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를 보면 미국 슈퍼돼지 콘테스트를 할 때 창문 밖으로 거대 돼지 인형이 천천히 지나간다. 이 장면은 봉 감독이 이와이 슌지의 하나와 엘리스의 한 장면을 오마주했다. 이와이 슌지는 데츠카 오사무를 너무나 좋아했기에 철완아톰의 여러 부분을 영화 속에 오마주를 해서 넣었다. 저 장면뿐만 아니라 기차역의 이름도 그렇게 했다
예술가들은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질기게 이어져 있다. 예술은 정치를 초월하고 ‘인류’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케 한다
독일의 플럭서스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백남준은 그의 문화운동의 동료였던 오노 요코와 함께 (한국에서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고 있을 때) 독일의 문화적인 판갈이를 해버렸다. 그 덕분인지 존 레넌과도, 팝 아트를 통해 모든 것을 해체시켜 버린 엔디 워홀과 그의 팩토리에 있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
헤세, 스파이더맨, 서태지, 커트 코베인과 봉 감독의 공통점이라면 외톨이라는 것이다. 외롭고 힘들게 창작에 몰두한다. 고독하지 않으면 절대 그릴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했던 영국의 유명한 화가의 말처럼 창작은 고독을 즐기고 외로움을 견뎌가며 자신의 것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예술과 예술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준다. 자칫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멀어져 갈 때 그 끈으로 당겨주기도 한다. 하루키도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 타오르다를 좋아해서 헛간을 태우다를 탄생시켰고 그 덕에 버닝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데 참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남용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우리나라의 홍길동을 중간에 다시 한 번 만화영화로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돈을 굉장히 많이 들여 드레곤볼을 만들었던 팀에게 홍길동을 맡겨서 만들었더니 얼굴만 홍길동의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쏘고 난리도 아니었다
옥자의 압권은 서울의 지하도에서 옥자가 도망을 가는 장면이다. 거기에 지하도에서 생활하는, 또 오고가는 우리 모습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정은이 옥자의 목소리 역할을 했는데 1초 정도 휠체어에서 아악 하는 장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