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글이는 끓이는 나만의 방식이 있는데, 고기는 썩 맛이 좋은 부위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식육점 같은 곳에서는 뒷고기도 파는데, 아주 많은 양이 만원으로 이 정도면 한 세 번은 나눠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짜글이를 끓일 때에는 고기를 버터에 굽는다. 그리고 거의 끝이다. 그 안에 신김치 내지는 신무채썰이를 넣는다. 신맛이 버터와 만나서 기분 좋은 맛을 낸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뭐 있는 거 없는 거, 오래된 거 다 집어넣으면 된다. 요컨대 냉동실에 꽁꽁 얼어있던 굴 같은 거. 냉동된 굴은 해동시킨 다음에 넣으면 좋지만 상관없다.


뒷고기 같은 질이 좀 떨어지는 고기는 질기기 때문에 오래 자글자글 끓여준다. 굴도 오랫동안 같이 넣어서 끓여주면 천천히 해동됨과 동시에 짜글이화 된다. 사진에 보이는 국물은 물을 따로 붓지 않고 신김치국물이다. 또 냉동실에 딱딱한 떡국 떡이 있다면 넣어도 좋다. 이런 떡 같은 것이나 짜글이와 곁들여 먹는 쌀밥은 정제된 탄수화물이라 살이 찌는 걱정을 한다면 아예 짜글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버터가 많이 들어가면 맛이 좋다. 나는 유통기한이 2달이 지난 버터를 왕창 넣었다. 아직 살아 있으니 아무 이상이 없는 걸로. 신김치와 신김치국물과 잘 섞여서 미묘하지만 아주 좋은 맛을 낸다. 뭐 다른 양념을 넣을 필요가 없다. 간 마늘이니 간장이나 맛술, 설탕이니 고추장이니 이런 재료를 넣지 않아도 된다. 이미 신김치에 양념이 다 되어 있고 버터가 들어간다. 그리고 다 되어 갈 때쯤에 고춧가루를 좀 쏠쏠 뿌리면 되는데, 나는 그게 베트남 고춧가루라는 걸 몰랐다.


이게, 이 베트남 고춧가루는 서서히 맵기가 올라오는 게 아니라 한 번 훅으로 치고 빠지는 그런 매운맛이었다. 나 같은 맵찔이가 먹기에는 맵지만 매운대로 먹게 된다. 먹고 죽자! 고기는 그렇게 질기지 않고, 잘 저으면 저 안에 굴이 많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짜글이의 맛에 굴의 그 맛, 그게 느껴지면서 버터향이 나면서 신김치의 국물맛이 고기에 가득 배어있다. 바다의 맛과 가축의 맛이 동시에 난단 말이다. 치즈도 하나 넣으면 좋다. 두 개? 좋다, 두 개 넣어도 좋다.


이런 짜글이는 캠핑이나 자취할 때 해주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배고프고 술 취했는데 다 맛있지. 야외에서 산 바람이 불고 개울의 물소리가 들리고 소주와 맥주가 1대 1 비율로 체내에 흡수되어서 시를 쓰면 백석이 되는 것만 같고, 주먹을 뻗으면 샤잠이 되어 저 하늘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으로 똘똘 뭉쳐 있다.


모두가 기분 좋은 헤롱헤롱 메롱 상태에서 먹는 짜글이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물을 확 붓고 라면을 끓이면 게임 오버다. 캠핑의 꽃은 자연을 감상하기보다 먹고 죽자가 되어야 꽃이 화악 피어난다. 물론 사람들은 짜글이의 맛있음을 잊어버리고 마지막에 먹은 짜글이 국물에 물을 부어 끓인 라면을 최고로 치지만.


요즘처럼 날이 추운 날에 후딱 해 먹기 괜찮다. 근래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 있지만 뜨겁고 매운 짜글이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하루의 피곤을 발로 뻥 차버릴 정도로 날려버리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