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내지 못하고 춤을 추는 것들이 있어,

연약한 것들이 바람에 아파하며

칼날처럼 떨어지는 빛의 날을 맞아가며

춤을 추는 것들.

부드럽게 나를 드러내며 춤을 출 때마다

고통으로 물든 색채는 여러 번 바뀌지,

춤을 추며 아픔을 잊기도 하고

그렇게 결락을 흡수하기도 하고,

그래야 세상에 녹아들지,

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뿌리가 가장 통증이 심할 때거든,

연약한 것들은 춤을 춰라,

아파해라, 그

렇게 소리를 죽이고 끝없이 춤을 추자,

우리 계절을 먹으며 모락모락 늙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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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고 쓸모없는 기억은

자꾸 분명해지는 거 알지?

스쳐갔던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들,

지나간 것을 기억하고

추억한다는 건

그 순간이 최애였다는 거 알지?

그때 맞이했던 포근한 온도와

나른한 햇살,

아카시아 꽃과 같은 향을

앞으로 만나지 못할지라도,

추억 속의 그 장소,

그 공간은 그대로인 거 알지?

시간은 자꾸 나를 타이르지만,

추억 속 그 사람은

최애를 부르고 있어,

넌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너 자체가 사랑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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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말랑한 슬래셔 고어무비다. 잘리고 썰리고 난장판을 만들지만 귀엽게 보이는 신체절단 영화다. 피어 스트리트는 3부작이 있다.

감독도 여자 감독으로 한 명이 세 편을 모두 만들어서 21년에 선보였다. 두 편은 나도 리뷰를 했었다. 세 편도 그냥저냥 말랑한 슬래셔 고어고어한 영화다.

말랑한 고어 슬래셔는 하이틴 공포물이기 때문이다. 예쁘장한 남녀 학생들이 학교나 학교 밖에서 얼굴도 모르는 살인마에게 잘리고 썰리고 목이 날아가는 재미를 북미 아이들은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그 후속 편인데 감독도 다르고 전작들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전작들만큼 신선하지도 않고 그냥저냥 볼 만한 하이틴 공포물이다.

그냥저냥도 너무 그냥저냥이다. 왜냐하면 다리가 잘리거나 팔이 잘려 나가도 막 그렇게, 심각하게 으악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프긴 아프지만 실제처럼 아파하면 이런 영화는 안 돼, 그냥저냥 영화라는 표가 날 만큼 아파해야 해 같은 분위기가 있다.

1988년 셰어디사이드(이 마을은 전작 3부작의 배경)의 한 고등학교에서 프롬 퀸이 되기 위한 질투와 경쟁이 난무하는 과정에서 살인마에게 학생들이 여자남자 가릴 것 없이 썰리고 잘리면서 죽어 나가는 이야기다.

도끼를 얼굴을 찍고, 전기톱으로 얼굴을 가르지만 쏘우만큼 강력하지가 않다. 괜찮은 점이라면 록시트, 유리스막스, 글로리아 같은 전 세계가 다 알만한 80년대 유로댄스 곡들이 잔뜩 나온다는 점이다.

퀸을 뽑기 위한 댄스를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응? 뭐야? 이 따위 춤으로?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마을은 전작에서 살인마에 의한 죽음이 난무하는 저주가 반복되는 마을로 유명하다.

이번 편에서 이런 걸 언급하면서 살인마가 나타나서 죽음의 파티가 이어진다. 말미에 살인마의 정체가 탄로 나고 이유가 밝혀지는데 역시 이런 하이틴 고어 슬래셔 무비에서는 참 어이없는 이유다.

볼거리는 예전의 여고괴담 시리즈처럼 이제 막 뜨는 샛별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는 평균이하인데 북미에서는 이걸 재미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피의 학살이 펼쳐지는 살인마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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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두부를 닮았는데,

두부라는 게 가장 손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인데,

두부는 인간이 모두 잠든 시간에,

해가 힘을 발휘하기 전에

두부는 서서히 간수를 머금는데,

두부장수의 뒤틀어진

팔의 생명을 나눠가지면

두부는 그제야 정당한 맛을 내는데,

오직,

적요한 시간에

으스러지지 않고

근사한 언어를 지닌 채

인간의 곁으로 오는 게 두부야,

두부 정말 멋진 거 같지 않아?

그 사람은 두부를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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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 없이 좋게 말하려면 할 수 있는 영화다. 일본 튝유다 뭐다, 조용하고, 굴곡 없이 흘러가는 영화. 영상의 빛도 좋아서 내내 따뜻한 노란색감이 감돌고 무엇보다 카라타 에리카의 속마음 같은 대사를 들을 수 있다는 점, 독립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 한 시간짜리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매우 독특한데(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감독이 하마구치 류스케의 ‘우연과 상상’이나 ‘해피 아워’ 같은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따라 하려고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가득 드는 영화다.

주인공은 두 명이 나오고, 엑스트라로 한 명 정도가 나오는 독립영화라 주인공 남녀가 주고받는 대사가 전부다.

그러다가 중반부터 카라타 에리카가 쏟아내는 대사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 미성년 시절에 만난 유부남인 일본 최고의 배우였던 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만나서 사랑이라 믿었지만 남자는 자신을 그저 우연이라 여기는 듯함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은 말을 한다.

쏟아내는데 들어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주인공 남자에게 하는 것 같다. 남자를 조롱하며, 비꼬며, 화내며, 평소에 하지 못하던 말들을 처음 본 남자에게는 막 하는 것이다.

이 영화 다음 해에 찍은 영화, 지난번에 올린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도 마치 자전적 이야기 같은 영화였는데 이 영화는 속마음을 꺼내보기로 해보자, 같은 느낌의 영화다.

처음 만난 남자와 걸으며 대화를 하는 에리카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감독은 하마구치처럼 우연과 운명에 대해서 대사를 통해 말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그 사이에서 사랑과 배신 그리고 만남과 이별이 일어난다. 이게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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