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는 꼭 시 같다. 중간에 초코파이를 배신한 적도 있다. 오예스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고, 몽쉘통통이 더 맛있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 있는 건 초코파이다. 어릴 때도 맛있게 먹었고, 지금도 여전히 맛있다. 참 이상하다. 이렇게 오래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는다. 그런 음식이 몇이나 있을까. 아마 누구에게나 초코파이에 관한 일화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오리온에서 초코파이 일화 공모전을 연다면 굉장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특히 남자들, 그중에서도 군필자라면 더 그렇다. 훈련소에서 종교행사를 갔다. 기독교를 선택하면 초코파이를 줬다. 그 초코파이 하나를 먹겠다고 일요일 오전에 에이급 전투복을 차려입고 먼 길을 행군해서 교회에 갔다.

잠을 참아가며 설교를 듣고 나면 드디어 초코파이를 받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때는 그게 그렇게 좋았다. 전투복 주머니에 초코파이 하나를 넣고 돌아오는 길은 괜히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자주 두 개를 먹었다. 조교 한 명이 나와 같이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헤어질 때 자기 초코파이를 내게 줬다. 왜 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오는 동안 대화를 꽤 많이 했던 기억은 난다.

그래서 퇴소할 때 그 조교를 불러 같이 밥을 먹었다. 그 조교도 조교 중에서 막내라 얼굴에 고생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막내 조교는 매일 늦은 시간까지 선임 조교에게 혼나면서 훈련받았다. 부모님이 싸 오신 닭고기는 아마 그 조교가 거의 다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자대배치를 받고 신병이 되자 초코파이가 갑자기 다른 얼굴로 변했다. 밥을 먹고 들어왔는데 고참이 나를 불렀다. “먹어.” 초코파이였다. 한 개. 두 개. 세 개. 우욱. 다 먹지 않고 틈이 보이면 군화로 머리를 한 대씩 처맞았다. 머리통은 맞아도 별로 표시가 나지 않았다. 그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병 생활이 끝나고 막내로 지내던 어느 날, 새벽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관물함을 열었는데 초코파이가 들어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괴롭히던 고참이 새벽에도 잠을 안 자고 있다가 나를 불러내 초코파이를 먹였다. 우욱. 첫 외박을 나가기 전날에는 더 심했다. 밥을 먹고 들어온 나에게 초코파이 한 박스를 먹게 했다. 우욱. 웩. 결국 다 토했다. 그리고 신나게 맞고 첫 외박을 나갔다.


그 뒤로 초코파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예스도 있고 몽쉘통통도 있었다. 그런데 참 기묘하다. 시간이 지나자 그때의 괴로운 기억이 조금씩 밀려났다. 초코파이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무심코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그 맛이 그대로였다. 

군대에서는 생일이 되면 케이크 대신 초코파이를 쌓았다. 그 위에 요플레를 잔뜩 뿌리고 초를 꽂았다. 이상하게 그게 케이크보다 좋았다. 요플레가 묻은 초코파이는 정말 맛있었다. 나는 원래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도 가끔 초코파이를 먹는다. 한 입 먹으면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훈련소도 떠오르고, 그 조교도 생각나고, 초코파이를 억지로 먹던 그 고참도 생각난다. 맞았던 기억까지 따라온다. 그런데도 먹는다.

초코파이는 꼭 시 같다. 한때 배신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고,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문득 돌아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곁을 지키고 있는 것. 초코파이는 그런 시다.

초코파이에 관한 시를 지어 보자.

어릴 때 평상에 앉아 할머니와 함께 먹던 초코파이,

이제 할머니는 없고 초코파이만 옆에 남아 있네.

초코파이를 먹으면 아픈 배를 약손이라며

슬슬 문질러 주었던 할머니의 손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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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8-2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부대는 쨈 듬뿍 바른 햄패티를 그렇게 먹이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