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말하는 ‘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소설 좋아하지? 욕쟁이 홀든 녀석의 하루하루 견뎌내기 같은 이야기 ㅋㅋ. 하루키는 이 소설이 빙 크로즈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앨범과 필적할 만큼 팔려 나갔다며 대단하다고 하지.

욕이 잔뜩 나오는데 ‘퍽’이나 ‘쉣’은 0개로 나온다고 하지. 실은 우리 번역본에도 이런 욕은 번역이 말랑말랑하게 되어 있을 거야.

이 소설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건 샐린저의 영혼이 갉아 넣어졌기 때문일 거야. 호밀밭의 파수꾼을 쓰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니콜라스 홀트가 셀린저로 나온 ‘호밀밭의 반항아’가 있어. 아주 재미있어.

입대해서 막사에 포탄이 터지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이 소설을 적었는데 그 일화도 잘 표현했더라. 비틀스의 존 레넌을 죽인 살인범 마크의 손에도 이 소설이 들려 있었고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컨스피러시’에서 멜 깁슨의 집 책장에는 이 소설만 가득 꽂혀 있어. 영화 속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멜 깁슨은 서점에만 가면 이 소설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거야.

많은 작가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해서 비평이나 감상문을 써 놨는데, 영국과 미국에서 책의 제목이나 내용에 나오는, 같은 단어지만 받아들이는 각국의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인다고 해. 요컨대 비틀스의 ‘노르지안느 우드’는 영국에서는 노르웨이산 가구, 미국에서는 노르웨이 숲으로 받아들인다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각 나라마다 제목이 달라. 호밀밭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나라가 거의 없어.

이탈리아: 한 남자의 인생

일본: 인생의 위험한 순간들

노르웨이: 모두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악마는 최후 순간을 취한다

스웨덴: 기억의 순간에 나타나는 구원자

덴마크: 추방당한 젊은이

독일: 호밀밭의 남자

네덜란드: 사춘기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12월을 마녀의 젖꼭지처럼 춥다고 표현한 샐린저 정말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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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에세이 [나는 그 인기 있다는 가수가 싫다]에 관한 이야기야. 하루키는 한 에세이에서 홀리오 이글레시아스를 몹시 질투하고 있어 ㅋㅋ. 홀리오 이글레시아스는 그저 그런 노래를 부를 뿐인데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흥! 같은 이야기를 죽 늘어놨어. 몹시도 인간적인 하루키 씨.

그러나 홀리오이글레시아스는 하루키가 말하는 것처럼 그저 그런 형편없는 가수는 아니야. 축구선수 출신이라 피지컬이 좋아. 키도 크고 스페인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친밀감이 있고 무엇보다 노래를 너무 잘 불러.

영어보다 더 휘어지고 꼬부라진 언어로 수트를 입고 서서히 다가가면서 그윽한 눈빛으로 여자들을 보면서 히트곡 ‘헤이’를 부르면 넘어가지 않는 여자가 없었어,

홀리오 이글레시아스의 노래는 하루키가 전적으로 별로야,라고 생각하는 음악이야. 유행하는 가요 같은 노래지. 미즈마루 씨가 홀리오 삽화까지 그려 가면서 홀리오 이글레시아스의 음악을 돌려까면서 또 다른 면으로 홀리오 씨를 부러워하고 있어.

왜냐하면 여자들에게 인기독차지거든. 하루키의 이런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키득키득하게 돼. 하루키는 홀리오 씨를 프랭크 시나트라와 미소라 히바리와 비교해 가며 머리도 텅 비고, 노래도 텅 비어 있다고 해. 그럼에도 여자들은 그런 것 따위 전혀 무관하게 홀리오 씨를 좋아하는 것에 열을 내는데 그 여자들 속에 하루키 자신의 아내인 요코 여사도 들어있기 때문이야.

하루키는 홀리오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멋지고 잘 생긴 탓도 있고 노래도 잘 부르지만 사상적으로 텅 비어 있다는 데 이유가 있다고 하지. 사실 근본 없이 하는 게 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되거든.

근본 없는 음식이라든가, 근본 없이 처음 시도 하는 영화라든가, 형식의 굴레에 들어가 있지 않고 궤도에서 이탈해서 자기 하고픈 대로 해버리는 그런 무모함에서 오는 짜릿함을 대리만족 하는 경우가 많지.

에세이에는 없지만 홀리오 이글레시아스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의 아들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야. 엔리케도 스페인의 유명한 가수야. 근데 늘 아버지의 그늘 밑 대우야.

얼굴도 잘 생기고 명문 캠브리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종횡무진 활동한 축구선수였던 아버지 홀리오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키도 190이 넘고 멋져서 한때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수였지만 아버지만큼 인기가 없어.

엔리케는 그런 아버지와 사이가 무척 안 좋은 걸로 유명했거든. 엔리케라는 이름은 우리가 들으면 그럴싸하고 멋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철수? 만수?처럼 그저 빨리 지어 버린 그런 이름이야. 일본의 아키코, 러시아의 쏘냐 같은, 명자, 순자처럼 촌스럽다고 느끼는 이름이 엔리케라고 해.

홀리오 같은 슈퍼스타는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여성들과 많은 만남을 가지거든. 또 그러다 보면 아뿔싸 피임에 대한, 시간이 막 흘러 한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나타나 이 아이가 니 아이야. 같은 일들이 막 일어나고 뭐 그래.

홀리오 이글레시아스의 ‘헤이’를 들어보자. 노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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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6 2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거 하루키가 쓴 건가요? 암튼 재밌네요.
훌리오 멍청하지 않은데. 아무래도 부인 때문에 훌리오를 나쁘게 생각하는 것 같군요.
암튼 하루키답네요.ㅋㅋ
근데 훌리오도 이제 나이가 많아서 옛날 같은 가다는 안 나올 걸요?
다 화무십일홍입니다.ㅠ

근데요 교관님, 다음엔 폰트 좀 키워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노안이 와서 작은 글씨는 영...ㅠ

교관 2024-09-17 12:20   좋아요 2 | URL
헉, 폰트 크게 했는데 지금 들어와서 보니 글자가 작아져있네요 ㅠ 죄송합니다. 행복한 추석명절 보내세요!
 

하루키 팬들아 오늘은 하루키 소설 ‘댄스 댄스 댄스’에 관한 이야기야. 전부 얘기하지는 못하고 한 부분만 얘기해 볼게. 이 소설은 ‘양쫓모’의 주인공이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잖아. 기억나지?

주인공은 유키라는 소녀를 만나잖아. 고작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의 소녀인데 당돌한 데다 팝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시니컬하지.

유키의 아버지는 소설가이며 이름이 ‘마키무라 히라쿠’야. 그리고 주인공은 유키의 부친이 쓴 소설에 대해서 주절주절 평을 했어. [그 뒤는 형편없었다]라며 신랄하게 비판을 하지.

마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같지 않아? ㅋㅋ 그리고 유키의 엄마는 세계적인 사진작가야. 이름이 아메. 하루키의 아내 요코 여사 역시 사진작가니까 소설 속 유키의 부모님은 마치 하루키와 요코 여사 같아. 마키무라 히라쿠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른데 닮은 이름이야.

하루키의 장편 소설 속에는 여자아이가 늘 나오잖아. 남자아이는 나오지 않아. 이 소설에서 ‘유키’와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열세 살 소녀 ‘마리에’가 나오며, [태엽 감는 새]애서 조금 더 큰 ‘메이’가 나오고, [일큐팔사]에서 고등학생인 '후카에리' 그리고 '아오마메'가 나오잖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에는 ‘사라’가 나오잖아. ‘스미레’부터 ‘키키’까지.

개인적인 생각으로 하루키는 현실에서 자식이 없는 대신 소설 속에서 딸을 낳아서 키운 것 같아. 하루키 소설을 죽 읽어본 하루키스트들은 알겠지만 여러 장편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 아이와 소녀들은 전부 하루키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느낌이잖아.

어릴 때부터 가요보다는 팝이나 재즈를 들으며 평을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글을 아주 잘 쓰지. 일큐팔사의 '후카에리'는 당대 최고의 소설을 남기잖아. 내가 하루키의 딸이야~ 같은 느낌이지.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사랑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 어떤 특수한 채널을 통해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수 있다. 혹은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만약 간절히 염원한다면.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증명하는 건 오히려 그 반대의 사실인지도 모른다’라고 했는데, 이런 프로이트 식의 말을 들으면 하루키는 소설 속에서 딸을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키워 온 것 같아.

소설 속이니까 현실적이지 않아도 되는 거야. 아오마메는 특수한 채널을 통해서 현실이 비현실이 되잖아. 아오마메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간절히 사랑을 찾아가잖아. 전혀 현실적이지 않지. 하루키는 자신의 딸이라면 적어도 아오마메가 아니면 곤란한데, 하는 느낌이야.

이 소설 속에서 마키무라의 소설은 젊은 시절에는 문장도 시점도 신선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도 당시 신진 사진작가였던 메이와 결혼을 했지만 이후에는 형편없는 작품이었다고 했어. 아무래도 일본의 문단에서 배척받는 분위기를 감지하던 하루키는 자신을 한 번 돌려 까면서 일본의 고착화된 문단도 아울러 돌려 까 버리는 것 같아.

소설 속 마키무라가 제대 후 글을 쓰지 못하게 되자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예리한 청춘소설에서 전위 작가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까고 있는데 아무래도 일본 문단 전체에 깔려있는 관습적인 문학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는 것 같아.

그러면서도 소설 속 사진작가의 아메는 일상생활은 비록 엉망아지만 냉철한 시선의 사진으로 세상을 사로잡았다고 추켜 세우고 있어. 하루키는 일큐팔사 3권이 나왔을 무렵 2010년쯤 인터뷰를 보면 아내는 요코 여사에 대해 ‘태어나서 한 번도 화장이나 파마를 해본 적이 없는 심플한 화이트 셔츠 같은 여자’라고 했지. 아무튼 대단히 재미있는 사람이야 하루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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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스트들아 모여라 하루키 얘기할 시간이야ㅋㅋ. 하루키는 외국을 떠돌며 소설을 쓰다가 50대에 가나가와현 오이소에 정착을 했잖아.

하루키는 구글에서 자신의 집을 검색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서 누구나 자신의 집을 구글링 할 수 있게 해 놨어.

구글 지도로 검색하면 하루키의 집을 볼 수 있어. 보통 유명인들은 구글맵에서 자신의 집은 나타나지 않게 하는데 하루키는 ‘뭐 어때’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루키의 집으로 올라가는 길, 또는 하루키가 사는 동네는 마지막에 나온 단편 소설집 ‘일인칭 단수’에 수록된 단편 ‘크림’에 나오는 피아노 연주회가 열리는 동네의 풍경과 흡사한 것 같아.

지난번에 얘기 한 번 했는데, 일인칭 단수가 한국에 나오기 전에 나는 기다리는 게 짜증이 나서 ㅋㅋ 먼저 크림을 책자로 만들어서 주위 하루키 팬들에게 나눠 준 적이 있었거든.

하루키는 출간 전에 뉴요커지에 영문으로 단편 소설을 싣는데, 일 년이 넘도록 한국출판이 되지 않아서 기다리는 게 너무 답답했었어. 그래서 먼저 크림을 번역을 한 번 해서 책자로 만들어봤어.

나중에 한국에 일인칭 단수가 출판되고 ‘크림’을 비교해 봤거든. 비슷해서 나도 놀랐지 ㅋㅋ. 어릴 때 만난 여자애를 나는 여자애로 번역을 했고, 출판물은 그녀로 번역을 했더라. 그래서 내 마음대로 나의 승 ㅋㅋ

아무튼 하루키는 한국에서 장편 소설 선 인세가 30억 정도라고 해. 계약을 하고 수입해서 번역하기 전에 하루키에게 지급하는 계약금이 30억 정도인데 2013년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를 당겨 올 때 선인세 16억 정도로 계약을 하려 했는데 판권을 못 가져왔다고 해.

나 밀리의 서재에서 계약금으로 백만 원 받았는데 16억은 달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우주적 수치네 ㅋㅋ

그러니까 세계 온 나라의 하루키 소설이 번역이 되어 출간되어 있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수입이 있을 거야. 그것에 비해 저택은 작지는 않지만 아주 크지도 않아. 하루키의 저택에는 수입만큼 어마어마한 레코드가 있잖아. 몇 만장이라고 하지.

하루키는 댄스댄스댄스 이후부터는 워드로 작업을 하며 어느 순간부터는 맥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에세이에서 말했지.

하루키의 저택은 외벽에 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층짜리 건물이야. 저택 문패에는 이렇게 ‘시나몬 잉크 자료실 <무라카미>’라고 쓰여 있어. 하루키라고 하지 않고 무라카미라고 쓴 이유를 생각해 보면 마지막으로 나온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를 보면 알 수 있어. 아버지와 성과 이름에 관한 부분이 있잖아.

구글맵으로 저택의 사진만 보고 무작정 오이소로 찾아가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 올바른 일인지 그렇지 않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데 방해는 하지 말아 줘 한국인들아 ㅋㅋ

그리고 벌써 코로나 전인데 살고 있는 오이소에 대해서 적은 글이 있다고 해. 사는 동네에서 자주 들리는 과자가게나 재즈 바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하루키가 들린 그곳을 따라서 하루키의 팬들이 맵에 표시를 잘해두었다고 해.

하루키가 사는 동네는 고급스러운 주택가지만 저 앞에는 바다야. 그래서 하루키가 들리는 가게들은 바다에서 아주 가까워. 몹시 예쁘고, 아기자기하며 카페나 재즈 바 경우는 상당히 프로스럽게 보여. 하루키 덕분에 오이소의 이런 가게들도 꽤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인데, 이것도 코로나 전의 이야기지.

동네 주민들은 하루키가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해. 그러니까 하루키는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 만나려면 숙소를 잡아서 일주일 정도 머문다고 생각하고 하루키가 달리는 시간에 맞춰 동네는 하염없이 달리다 보면 마주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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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4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엇, 하루키가 크림이라는 소설을 썼단 말인가요? 그건 몰랐네요. 하루키 책은 안 읽어도 대충 무슨 책이 나오는지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현재 크림은 번역되어 나와 있나요? 울나라 인세만도 30억이라니 그가 도서관을 지었다는 건 일도 아니었네요. ㅎ

교관 2024-09-15 12:03   좋아요 2 | URL
사진에 한국출판물이라고 ㅋㅋ 나와있어요. 크림은 단편소설이니까 달랑 단행본으로 나오지는 않겠죠. 일인칭단수라는 단편집에 실려 있어요. 그리고 하루키가 도서관을 짓지는 않구요. 와세다 대학 도서관에 하루키 관이 만들어졌어요. 검색해보시면 자세하게 나와있어요 ㅋㅋ
 

하루키 팬들아 오늘도 하루키 얘기야. 하루키의 단편 소설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에 대한 이야기야. 이 단편을 보면 주인공은 아내와 결혼을 하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단독주택에 입주하게 되어서 기뻤지.

단독주택에 방도 몇 개나 있고 비록 작지만 마당도 있어서 고양이도 키울 수 있어서 좋아했어. 하지만 단독주택의 집세가 이렇게 저렴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야.

치즈케이크처럼 생긴 주택 양옆으로 철길이 나 있고 하루에도 수시로 지하철이 지나갔으며 시끄러워서 기차가 지날 때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 양옆으로 동시에 기차가 지나가면 식탁이며 집이 온통 덜덜거렸어.

그런데 기네스북에 나올 만큼 가난했던 치즈케이크를 닮은 그 집에 살 때가 행복했다고 하는 단편 소설이야. 소설이라고 하지만 하루키 본인 이야기로 사소설에 가까워.

치즈 케이크를 닮은 철길 사이의 주택은 구글로 검색을 하면 하루키가 신혼을 보냈던 그 집이 나와. 츄오센과 고투분지 사이의 삼각형 토지에 있는 집이야. 아니 집이었지. 소설 속에서 고풍스러운 집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보여. 현재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어.

소설 속에는 하루키는 이부자리와 옷가지, 식기, 전기스탠드, 몇 권의 책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재산의 전부였어. 그만큼 가난했지.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은 지극히 간단해진다] 겨울에 해가 지면 하루키는 아내와 고양이를 안고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갔고 아침에 나오면 부엌의 싱크대가 얼어붙어 있었어.

그렇지만 가난이라는 불행 속에서도 봄이 오면 근사해져서 세 명(고양이 포함)이 나른한 봄볕에 작정하고 얼굴을 내밀었지. 그리고 하루키는 그 당시를 [우리는 젊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고 햇볕은 공짜였다]라고 회상해.

이런 모습을 상상하면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소개했던 ‘look for the silver lining’이 생각나. 쳇 베이커 버전과 모던 포크 콰르텟 버전이 있는데 하루키는 후자 쪽이야. 신나고 흥겹지. 쳇 버전은 마치 물에 불린 찰흙을 만지는 기분이고.

노래는 접시를 닦는 인생이라도 행복하다고 말해. 그 이유가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야. 세상의 모든 접시와 쟁반에서 빛이 날 때까지 당신을 하루하루를 갈고닦을 거야,라고 노래는 말하지. 정말 멋진 '시'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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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3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단편 읽었습니다. 되게 인상 깊게 읽었죠. 가난해도 꼬물거리며 사는 게 꼭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고 위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다시 보니 반갑네요. 이 단편이 아직도 나오는가 봅니다. 표지는 다르네요. ㅋ

교관 2024-09-14 12: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가난은 창피한게 아니라 불편하거라고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는 하지만 가난이라는 서슬이 퍼른 칼날은 늘 아프죠 ㅋㅋ/ 표지는 가장 초반에 나온 표지일겁니다. 하루키 단편이나 장편 그리고 에세이는 매년 출판사에서 새롭게 계속 찍어 내고 있어요. 늘 수요가 있거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