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시즌 2를 보고 있는데, 내가 좋아할 만한 소재는 죄다 나온다. 초현실과 초자연 현상, 우리가 사는 세계 너머에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들. 과학과 수사로 사건을 파헤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의심을 남겨둔다. 눈앞의 증거를 믿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엑스파일은 그 사이를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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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사건이 벌어지는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잘못과 마주치는 경우도 많다. 1940년대에는 사람들에게 좋은 거라며 정부가 마을 곳곳에 뿌려댔던 방역 약품이 수십 년 뒤 엉뚱한 결과를 불러온다. 그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의 뇌에서 서번트 물질이 분비되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 누군가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당시에는 인류를 위한 일이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른 뒤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몰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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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더 개인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시절 여동생 사만다가 외계인에게 납치됐다는 기억. 사람들은 그 기억을 망상이라고 여기지만 멀더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다. 자기 기억이 정말 사실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계속 사건을 쫓는다. 이미 죽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슈퍼스타들, 엘비스가 사실은 죽지 않고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소문까지 등장한다. 사람들이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의심과 도시전설을 죄다 끌어와 사건으로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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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부터는 멀더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다. 정장 안주머니에서 초기형 휴대전화를 꺼내 스컬리와 통화하는 모습이 어쩐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이야 휴대전화 없이는 수사도, 일상도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물건이 아니었다. 시즌 2는 미국 폭스 채널에서 1994년 9월부터 1995년 5월까지 방영됐다. 휴대전화가 전 세계에 보급되기 전의 풍경이 드라마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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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리도 달라졌다. 시즌 1에서는 멀더의 주장을 의심하고 맞서는 장면이 많았는데, 시즌 2에 들어서면서는 어느새 멀더와 한편이 되어 사건을 파헤친다. 물론 스컬리 특유의 과학적이고 냉정한 시선이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시선이 멀더와 부딪히고 맞물릴 때 엑스파일만의 재미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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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묘한 구석이 있다. 멀더와 스컬리의 목소리가 낯설다. 우리는 이들을 더빙 목소리로 먼저 익혔기 때문이다. 원래 배우들의 목소리도 좋지만, 오래전부터 귀에 익은 한국어 목소리가 더 편하고 좋게 들린다. 맥가이버도 그랬고, 삐삐도 그랬다. 원작이 따로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더빙 목소리까지 합쳐져야 비로소 그 드라마가 완성되는 것이다.


https://youtu.be/mb0_xKVl-N0?si=zJDLyRNOv4F9l8l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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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10-21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참 x파일에 꼿쳐서 중고dvd를 여기저기서 구입했었는데 시즌6까지만 나와서 더 모우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이제는 dvd플레이어도 안나와서 볼수가 없었는데 세상이 좋아져서 디즈니 플러스에서 전시즌을 다 볼수가 있다고하니 가입해야하나 고민을 하게 되네요.

교관 2026-10-22 12:10   좋아요 0 | URL
하루에 한 편씩 야금야금 보는 재미가 아주 좋네요! ㅋㅋ
 

요즘 연달아 보는 영화 속 주인공들을 관통하는 한 단어가 있다. 지질함. 지질하고 지질해서 더는 지질할 수 없을 것 같은 인간들인데, 그 모습이 어찌나 생생한지 연기인지 실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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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남자들은 회피형이 많다. 싸우면 일단 자리를 피하고, 제대로 이야기 좀 하자고 하면 나중으로 미룬다. 그러다 일이 커질 대로 커지고 나서야 다투게 되고, 끝에 가서는 이럴 바엔 그냥 헤어지는 게 낫겠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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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엠마가 회피형처럼 보인다. 과거를 찰리에게 숨겼고, 찰리와 마주안아 제대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렇게 된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찰리는 엠마가 과거의 일을 숨겼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계속 질문하지만 대화가 되는 건 아니다. 찰리 자기가 궁금한 것만 묻고, 답을 듣고도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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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혼자 엠마라는 인간의 형체를 만들어낸다. 점점 부풀려진 그 형체는 어느새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 있다. 친구 앞에서 엠마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주절주절 늘어놓고, 이런 여자와 결혼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한다. 칼을 휘두를 수도 있고 총을 쏠 수도 있다. 영화는 그 상상에 맞춰 엠마의 얼굴마저 섬뜩하게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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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과 찰리 같은 인간들의 특징은 자신이 남에게 준 피해보다 남이 자신에게 준 피해를 훨씬 크게 여긴다는 것이다. 엠마가 저지를 뻔한 일이 자신들이 실제로 저지른 일보다 더 나쁘다고 믿는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은 머릿속에서 얼마든지 키울 수 있으니까. 그렇게 의심하고 부풀리고 겁을 먹다가, 결국 자기 눈앞에 있는 사람보다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을 더 무서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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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엠마를 향한 사랑이 식었다. 그런데도 예정된 결혼식은 올려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직장 동료인 여자에게 엠마 이야기를 구질구질하게 털어놓다가 바람까지 피운다. 참 지질하다. 사랑은 끝났는데 결혼은 해야 하고, 결혼은 해야 하는데 엠마는 무섭고, 무서운 엠마를 두고 다른 여자에게 기대려 한다. 자기 마음 하나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서 남이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는 열심히 따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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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도 비슷한 부부가 있다. 결혼한 지 3년. 매일 싸우고, 방도 따로 쓰고, 밥도 각자 먹는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나 싶지만 남편은 별 타격이 없다. 아내가 대화를 시도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도 남편은 마주 앉는 것부터 싫어한다.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은 한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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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는 게 맞아 보이지만 아내는 이혼한 여자로 남는 게 싫다. 결혼에 실패했다는 낙인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주변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엄마조차 딸의 행복보다 동네 사람들 눈과 친척들 앞에서의 체면을 걱정한다. 이혼하면 동네 창피에 친척들 볼 면목이 없다는 식이다. 당사자 둘이 어떻게 사는지는 뒷전이고, 남들이 어떻게 볼지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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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둘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신랑이나 신부의 부모가 거대한 빚을 지고 있을 수 있고, 형제자매 중 누군가가 사기꾼이거나 살인죄로 수감되어 있을 수도 있다. 부모가 결혼한 자식들 사이에서 누구는 더 챙기고 누구는 외면하는 일도 생긴다. 당사자들이 아무리 괜찮아도 주변에서 터지는 일까지 막을 수는 없다. 결혼이라는 게 두 사람의 결합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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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참 복잡하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해도 그 마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자꾸 끼어든다. 자존심과 체면, 의심과 두려움,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어쩌면 관계를 망가뜨리는 건 처음부터 큰 사건이 아니라,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일을 피하다가 점점 더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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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을 보고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둘은 다시 잘해보려는 걸까. 한바탕 폭력이 오가고 피까지 튄 뒤에, 망가진 관계를 주워 담아 다시 붙여놓으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사랑이 남아 있는 건지, 아니면 끝내는 일이 두려워서 붙들고 있는 건지. 영화가 끝나도 그 둘의 다음 날이 궁금하다기보다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부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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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노의 이 장면은 최고다. 처음에는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차오르다가 어느 순간 도파민이 머릿속을 온통 점령해 버린다. 저 춤은 몸속 구석구석에 퍼져 있던 세포들이 기쁨에 겨워 길길이 날뛰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춤이다. 발끝에 실리는 무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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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공지능으로 만든 태권브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주먹으로 건물을 때려 부수는데도 아무런 무게감이 없다.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장면은 이상하게 눈에 걸린다. 때리는 동작은 있는데 힘이 없다. 후지노는 다르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발끝과 손끝에 힘이 어떻게 실리는지 전부 살아 있다. 몸짓이며 박자와 리듬까지. 보고 있으면 후지노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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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표정, 후지노의 성격 상 시크한 표정을 유지하고 싶은데 기쁨이 얼굴로 뿜어져 나오려는 걸 억지로 누르고 있는 저 표정. 이미 몸은 기뻐 날뛰지만 표정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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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모토에게 후지노는 끝까지 영웅이었다. 현실에서는 교모토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고, 가상에서는 목숨을 구해 주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후지노를 영웅으로 만든 사람도 교모토였는지 모른다. 모두가 아니라고 하고, 정작 자신조차 자기를 믿지 못할 때 교모토만큼은 후지노를 믿어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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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영화는 러닝타임이 길어진 만큼 가족 이야기가 더해졌다. 후지노의 등 뒤에는 늘 교모토가 있었다. 헤어진 뒤에도 마찬가지다. 교모토는 언제나 후지노를 영웅으로, 친구로 여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초등학교 때 만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결국 만났을 것이다. 서로의 삶에 그런 식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https://youtu.be/xRzTJglzibc?si=yZxjMuR2-__gzJ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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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베스트셀러극장 1화가 올라왔기에 봤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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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 11월에 시작한 베스트셀러극장은 옆 방송국의 TV문학관과는 결이 달랐다. 문학적인 분위기보다는 대중적인 재미에 좀 더 무게를 두었다. 그런데 첫 회부터 미스터리 수사극이다. 김성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지금 봐도 이야기가 꽤 탄탄하다. 당시에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조차 없었을 텐데, 그 심리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수사극으로서의 재미도 제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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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리가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도회적인 얼굴이어서 그런지 시골에서 올라온 인물인데도 어딘가 남다르게 보인다. 네 자매 중 맏이로 집안일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서울에서 대학까지 나온 여자다. 그런데 꿈과 미래에 대한 욕심이랄까, 허영이랄까, 그런 면이 있다. 사귀는 남자친구는 갈수록 시시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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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버스에서 이정길을 우연히 만난다. 담배 연기 때문에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바뀐다. 모던하고 남자다운 이정길에게 끌린 정애리는 결국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리고 이정길의 집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한다. 집에는 소설책이 가득하다. 전 남자친구와는 달리 이정길은 쿨하다.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 나가도 좋다는 식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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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애리가 아는 언니 김애경의 소개로 대기업 회장 김무생의 비서로 들어가면서부터다. 당시 정애리는 이정길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그런데 김무생이 고백하자 아이를 낙태한다. 그 일을 계기로 이정길 안에 잠들어 있던 사이코패스의 본성이 드러난다. 낙태를 집도한 의사를 시작으로 하나씩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 근처에는 정애리의 전 남자친구를 범인으로 몰 만한 증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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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CCTV도 휴대전화도 흔한 세상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다.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려면 결국 현장에 남은 흔적과 사람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이정길은 그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수사를 맡은 전운이 차근차근 뒤를 쫓으면서 극은 점점 긴장감을 높여 간다. 마지막에는 회장과 정애리의 결혼식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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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이라는 시대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들도 보이고, 한창 젊었던 시절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배우들도 있다. 익숙한 배우들의 젊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무엇보다 오래된 드라마라고 해서 느긋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첫 회부터 이런 미스터리를 보여줄 줄은 몰랐다. TV문학관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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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를 보는데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학생 때나 군대에서 당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 것 같다. 학교야 졸업하면 되고 군대도 언젠가는 제대하지만, 직장은 그만두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어렵게 들어온 회사다. 먹고살아야 하니 웬만해서는 버텨야 한다. 소원수리를 쓸 수도 없고, 어디 가서 하소연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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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하면 하루 중 지옥이 아닌 시간이 있기는 할까.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사람들 눈치를 보고, 나를 빼고 모여서 수군거리는 모습을 봐야 한다. 일을 잘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다. 몸은 출근하고, 시키는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다시 일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생활은 하는데 정작 살아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저 몸뚱이 하나가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붙잡고 매달릴 수 있는 건 일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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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나 군대에 있을 때는 그래도 몸이라도 건강했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방간이 생기고 안구건조증까지 얻었다. 특히 안구건조증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눈이 마르고 아파서 자꾸 깜빡이게 되는데, 상대방은 그걸 보고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몸이 아픈 것조차 사람 사이에서는 오해의 빌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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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일지도 모른다. 일은 아무리 어려워도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 밤을 새우든, 머리를 싸매든,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사람이 틀어지면 방법이 없다. 매일 얼굴을 봐야 하고,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한다. 도망칠 곳도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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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라는 건 도대체 뭘까. 머릿속으로 사람들을 떠올리면 다들 좋은 사람인데, 상상 속에서는 누구와도 잘 지내고 행복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자꾸 상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잠깐이라도 다른 세상에 가 있어야 다시 돌아와 하루를 버틸 수 있으니까. 2회에서 그런다. 상상하면서 현실을 버티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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