 한 자신가를 찾아간다. 토드 라는 사람은 학생 때 배우는 프랑스어가 어려워 오토바이를 아고 그대로 프랑스로 가버릴 정도로 엉뚱했다. 네팔 등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모험을 좋아하던 토드는 뇌에서 종양이 발견되어서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20살이나 어린 존이 찾아와서 펩시 이벤트 응모에 도와달라는 엉뚱한 소리를 듣는다.

두 사람은 마음이 잘 맞았지만 경제적 지원은 또 다른 문제이기에 토드는 존에게 사업 계획서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토드는 일반인이 전투기를 가지는 게 법적으로 허용이 가능한지, 또 이벤트 준비하는 동안 이벤트 응모가 끝이 났을 때 대책에 대한 계획서를 가져오라 한다. 존은 바로 사업 계획서 작성을 한다.

전투기는 일반인이 레이더와 미사일을 장착하지 않으면 가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벤트 응모에 유의사항이 없음을 인지한다. 토드는 존의 사업계획서를 본 후 개인 변호사를 불러 전투기 응모에 착수한다. 그리고 펩시 회사에 모든 서류를 보내면서 일은 점점 커져간다. 두둥.

이 다큐는 정말 재미있다. 펩시 회사는 큰일이 난 것이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을 전부 부르고 시간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간다. 존과 토드는 또 한 명의 미사일 같은 변호사 마이클을 부르면서 어마어마한 싸움으로 번지며 미국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글로벌 대기업과 대학생의 싸움은 언론과 각종 뉴스의 톱을 차지하며 관심을 받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이기기는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러던 중 펩시는 필리핀에서도 이벤트 응모를 잘 못하여 사람들이 죽는 사고가 일어났고 필리핀 사람들은 펩시에 치를 떨었던 일이 있었다.

이쯤 되면 왜 그런 거지 같은 광고를 대행사에서 만들었는지 모를 정도다. 이 안에 굉장한 반전이 있다. 광고 만드는 이들이 이 광고에,,, 영화를 직접 보기 바람.

그래서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다큐는 30년간의 일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촬영했다. 이 소송 전의 판례는 후에 법학 교과서에 실리면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사람들이 존의 편을 들어준다.

지금은 나이가 많은 존과 토드. 이 두 사람은 여전히 산을 오른다. 모험을 좋아하고 도전을 좋아한다.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꿈을 찾기 위해 불리한 것과 싸워야 한다는 것, 거기에서 오는 실패가 실력이 된다는 것, 쓰러져도 주저앉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을 보여준다.

토드는 존과 함께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그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다큐영화 ’펩시 내 제트기 내놔‘였다. 존의 어머니가 제일 웃김. 그저 이 일을 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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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본격적인 겨울이 오면 겨울 노래를 들으며 귤을 까먹고 하얗게 변한 마당을 쳐다보는 일이 즐거웠다. 본격적인 겨울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난 후의 겨울을 말한다. 초딩이나 중딩때에는 크리스마스 전의 겨울은 온통 크리스마스에게 잡아 먹혀 버려서 온통 형형색색 불빛과 캐럴을 듣지만 딱 칼로 자르듯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난 후의 겨울은 많은 겨울 노래를 들으며 보낼 수 있었다.


겨울의 마당은 차갑다. 지나치게 세제를 많이 넣은 빨래처럼 새하얀 마당은 참으로 냉랭하다. 그런 마당의 틈으로 비죽 올라오던 잡초들도 보이지 않기에 마당은 그야말로 하얗게 표백된 세계다. 등에 담요를 덮고 귤을 까먹으며 하얗게 표백된 마당을 보며 듣는 이승환 2집은 겨울의 노래였다.


이승환 2집은 1991년 서라벌레코드에서 발매한 정규 2집 앨범이다. 앨범의 두 번째 곡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은 대중적으로 히트를 쳤고 아직까지 여기저기에서 불리고 있다. 좋은 노래는 세대와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다. 1집의 쓸쓸함과 고독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 같지만 2집은 좀 더 여러 사운드를 담아냈다. https://youtu.be/Vh7_a98wMKQ


이승환은 데뷔 전에 록 밴드와 헤비메탈 밴드에서 활동했다. 그 경험 때문인지 공연을 지금까지 고집을 한다. 이제는 팬들의 고령화로 인해 몇 시간씩 지속되는 이승환의 콘서트를 즐겨야 해서 체력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승환은 골수팬이 확보된 덕분에 90년대 초에도 티브이 활동보다는 공연 중심의 활동을 이어갔다.


“본격적인 음악을 시작하려니 막막하기만 했어요. 경제적인 여건은 물론 변변한 PR계획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팬들에게 제 노래를 직접 들려주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칠 때까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그래도 만약 사람들이 외면한다면 그때는 음악을 포기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고 1991년 3월 당시의 인터뷰를 회고했다.


앨범 표지에서 엘리베이터 안의 고개 숙인 여자와 그 앞을 스치는 이승환으로 여겨지는 남자의 스침은 어떤 표현일까. 하고 예전에 한참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2집의 노래들을 죽 듣다 보니 노래들은 만남, 행복, 그리고 헤어짐,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움 속에 지내온 가슴 아픈 추억 속에 느껴지는

따뜻한 기억이 나를 감싸고 있지만 어찌해야 할런지

이대로 지내기에는 너무 답답해

생각을 해봐도 당신을 알 수 없는데

난 정말 세상은 그렇고 그런 걸까 누구나 이렇게 가는 걸까

내가 웃어본지도 오래된 것 같아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간직했던 아름다운 추억들

이제는 영원히 사라져 갔네 나의 모든 것


https://youtu.be/DsYamtUad1I 먼 시간 속의 추억


A면 4번 트랙의 노래 ‘먼 시간 속의 추억’의 가사다. 가사를 보면 만과 헤어짐, 그리고 추억을 하는 인간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앨범의 표지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이나 인기를 얻었던 노래 ‘너를 향한 마음’은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노래가 대단했던 건 티브이 출연이 없어서 티브이 가요 프로그램의 수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레코드 판매량을 중심으로 집계하는 차트에서는 91년 9월에 1위를 기록했다.


1991년 10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승환은 같은 해 3월 작곡가 이수은에게서 받은 데모 테이프에서 이 곡을 선택했지만 음반 녹음으로 만난 이후 연락처를 잃어버려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이승환이 발라드 베스트 앨범을 다시 녹음할 때 연락이 되지 않아 허락받지 않고 ‘너를 향한 마음’을 재 녹음한 것으로 1998년에 이수은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소송은 기각되었고 이후에 베스트 앨범 대반에서는 이 곡을 삭제했다고 한다. https://youtu.be/26lw0_Z8oAA


재미있는 사실은 초반, 재반 커버가 다르다고 하고, 3반은 제조사가 달라진 앨범이 이승환 2집이다. 찬은 당시 이승환을 관리해주었던 OKM 인터내셔널 로고와 함께 ‘이승환II’라는 글씨만 적혀 있는 음반이었고, 같은 발매일이 찍힌 재반이 지금 보이는 익숙한 디자인의 커버라고 한다.


이승환 2집을 들으며 귤을 까먹는다. 귤은 껍질이 얇지 않아서 손가락을 푹 넣으면 잘 까진다. 귤이 맛있어서 5개 정도는 그냥 연달이 먹었다. 배가 부른 지도 모르며 귤을 맛있게 까서 먹는다. 이승환은 하숙생을 비트를 강하게 해서 부른다. 노래가 좋다. 그리고 ‘나는 나일뿐’을 들으며 어깨를 들썩들썩해본다. 어쩐지 표백된 마당도 리듬을 타는 것 같다. https://youtu.be/KHlZ_6NQkKA


마당을 쳐다보는 건 그저 보는 것이다. 그때는 시간이 막대한 자산이었고 시간이 흐르는 건 사막 거북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린 변주 같았다. 집에는 아무도 없고, 노래는 ‘이 밤을 뒤로’가 흐르고, 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가사와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따라 불러본다.


언제부턴가 엇비슷해진 나의 하루하루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그런 마음에 귀를 기울여

내가 원하는 걸 찾으러 꿈결로 가나

https://youtu.be/CaJBjbChdog


가나,에서 리듬을 타줘야 한다. 오후의 아무도 없는 시간. 담요를 등에 덮고 귤을 까먹으며 마동을 보며 이승환의 노래를 들었다. 조금 있으면 동생이 엄마와 집으로 오고 그러면 이 고요한 자유의 시간이 깨질 것이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이 시간을 즐겼다. 마당의 화단에 있는 나무의 마른 가지가 바람에 미미하게 흔들렸다. 그것마저 그림처럼 보였다. 새 한 마리 없고 누구 하나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세상은 분명 이런저런 이유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을 텐데 이렇게 고요하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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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빛 감동, 경쾌한 칼칼함

그리고 긴 여운.

청국장이다. 청국장을 모르는 것은 세상을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내가 알고 있는 건 너무나 협소하기 때문이다.

꼬꼬마 시절, 장마기간에 마루에 앉아 마당에 떨어지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그때는 엄마와 떨어져 외가에 있었는데 비가 오면 나가 놀 수도 없어서 오래되고 안온감이 드는 냄새가 밴 마루에 앉아 몇 시간이고 마당에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외할머니가 청국장에 애호박을 넣어서 끓여서 왔다. 거기에 밥을 슥슥 비벼서 줬는데 나는 먹기 싫어서 도망을 갔다. 냄새나고 맛도 이상한 청국장은 먹기 싫었는데 외할머니는 자꾸 맛있다며 숟가락을 들고 나를 따라다니며 밥을 먹으려 했다.


지 애미와 떨어져 외가에서 지내는 나에게 꼭 밥을 먹여야 한다는 외할머니의 마음도 그랬지만 애초에 밥을 필사적으로 먹지 않으려는 내가 비 덕분에 집 안에 갇히게 되어서 청국장에 비빈 밥의 맛을 느끼게 해 주려고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시작에 비가 내리면 일종의 계절적 기시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에 따라 시간의 잔상도 미숫가루처럼 미미하게 떠돌며 설명할 수 없는 잿빛 공간의 아름다움도 떠오른다. 흙으로 된 마당에 비가 떨어져 촉촉하게 변하고 나와 마주한 마로(외가에서 키웠던 큰 개)도 개 집에 엎드려 눈만 껌뻑껌뻑 한 것이 그것대로 하나의 세계였다.


도망 다니다 외할머니에게 붙잡혀 끝내는 밥상 앞에 앉아서 밥을 먹다 보면 또 맛있어서 냠냠 먹게 된다. 그러면 외할머니는 나를 슥슥 쓰다듬으며, 교과이가 다 컸네, 밥도 한 그릇 다 묵고.라고 하면 금세 우쭐해져서 엄마와 떨어져 지낸다는 외로움도 잊곤 했다.


내 외할머니. 가끔 청국장을 먹으면 맛있지만 오래 전의 맛은 아니다. 청국장에 밥을 비벼 먹어도 외할머니의 추억이 빠져 버렸고, 기억이 소멸하고, 무엇보다 보고 싶은, 이제 얼굴도 가물가물한 외할머니가 없어서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청국장이 있다면 일본에는 낫토가 있다. 풀무원에서 낫토를 판매한다. 마트에 가면 낫토가 죽 있다. 먹기가 아주 편하다. 간장도 들어 있어서 간장을 따서 휘저어서 그냥 먹으면 된다. 밥 위에 올려 먹어도 되고, 식빵 사이에 넣어서 먹어도 된다. 청국장보다는 먹기가 훨씬 편하고 간단하다.


그러나 청국장과 낫토는 비슷하지 않다. 전혀 다르다. 청국장에는 바실러스균이 있는데 이를 고초균이라고 한다. 이 고초균에는 유산 발효균의 종류만 100가지 넘는다. 이 수많은 균에서 한 종류의 균을 추출하여 발효한 것을 납두균이라 하는데 이것이 낫토다.


근본적으로 낫토는 청국장과는 완전히 다르지. 이 납두균처럼 한 종류의 바실러스균만을 빼내서 발효시키면 청국장 같은 냄새는 없다. 더불어 청국장만큼의 영양도 없다. 일본은 낫토를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와 기업의 모종의 거래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납두균은 간편하기도 하고 발효기간이 청국장에 비해 짧아서 만들기도 쉽다.


청국장에는 당연히 발효향인 시큼한 향이 조금씩 나야 하며 신맛이 있어야 잡균이 들어서지 않고 청국장 고유의 맛과 바실러스가 전해주는 영양도 듬뿍 섭취할 수 있는데, 어쩌면 청국장은 세대가 거듭할수록 전문점에서나 간혹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언젠가 청국장 자체가 소멸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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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3-01-0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접했을 때의 퀴퀴한 냄새만 적응하면 소울 푸드가 따로 없죠.

교관 2023-01-09 12: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ㅎㅎ 진정 소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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