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원더우먼, 갤 가돗의 신작이 나왔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달려야 하는 영화다. 아들을 살리려면 정말 달리는 수밖에 없다. 잘나가는 변호사 마이아는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들 노아를 학교에 보내고 평소처럼 조깅을 한다. 그런데 전화가 걸려온다. 아들의 전화인 줄 알았지만 목소리는 낯선 남자다. 노아를 납치했다는 범인은 마이아에게 계속 달리라고 한다.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면서,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범인이 아들을 납치한 이유는 따로 있다. 죽이려는 증인이 있고, 마이아를 그 일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마이아는 런던 한복판을 끝없이 뛰기 시작한다. 갤 가돗이 달린다. 정말 계속 달린다. 시원시원한 팔다리를 휘저으며 런던 거리를 달리는 모습은 꽤 볼 만하다. 평소 강변을 한 바퀴 돌고 오는 조깅이 아니다. 아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아니 아들을 살리기 위해 뛰는 것이니 표정부터 다르다. 뛰는 장면만큼은 갤 가돗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보인다. 범인은 인공지능까지 이용한다. 마이아의 위치와 동선을 추적하고 심박수까지 확인한다. 걷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노아를 빌미로 협박한다. 하필 무대가 런던이다. 카메라가 곳곳에 깔려 있는 도시고, 거리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폰을 들고 돌아다닌다. 마이아가 어디로 가든 누군가의 카메라에 잡힐 수 있고, 반대로 범인 입장에서는 도시 전체를 감시망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설정은 꽤 흥미롭다. 그런데 영화는 그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범인은 계속 마이아에게 전화를 걸어 움직이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어쩌고저쩌고하지만 결국 화면에서 보이는 것은 전화 한 통 받고 또 달리는 마이아다. 처음에는 긴장감이 있는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힘이 쭉 빠진다. 범인이 마련해둔 곳에서 권총을 손에 넣은 마이아가 증인에게 총을 쏘고, 결국 아들을 구한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나온다. 사실 마이아는 가만히 범인의 지시만 따르고 있었던 게 아니다. 중간부터 첩보원처럼 상황을 뒤집을 방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좀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마이아가 어떻게 범인을 속였는지, 어떤 식으로 판을 뒤집었는지 디테일하게 보여줬다면 영화가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너무 짧다. 거의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휙 지나간다. 이런 반전이라면 앞에서 조금씩 복선을 깔아놓고 마지막에 터뜨리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처리했다. 결국 이 영화에서 제일 열심히 뛰고 고생한 사람은 갤 가돗이다. 갤 가돗은 이 역할을 위해 전담 코치에게 달리기를 배우고 실제 촬영 중 부상까지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달리는 모습은 확실히 멋있다. 런던 거리를 저렇게 계속 달릴 수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달리는 모습이 멋있다는 것과 영화가 재미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갤 가돗 주연작 가운데 지금 가장 낮은 평점을 받고 있다. 소재는 나쁘지 않다. 런던의 감시 카메라, 인공지능, 납치된 아이, 그리고 계속 달려야 하는 엄마. 잘만 만들었다면 상당히 쫄깃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영화는 갤 가돗을 그렇게 열심히 뛰게 만들어놓고, 그만큼의 이야기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래도 갤 가돗이 달리는 장면은 좋다. 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게 남는 것도 결국 제목처럼 갤 가돗의 달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