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영화다. 31년생 거장 야마다 요지 감독의 91번째 영화로, 원작은 2022년 파리택시로 일본 정서에 각색하여 만들어진 영화다.
이야기는 굉장히 단순하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복잡한 구조를 이겨버리는 느낌이 든다. 재미있다는 말이다. 이야기는 간단하게 택시 기사가 하루 동안 손님으로 85살 할머니를 태우고 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내용이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긴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전후 일본의 일반 가정사를 견뎌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삶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남존여비사상이 강력할 때, 남자의 폭행이 일상일 때, 사랑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야마다 요지 감독이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미장센이나 배경의 색감이 뭐랄까 야스지로의 색감 같은 영화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분명 요즘의 도쿄지만 6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색감은 강력한 기시감을 불러들인다.
택시기사로 기무타쿠, 손님으로 바이쇼 치에코(의 동생 바이쇼 미츠코 또한 유명한 배우다. 간기남에서 제일 무서운 할머니로 나왔던)가 열연한다. 두 사람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과 소피로 만난 이후 22년 만에 재회하여 다시 영화를 촬영했다.
두 사람 모두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너무 찰떡이다. 회상장면에서 할머니 첫사랑은 재일교포로 이준영이 나온다. 할머니 스무 살 시절은 아이오 유우가 열연한다.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춤을 추는 장면으로 이준영은 아주 짤막하게 나온다.
택시기사가 하루 동안 손님으로 올라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내용인데 보는 이들이 택시가사처럼 점점 할머니의 이야기에 빠져 들어간다. 택시는 할머니의 부탁과 명령을 오고 가는 언어 속에서 도쿄의 좁은 골목길을 쏙쏙 다닌다.
그 속에서 자란 할머니는 옛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기억나는 일이 있고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네비에도 나오지 않는 곳을 경유하며 스미레 할머니의 입은 옛일을 말하게 되고, 우사미 기사는 시큰둥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점점 할머니의 이야기에 빠져 들면서 최종 목적지인 요양원으로 간다.
살다 보면 당시에는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그저 견딜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또 다른 시선으로 그 의미를 바라보게 된다. 그 속에는 감당해야 하는 일도, 감당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중첩되어 있다.
스미레 할머니가 옛일을 떠올리며 고통에 겨운 눈물을 흘릴 때 택시 옆에 앉은 이가 그녀의 손을 잡아 준다. 옆을 보니 찬란했던 그 시절의 자신이 앉아있다.
평범한 가정의 가장 역할의 기무타쿠도, 남편에게 매 맞는 젊은 스미레 역의 아이오 유우도 마치 빛바랜 추억 같기만 하다. 예기치 못한 만남을 통해 삶을 돌아보게 되는 잔잔하지만 강한 이야기 택시기사였다. 바에쇼 할머니의 목소리는 왜 이렇게 듣기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