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 인디고를 좋아할 만한 사람은, 화가로 치면 달리의 그림이 좋아서 미치고, 마그리트의 그림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는 사람, 사진가로 친다면 데이비드 라샤펠의 환상적인 사진에 빠져 있는 사람, 소설로는 무라카미 류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나 ‘타나토스’에 빠져있는 사람은 이 영화 ‘무드 인디고’를 좋아할 것이다

무드 인디고는 보리스 비앙의 프랑스 원작의 #$%%^&^## 이런 제목을 제대로 풀어내기가 어려운데 영어로 해석을 하니 ‘무드 인디고’가 됐다고 한다. 한국어로는 ‘세월의 거품’라고 한다. 기가 막힌 쥐와 살고 있는 발명가 콜랭는 당시 최고의 철학가인 장 솔 파르트르에 빠져 있다. 영화 속 장 솔 파르트르는 ‘구토’의 쟝 폴 샤르트르다

사르트르는 많은 철학가 중에 애무를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스킨십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이 없다고 말한다. 아기가 엄마젖을 빨다가 이후 엄마와의 스킨십에서 벗어나 연인, 부부로 넘어가는데 손과 손이 닿았을 때 비로소 상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요컨대 뭐랄까, 남녀가 같이 키스를 하는데 남자가 딴생각을 하고 있으면 여자는 너 나랑 키스하면서 지금 딴생각하지?라고 대번에 알아차린다는 거다. 스킨십은 그래서 중요하고 뭐 그런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주인공 콜랭은 친구인 시크와 함께 파티장에서 클로에와 알리즈를 만나게 되고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사랑을 한다. 이 네 사람의 구도는 꼭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네 사람을 보는 것 같다. 그 속에도 무거운 삶을 가볍게 살아가려고 하는 두 명의 주인공과 그 역설적 삶을 추구하는, 즉 인생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여기는 두 명의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토마시, 프란츠, 테레자, 사비나의 모습을 좋아한 사람이 알랭드 보통이고 ‘왜 나를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어보면 은밀하게 밀란 쿤데라의 글이 떠오른다. 그리고 알랭드 보통을 너무나 좋아한 감독이 마크 웹이다. 바로 ‘500일의 썸머’를 만든 감독이다. 이상주의자 톰 녀석의 손에는 알랭드 보통의 책이 늘 들려있다. 그림이 쓱 그려진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왜 나를 너를 사랑하는가 => 500일의 썸머. 마크 웹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 2도 만들었다는 것

무드 인디고는 사랑에 관한 고찰의 이야기다.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서 싹트는 로맨스와 사랑이 여러 방향으로 나뉘면서 퇴색하고 시들어가는 모습을 미셸 공드리는 전부 화면의 색채와 초현실로 표현을 했다. 화려하고 아프고 잔인하고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표현한 미셸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는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해서 폴짝 뛰면서 몇 번이고 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흥, 할 수 있는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장강 7호는 주성치가 기존의 작법에서 벗어나서 디즈니 테이스트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장강 7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이전의 가학적인 자학개그코드는 없다. 주성치는 이때부터 자신의 영화에 과감하게 신인을 기용하기로 했나 보다


장강 7호는 까 보면 정말 놀랄만한 캐스팅 비화가 있다. 모두가 잘 알듯이 주인공 디키는 만 명을 제치고 발탁되었다. 무엇보다 이 밝고 명랑한 까불이가 여자였다는 것. 서교는 현재 20대로 영화배우로도 활동하지만 코스튬 플레이어로 더 유명하다


장강 7호가 역시 첫 작품인 장우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예쁜 외모가 비슷한데 결혼도 하고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건 장강 7호에서 디키를 괴롭히고 가장 싸가지에 가장 연기를 잘해서 가장 눈길이 갔던 싸가지도 여자였다는 것이다


디키를 짝사랑하던 뚱보 여자애는 근육질로 변해있었다. 싸가지보다 더 놀라운 건 디키를 날려 버리고 뚱보와의 대결에서 패배를 한 유도부 녀석도 여자였다니


이 모든 아이들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발탁되었다. 주성치는 이래저래 생각해서 이 모든 걸 꾸몄다는 거 아냐. 먼 훗날 사람들이 뭐야? 서교만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그 싸가지도 여자였어? 맙소사. 하면서 한 번 더 보게 하려는 그런 계획이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날 밤 쓰레기장에서 아빠는 기묘한 공을 주워온다. 디키에게 미안한 아빠는 어떻게든 놀 것을 건네주고 싶다. 뚱해있는 디키에게 공을 창문에 걸어두고 일하는 가는 아빠. 디키는 녹색 공처럼 생긴 기묘한 물건을 가지고 논다. 다음 날 싸가지가 그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장강 7호라고 말한다. 싸가지가 너희 아빠가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거지?라고 말하니 디키는 나한테 맞아볼래,라고 한다. 그때 싸가지가 호루라기를 분다. 싸가지의 보디가드가 나타나고 디키는 날아가고 만다

그날 밤 얻어터진 얼굴로 아빠를 마주한 디키는 혼나고 만다. 싸움했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아빠가 묻는데 사실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디키. 아빠는 말하지 않는 디키를 장롱 속에 가두고. 그 속에서 장강 7호의 비밀을 알게 된다. 디키는 마법사인 장강 7호와 어떤 일들을 벌일까. 장강 7호는 디키에게 어떤 마법을 걸어 버릴까

장강 7호를 실시간으로 보고 가장 놀랐던 건 아들로 나온 디키가 여자인 소교였다는 것이다. 당시 장강 7호를 본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린 소교에게 주성치는 자신의 코믹한 개그 연기를 하게 했다. 사실 이때부터 주성치는 감독으로 자신의 가지고 있는 개그 요소를 조금씩 떼서 배우들에게 전달했다

장강 7호를 보면 나쁜 캐릭터가 한 명도 없다. 대체로 선과 악의 구조가 대비되었던 이전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났다. 하지만 캐릭터 개개인이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다 보여준다. 요컨대 디키는 늘 밝고 명랑하고 어려운 사람을 돌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게 마법을 부린다는 이유로 장강 7호를 변기에 빠트려 물고문을 시킨다. 또 싸가지를 비롯해서 늘 아이들을 괴롭혔던 친구들은 디키에게 도움을 준다. 공사장의 반장도 아빠를 막 부렸지만 디키를 생각하며 두둑이 돈을 챙겨준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실은 이타적이었다

장강 7호는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들의 눈, 어린이가 된 주성치의 눈으로 보면 된다. 주성치는 배우에서 감독으로 넘어가는 아주 묘한 단계에 있기에 장강 7호에서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디키는 장강 7호를 통해 마법의 신발을 신고 쿵푸 허슬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다. 하늘로 올라 독수리를 밟고 손바닥 신공인 여래신장을 펼친다. 장강 7호에는 이소룡을 좋아했던 주성치처럼 아뵤의 동작을 한다. 미션 임파서블 같은 여러 영화를 패러디했다

이전의 주성치가 했던 몸개그를 싸가지를 비롯해 뚱뚱보와 디키와 장강 7호가 조금씩 선보인다. 이 영화를 통해 주성치에게 발탁된 장우기(유엔 선생님)도 마지막에는 코믹한 연기를 스치듯 한다. 주성치 영화 중에 가장 별로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장강 7호는 전환기적인 영화라 생각된다

많은 캐릭터들에게서 주성치가 튀어나오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꼬마들의 연기에서 주성치가 툭툭 튀어나올 때는 웃음이 큭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 발전을 하여 ‘신희극지왕’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신희극지왕에서 주성치의 개그가 주조연들에게서 골고루 보인다. 자신의 모습이 없음에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이 기이함을 주성치는 해내고 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디키는 가난하다. 더 이상 가난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집’이라 부를 수도 없는 집에서 엄마 없이 사는 디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다. 오늘도 꿰맨 신발을 신고 등교하는 디키. 언제나 모두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따쟈 하오. 디키를 멸시하는 남자 선생님, 디키를 감싸주는 여자 선생님. 여자 선생님은 디키의 얼굴을 닦아주고 아빠를 만날 수 있게 말해달라고 한다. 예쁜 여자 선생님의 이름은 유엔

명문 사립학교에서 디키는 가장 꾀죄죄하고 아주 더럽지만 제일 밝다. 영화 장강 7호에서 야심차고, 못돼먹고, 철면피에 욕심 많은 이 친구. 집도 부자에 싸가지가 없다. 여러모로 디키와 대비된다. 역시 디키를 괴롭힌다. 모두가 선생님에게 커서 부자나 유명한 사람이 되겠다고 한다. 하지만 디키는 가난한 사람이 되겠다, 가난해도 사람들한테 존경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과 아이들은 그런 디키를 비웃는다. 딱 한 친구만 빼고

남자 선생님은 디키를 아주 벌레 보듯 대한다. 그래도 디키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싸가지는 세상에서 두 개뿐인 장난감 장강 1호를 가지고 있고 친구들을 업신여긴다. 밥 많이 먹는 뚱보 친구를 약 올리는데 디키가 막아준다. 하지만 싸가지와 일당들은 디키를 거지라며 꺼지라고 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체육시간이지만 디키는 운동화가 다 떨어져서 벌을 서야만 했다. 아빠에게 새 운동화를 사달라고 하지만 아빠는 그럴 여력이 안 되고 디키는 속상하다

무더위에 잠을 잘 못 자는 디키를 위해 아빠는 선풍기를 쓰레기장에서 주워왔지만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두 팔을 뻗을 수 있는 것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애쓴다. 요컨대 이렇게 바퀴벌레 잡기 놀이 같은 것을 하면서. 이때 흐르는 중국 풍의 배경음악이 화면과 잘 어울린다. 가난하지만 절대 남의 것을 탐내지 마라, 공부를 게을리하지 마라, 싸우지 마라, 아빠는 디키에게 매일 이 말을 한다

티브이가 없는 디키 부자는 길거리에서 티브이를 보다가 유에프오 인터뷰 방송을 보게 된다. 같이 보던 디키가 장난감 가게에 가서 장강 1호를 아빠에게 사달라고 한다. 너무 가지고 싶다. 이거 하나만 사주면 다음부터는 뭐 사달라 하고 하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돈이 없는 아빠. 장난감 가게 안에서는 아이에게 마음껏 장난감을 사주는 다른 집을 본다. 아빠는 장강 1호를 놓지 않는 디키를 때리고 만다

밖으로 나온 아빠는 디키가 유엔 선생님과 함께 있는 것을 본다. 유엔 선생님 앞에서 마음을 여는 디키. 아빠에게 가지 않고 유엔 선생님에게 안기는 디키. 유엔 선생님은 디키를 위해 가정방문을 했으면 한다. 집으로 들일 수 없는 아빠의 마음은 착잡하다. 선생님은 가야 한다, 디키는 뚱해있지 말고 아빠 말 잘 들어라고 한다

다음에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쿵푸 허슬은 봐도 봐도 새롭고 재미있다. 이후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를 미친 듯이 기다리지만 꼭 주성치가 나오지 않아도 된다. 감독으로 주성치의 영화가 나와도 좋다. 주성치는 실제로는 아주 과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건 짐 캐리도 마찬가지다

주성치는 동료들과도 그렇게 좋은 관계가 아니라고 한다. 주성치는 어린 시절 아주 소심한 성격에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랐다. 누나 두 명과 함께 살았는데 아버지의 외도로 이혼을 하고 엄마는 아이 셋을 데리고 홍콩의 구룡인가, 빈민촌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

빈민촌은 높은 아파트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으로 주성치는 쿵푸 허슬에서 돼지촌을 그렇게 표현했다. 바짝 말랐고 말 수가 적고 누나들을 배려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주성치의 엄마는 하루에 3건의 일을 하며 아이들을 겨우 먹여 살렸는데 먹을 것이 있으면 아이들을 먼저 먹였다

하루는 돈을 모아서 고기반찬을 만들어서 식탁에 내놓았다. 그때 늘 누나들을 배려하던 주성치가 고기반찬을 보더니 허겁지겁 입으로 쑤셔 넣었다. 엄마는 좀 놀랐지만 평소에 고기를 먹지 못했고 늘 누나들에게 양보를 하니 주성치가 고기를 많이 먹게 놔두었다

그런데 주성치가 고기를 입 안에 가득 넣어서 몇 번 씹더니 접시에 뱉어 버렸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 엄마는 놀라서 애가 고기를 못 먹다가 먹어서 그런가, 뱉어버린 고기를 버리기 아까워서 엄마가 주워 먹었다

시간이 흘러 고기 먹는 날, 우리나라로 치면 명절 같은 그런 날에 돈을 빌려 고기를 구워 식탁에 올렸다. 누나들과 다 같이 식사를 하는데 주성치가 또 고기를 허겁지겁 입에 넣어서 조금 씹다가 뱉어 버렸다. 이번에는 엄마가 너무 화가 나서 회초리를 들었다. 누나들이 울면서 말렸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주성치가 배우로 이름이 알려져 어떤 티브이 프로그램에 어머니와 나란히 출연을 하게 되었는데 엄마가 그때 그 일을 에피소드로 말하게 되었다

그때 주성치는 그 일을 회상하며 만약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어머니는 고기를 전혀 먹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라는 인터뷰를 했다. 그게 주성치의 표현 방식이었다. 어릴 때부터 엉뚱하고 남달랐고 생각이 기이했지만 주성치의 표현에는 뭔가가 있었다

그래서 주성치의 영화를 보면 엄청 웃긴데 묘하게 찡하게 오는 무엇인가가 있다. 희극지왕에서도 장바이즈에게 했던 대사는 주성치가 만난 첫사랑과의 대화를 그대로 넣었다고 한다. 당시 무명이었던 주성치는 첫사랑이었던 그녀가 나를 먹여 살릴 수 있느냐며 안타깝게 헤어졌는데 영화에 녹여냈다. 희극지왕을 봐도 웃긴데 슬프고 기묘하다. 극 중 막문위의 이름도 그녀의 애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주성치를 찾아보면 재미있는 일화가 많다. 이수현 사단에 들어가서 누아르부터 출발하여 삐걱거리며 뛰쳐나와 또 다른 사단에 들어가서 주성치의 이름으로 오르기까지의 일화들. 삼합회가 주성치를 캐다나로 못하게 하고 완벽주의자인 주성치는 한 장면 한 장면에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해서 동료들과 사이가 좋지 못한 것까지

하지만 주성치의 모든 작품을 본 팬들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엄마가 회사에서 오기만을 기다리는 4세 아이처럼. 쿵푸 허슬 같은 영화를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하는 심정으로. 주성치의 영화 속 의자는 앉는 게 아니라 집어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뭔가가 있다. 설명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은 설명해도 모르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