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이 환장하는(물론 여초) 아디코 미니어처를 조카를 위해 만들었다. 만들 때는 때려치우고 싶지만 다 만들고 나면 묘하게 뿌듯해지는 아디코 시리즈

초딩이 좋아한다고는 하나 저학년은 만들지 못하며 어른이가 같이 만들어줘야 한다. 요즘처럼 코로나의 공포와 미세먼지의 공습에 나갈 일이 줄어든 초딩들을 위해 같이 앉아서 만들면 아이가 좋아한다

아디코 시리즈는 여러 버전이 있어서 골라서 만드는 재미가 있다. 만원미만의 가격으로 다 만들고 나면 그 이상의 기쁨을 준다.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이 자, 핀셋과 목공풀 내지는 본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분한 마음이 가장 필요하다

무턱대고 덤비다간 아이 앞에서 마음 저 밑바닥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튀어 나올지도 모른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저렇게 도시락 통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 설명서대로(영어지만) 그림을 따라서 자르고 붙이고 만들면 된다

집도 하나하나 기둥부터 벽면까지 만들고 집 안에 들어가는 싱크대, 침대, 탁자, 의자, 장식까지 다 만들면 된다. 잘 안 만들어져도 괜찮다. 완성하고 나면 초집중해서 만든 집안의 것들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좁살만하기 때문에 미니어처다

그래도 설명서만으로 안 되겠다면 유튜브에 수많은 고수들이 만드는 방법을 상세히 올려놨다.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고수들은 4시간 안에 다 만들지만 초보는 하루 만에 안 되니 빨리 하려고 덤벼 들어서는 안 된다

아이와 함께 차분히 만들다가 한두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두고 밥도 먹고 다른 일도 하면서 다음 날에 다시 만들기를 권한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집중해서 만들기 때문에 좀 더 돈독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똥손에 인내가 없다면 시도하지 말자

아디코 미니어처는 종류가 엄청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만드는 재미만 붙이면 요즘 같은 시기에 아이에게도 어른이에게도 시의적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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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두 번째 이야기로 원작도 상상에 상상을 더한 이야긴데 영화로는 거기에 보는 상상과 듣는 상상을 덧입혀서 만들었다. 루이스 캐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피터 팬을 만들어낸 제임스 배리의 이야기인 ‘네버랜드를 찾아서’를 보면 이 상상력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잘 나와 있다.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아주 감동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작품보다는 그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피츠 제럴드도 그렇고 헤밍웨이, 백석이나 조지아 오키프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가 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시간, 시계에 관한 이야기다. 하루키의 에세이 ‘시계의 조촐한 죽음’을 읽어보면 단순한 시계이야기를 이렇게 빠져들게 써놨다니 하면서 읽은 기억이 있다


자신의 삶 속에 들어온 시계, 요즘의 똑똑한 디지털시계가 아닌 태엽을 감아주어야(만) 하는 시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시계의 죽음. 덜 똑똑한 것보다 더 똑똑한 것이 낫겠지만 똑똑함이 생활의 전부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시계를 통해서 잘 전달해준다


태엽을 감아주면 하루 동안은 꼬박 영차영차하며 시간을 알려주니까 다음 날 그 시간이 되면 태엽을 감아준다. 그건 아침에 일어나서 배변을 보고 밥을 먹고 옷을 입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릴 때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면 외할머니의 손목에 매달린 손목시계에 시선이 가곤 했다. 금색바디에 검은 가죽의 손목시계. 외할머니는 시계를 얼마나 오랫동안 차고 다녔던지 가죽은 낡아서 손목에 힘을 주면 곧 끊어질 것처럼 보였다


외할머니를 자주 볼 수 없었지만 시골에서 내가 사는 집으로 왔을 때는 외할머니 손목에 찬 손목시계에 관심을 가지곤 했다. 요즘 아이들처럼 똑똑하지 못해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초침시계를 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외할머니의 손목시계가 다른 전자시계보다 좋아 보였던 건 무엇 때문일까


외할머니는 매일 비슷한 시간이 되면 시계태엽을 감아 주었다. 시계의 밥을 주는 거란다. 사람이 밥을 먹는 건 이상하지 않은데 시계가 밥을 매일 먹는 건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외할머니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나에게 차 주었다. 가볍지 않고 묵직한 무게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반짝이는 금색이 빛을 받아서 빛났다. 나는 시간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그걸 차고 학교로 갔다. 시계가 손목 밖으로 드러나기를 바라면서


매일 밥을 줘야 하기에 편리하진 않지만 그 불편함이 시계와 좀 더 친밀하게 하는 관계를 형성시켜 주었다. 태엽을 감는 것은 귀찮지만 뿌듯한 행위라고 한 하루키의 말이 떠오른다. 드르륵 드르륵 태엽을 감다보면 느슨하게 풀려있던 것이 점점 팽팽해지면서 딱 고정되는 그 의식 속에서 나와 시계를 인지한다. 시계는 또 하루를 성실하게 움직인다


요즘처럼 몇 년에 한 번 전지를 갈아주면 되는 시계는 편리하지만 시간이 뚝 끊기면 그것대로 시계가 죽어버린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요즘도 손목시계를 오른 쪽에 차고 다니는데 외할머니가 그렇게 차고 다녀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희미하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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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정말 재미있지 않나? 라고 주위사람들에게 말했지만 대부분 시큰둥하다. 이런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는 잘 없다. 물론 말레피센트 1을 봤을 때 그랬다. 2편은,, 화면은 좋아졌으나 흔히 말하는 답답한 주인공 때문에 온 요정 종족이 개죽음을 당한다


말레피센트 1을 봤을 때 말레피센트가 악녀에서 벗어나는 그 장면이 이상하게 좋았다. 원작에서는 용으로 변해 불을 뿜는다. 왕자가 요정의 마법 방패로 그 불을 막아내는데 영화에서는 모성을 가진 말레피센트가 악마에서 벗어나버렸다


말레피센트 원작 만화영화에서 요정이 왕자의 방패에 걸어주는 마법의 주문은 에반게리온에서도 나온다. 신극장판에서 에반게리온 0호기가 방패를 들고 라미에르(사도의 이름)가 쏘아대는 양전자를 막아낸다. 아스카를 막아줄 때인가? 암튼 그 장면은 말레피센트 원작만화의 오마주이다. 말레피센트에서 요정의 주문을 받은 방패가 미덕의 방패인데 에반게리온에서 등장한다. 이 설명은 유튜버 대형팬더의 유튜브를 보면 아주 잘 나와 있다


에반게리온 0호기가 출격을 할 때 오른쪽 어깨 부분에 ‘ESV‘라고 크게 글자가 찍혀 있고 그 밑에 작게 ENCHANTED SHIELD OF VIRTUE라고 새겨져 있다. 마법 걸린 미덕의 방패라는 말이다. 말레피센트 원작을 보면 왕자가 든 방패에게 요정이 저렇게 주문을 걸면서 마법을 건다


그래서 왕자가 든 미덕의 방패로 용으로 변신한 말레피센트가 뿜어내는 불을 막아낼 수 있다. 이는 물리적으로 양전자는 양전자로 막아낸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자석의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에반게리온은 말레피센트의 마법을 빌려왔고 말레피센트는 물리학을 적용했으니 고로 에반게리온은 물리법칙으로 꽉 찬 만화영화라고 볼 수 있다


에반게리온에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과 아서 클라크의 과학 3법칙이 가득하다. 여기서 3법칙이란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이다. 폴 고갱이 창작은 모방과 경계가 모호하다고 했는데 결국 자연을 모방한 것이 창작이 되는 것이니까 창작과 모방의 의미가 희미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레피센트 영화로 돌아가서 오로라의 시엄마로 나오는 미셸 파이퍼 때문에 요정 종족이 몰살당하는 위기에 처한다. 미셸 파이퍼는 그것이 평등이라고 주장을 한다. 잉그리스 왕비는 평등과 공평을 잘 모른다. 인간이 사실 평등하기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평등을 부르짖지만 요만큼 일한 사람이 이만큼 일한 사람이 받는 돈을 받는 것을 평등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건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요만큼 일하면 요만큼 받는 것이 공평한 것이지 한쪽에서는 그것이 불평등이라 말한다. 잉그리스 왕비는 인간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요정종족이 다 죽어야 인간이 평등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건 아주 무섭다. 리더가 차별과 차이를 모르면 속해있는 단체나 조직은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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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를 보면 미국 슈퍼돼지 콘테스트를 할 때 창문 밖으로 거대 돼지 인형이 천천히 지나간다. 이 장면은 봉 감독이 이와이 슌지의 하나와 엘리스의 한 장면을 오마주했다. 이와이 슌지는 데츠카 오사무를 너무나 좋아했기에 철완아톰의 여러 부분을 영화 속에 오마주를 해서 넣었다. 저 장면뿐만 아니라 기차역의 이름도 그렇게 했다


예술가들은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질기게 이어져 있다. 예술은 정치를 초월하고 ‘인류’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케 한다


독일의 플럭서스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백남준은 그의 문화운동의 동료였던 오노 요코와 함께 (한국에서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고 있을 때) 독일의 문화적인 판갈이를 해버렸다. 그 덕분인지 존 레넌과도, 팝 아트를 통해 모든 것을 해체시켜 버린 엔디 워홀과 그의 팩토리에 있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


헤세, 스파이더맨, 서태지, 커트 코베인과 봉 감독의 공통점이라면 외톨이라는 것이다. 외롭고 힘들게 창작에 몰두한다. 고독하지 않으면 절대 그릴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했던 영국의 유명한 화가의 말처럼 창작은 고독을 즐기고 외로움을 견뎌가며 자신의 것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예술과 예술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준다. 자칫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멀어져 갈 때 그 끈으로 당겨주기도 한다. 하루키도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 타오르다를 좋아해서 헛간을 태우다를 탄생시켰고 그 덕에 버닝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데 참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남용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우리나라의 홍길동을 중간에 다시 한 번 만화영화로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돈을 굉장히 많이 들여 드레곤볼을 만들었던 팀에게 홍길동을 맡겨서 만들었더니 얼굴만 홍길동의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쏘고 난리도 아니었다


옥자의 압권은 서울의 지하도에서 옥자가 도망을 가는 장면이다. 거기에 지하도에서 생활하는, 또 오고가는 우리 모습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정은이 옥자의 목소리 역할을 했는데 1초 정도 휠체어에서 아악 하는 장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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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일전에, 코로나가 덮치기 전, 미친놈처럼 오전에 집을 나서서 하늘을 보다가 아? 하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루키가 실린 문예춘추 6월호를 너무나 갖고 싶은 바람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하루 동안 내가 일본에서 한 일은 문예춘추 6월호를 구입한 일 뿐이다. 달랑 문예춘추 한 권 사들고 오기 좀 그래서 큐스포스켓 히데를 하나 구입을 했다. 히데는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게 더 저렴하다

문예춘추를 갖고 싶은 이유는 하루키의 단편이 실려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까막눈인 내가 봐도 단편은 없는 것 같다. 하루키가 쓴 아버지에 대한 에세이가 실려 있을 뿐인 것 같다

하나도 못 읽으면서 갑자기 일본으로 건너가 문예춘추를 구입한 이유를 물어도 나도 잘 모르겠다. 갖고 싶으니까 구입했고 가지고 있으면 뭐 어떻게든 읽히겠지(누가 읽어주든),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대작가로 분류된 하루키도 문예지의 지면을 통해 글을 발표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 이렇게 하루키가 실리면 적어도 문예지를 펴낸 출판사는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종합선물 같은 문예지나 계간지를 사람들이 거의 읽지 않으니 대부분 사라져 가는데,,같은 생각도 들면서 

어느 날 문득 든 생각은 그대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얼마 전에 조사할 게 있어서 요양병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한 병실에서는 나이든 사람들이 침대에 일렬로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하루 종일 잠을 잘 뿐인데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있다고는 도저히 믿지 못할 장면이지만 아직 살아있게 만들고 있었다

누워있는 식물인간 같은 노인들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그렇게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 분들은 살아있기를 바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발전한 노력으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것으로 어딘가의 누군가는 부를 축척해나간다. 목숨이라는 게 소중하지만 죽음 역시 소중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래에 양을 쫓는 모험을 다시 읽고 있는데 오전에 집을 나설 때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잠깐 읽어서 한 달 정도 읽으니까 거의 다 읽어간다. 2, 3분이 모이면 책 한권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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