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의 공명이 연기하는 재훈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해는 간다. 재훈의 행동과 마음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아니 받아들일 수 없지만 이해는 한다. 그건 마치 넌 글은 참 좋은데 잘 쓴 글은 아니다, 와 비슷할까

 

외모를 소거한 재훈의 캐릭터는 현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여기 인스타그램에서도 자주 본다. 아내나 여자친구가 있지만 그녀들이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주 가는 인스타그램의 이성에게 예쁘다,는 댓글을 스스럼없이 단다. 그게 나쁘다든가, 잘못됐다든가, 보기 별로라든가, 하는 자각이 없다. 그저 예쁘니까 예쁘다고 하는 것뿐이다. 그저 착한 본성으로 헤헤하며 칭찬을 남발한다

 

아내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그렇게 하면 화를 내거나 삐지면서 정작 본인은 모르는 것이다. 내가 하는 짓이 나쁜 거라는 걸 알면서 하는 게 나쁜지, 정작 너무 착해빠져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쁜 것을 하는 게 나쁜지 답은 없다. 조금 한 발 떨어져서 본다면, 아내와 여자친구가 있다면 다른 여자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남발하지 않는 것이 아내에게도 또 인스타그램의 이성 친구에게도 모두 예의를 갖추는 일일 것이다

 

재훈은 바람을 핀 예쁜 여자친구인 하윤과 헤어지기를 바라면서 매달리는 여자친구를 적극적으로 떼어버리지 못하면서 직장 선배인 한주에게 마음이 있어서 그 사이에서 애매한 행동을 한다. 결국 헤어졌지만 비번을 바꾸지 않아 집으로 오는 여자친구를 안아준다. 한주가 사준 자동 면도기를 좋아하면서 여자친구에게는 거짓말로 자신이 샀다고 한다

 

재훈이가 나에게만 친절하고 칭찬을 해주면 좋겠는데 재훈이는 모두에게 친절하다. 모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받아들일 수 없는 캐릭터지만 이해는 한다. 아내와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을 인스타 이성과는 공유가 가능하니까. 그렇다고 모두가 이해가 되는 건 아니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 안 한다가 아니라 사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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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방송국 CP와 메니지먼트 대표와 잘나가는 중견 방송작가의 이야기, 그들의 내면이나 일상은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비현실적인 모습이라 꽤 재미있거나 공감이 안 가거나 할 것 같다. 지방에서는 드라마가 제작될 일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만화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일탈을 준다

 

게다가 여기의 CP는 이혼 후 개 두 마리와 함께 살며 허당끼에 후배 피디들과 잘 어울리며 주위를 생각하고 정혜정 작가와 술을 마시다가 개 이야기가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개 밥 줘야 한다며 집으로 가버리는 현실에 없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이다

 

정혜정 작가는 독신으로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로 콧대가 높으며 싸가지가 없고 새끼 작가들을 3명이나 두고 있고 중간에 임진주 작가에게 새끼 작가를 하나 보내는 과정에서, 세 명의 새끼 작가들은 모두 그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정혜정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새끼 작가들이 자기 밑에 있고 싶어 한다고 믿는 그런, 하지만 술이 취하면 한없이 토끼가 되어 귀여움이 극대화되어서 주위를 불안하게 하는 캐릭터이다

 

이소민을 데리고 있는 메니지먼트 회사의 대표도 독신(인줄 알았는데 후에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으로 방송국과 연예계에서 갖은 구박과 경멸과 능욕을 이겨내며 버티고 버텨 20년을 보낸 베테랑 대표로서 자신은 외롭지 않다고 자신에게 믿음을 주지만 외롭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외로워서 한잔하려고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거기서 혼자서 술 마시고 있는 정혜정 작가를 아는 체 한다. “아니 작가 님은 입맛이 없으세요? 왜 나이를 안 드세요?”라는 멘트를 하는 그런 캐릭터다

 

주인공 3명의 에피소드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지만 주인공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모두가 중년이지만 늘 외롭고, 그래서 진실하고 깊은 사랑을 아직도 바란다. 세상에 없는 그런 사랑을, 세상에 없다는 것을 가장 일선에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런 사랑을 바라고 있다

 

극 초반에는 참 없었으면 하는 캐릭터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다음 회에는 이들의 분량이 적으면 똥누고 덜 닦은 듯한 기분이 든다. 한 편의 드라마가 제작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드라마를 지방 사람이 잘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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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나’에서 5분 이상 이어지는 근거리 총질 액션만으로도 이 영화는 꽤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안나의 무차별 총질 액션을 보고 있으면 아토믹 블론드의 샤를리즈 테론과 존윅의 키아누 리브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그들을 모델로 삼은 것 같다

 

아토믹 블론드의 현실적인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과 존윅의 비현실적인 키아누 리브스의 액션을 잘 섞어 놓은 액션을 안나는 펼치고 있다. 요컨대 아토믹 블론드의 계단 신에서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은 20세기의 영화 역사에 올려도 좋을 만큼 장면이 좋다. 테이크를 끊지 않고 5분 이상 지속되는데 샤를리즈 테론은 남자들을 상대로 그 무시무시한 액션을 하고 만다

 

그러니까 훈련을 받은 최고 여성 요원이 훈련을 받은 (최고는 아니지만) 남자 요원들을 상대로 제압해가면서 점점 지치는 모습이 나타난다. 마냥 영화적 허용으로 그 장면을 장식하지 않았다. 샤를리즈 테론은 죽음을 앞에 두고 멋진 액션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요원들이 죽음에 직면했을 때 주위 물품을 이용하여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에 비해 존윅의 근거리 총질 액션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리하여 비현실적이지만 존윅은 아주 스타일리시하고 좋은 액션영화로 남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키아누 리브스는 근거리 액션 전투 신에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두 영화의 과격한 액션과 디테일한 디자인을 안나가 해내고 있다. 깡마르고 늘씬하고 훈련받은 여성 요원인 안나가 덩치 좋고 체격 좋은, 훈련 받은 남성 십수명을 제압하는 액션은 현실에서 벗어났지만 멋진 액션장면을 만들어 냈다. (영화 마녀의 5분 처럼 이 영화도 이 장면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된다) 액션이 과한 장면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마르고 마른 안나의 뒷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체력적으로 힘이 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역의 역할이 컸으리라 본다

 

 

안나는 오랜만에 여자가 독단적으로 주인공인 액션 영화다. 그것도 알려지지 않은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어찌 보면 요즘의 시기에 시의적절하지 않지만 실험에 가까운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설정은 니키타, 내용은 제니퍼 로렌스의 레드 스패로를 닮았다. 러시아 첩보요원인 안나가 미국과 러시아에 끼여 자유와 보호를 위해 총을 든다. 메멘토 식의 시간 되돌리기 어레인지가 영화를 더 긴장되게 끌고 간다. 안나 역의 사샤 루스는 안나가 데뷔작이다. 실제 모델인 덕분에 영화 속 장면이 모델이 무대를 장식하는 느낌을 준다. 뤽 베송의 야심작이라고는 하나 이름만큼 영화는 따라오지 못하지만 뭐 어때. 독단적인 여주 액션 영화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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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봉이는 이반이다. 효봉이는 이반인 것에 대해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효봉이 주위 사람들 역시 효봉이가 이반인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것에 이해한다, 이해하지 못한다, 가 아니라 효봉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다. 이것이 이 드라마가 시청자를 대하는 태도다

 

드라마라는 것이 극본, 촬영, 배우, 스폰서 등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기 때문에 시청자가 불편할 만한 요지는 소거하거나 아니면 심각하게 다루거나 아니면 축소 왜곡하는데 ‘멜로가 체질’은 아 몰라! 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테야, 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대중에게 관심을 떨어져 시청률은 높지 않으나 점점 강바닥의 밀도 있는 모래알처럼 마니아들을 불러 모은다

 

효봉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지내기까지 효봉이 자신이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건 은정이의 지속성 복합 장애를 둘러싼 모습을 보며 지금의, 겉으로는 이렇게 행복한 생활에 도달할 수 있었던 효봉이 역시 편견과 싸워가면서 아파하며 힘든 시기를 견뎌냈을 것이라 시청자는 상상할 수 있다. 눈으로 보는 드라마지만 머리로 여러 상상을 하게 하는 것이 좋은 드라마의 태도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반이 별로 이상하지 않은 건 나에겐 이반인 친구가 있었다. 그 녀석은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와 잠을 자고 남자와 헤어져 울지만 워낙 어릴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어릴때 부터 그랬으니까. 하지만 직장을 잡고 일을 하면서 겪는 하대와 냉대, 그리고 수많은 편견이 사람들로 하여금 괴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그걸 견디고 이겨내는 것은 이 시대와 이 사회와 이 나라에서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의 사악한 면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아름다운 영화라 생각하면서 막상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님비가 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효봉이는 처음으로 힘들다고 안아 달라는 은정이를 안아주며 이 모든 일이 마치 자신이 이반인 것이 이렇게 되었나 싶어 상심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 안에서도 드라마 밖에서도 효봉이를 응원한다. 그건 이반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효봉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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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이는 정말 현실에 없는 사람이다. 민준이는 마치 강아지처럼 한 번 주인에게 준 사랑은 죽기 전까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이소민을 향한 마음이 시간과 관계와 미움과 물과 불에 상관없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인간세계 속에 파고든 인간을 닮은 슈퍼맨인 것이다

 

현실적임을 와장창 파괴하는 민준이의 활약을 보면, 이소민이 식당에서 트림을 하면 큰 소리를 내서 무마시키고 손님들에게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고, 이소민이 살찌는 걸 걱정해 혼자서 2인분을 이소민 앞에서 1인분처럼 먹고, 이소민이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걸어 다녀도 군말 없이 따라다닌다

 

무엇보다 이소민이 정신적으로 힘든 것, 그러니까 외부로부터의 의식의 공격에 대한 자기방어가 안 될 때 민준이가 리추얼의 방호막이 되어준다. 민준이와 이소민은 고등학교 때 일진과 짱으로 만나 지켜주기로 한 이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비현실적인 판타지 초현실 세계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다

 

민준이를 처음 봤을 때 못생기지는 않았네, 정도였지 잘 생겼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회차가 지날수록 잘 생겨 보이는 걸 넘어 잘 생긴 거였다

 

민준이만 그런 게 아니다. 뭐야? 했던 홍대도, 효봉이도 잘 생겨 보이는 거다. 야 감독도 12회를 기점으로 너무 존잘인 것이다. 뭔가 남주혁이나 이종석이나 이민호 같은 조각 같은 얼굴에서 트렌드가 바뀌어 가는 것 같다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예전 식당이나 술집에서 금연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흡연자들은 들고일어났다. 그래서 평수에 따라서 술집에서 흡연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실내에서의 흡연이 완전하게 사라졌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바뀌어간다. 우리는 그 흐름 속에 있는 것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자리에 우리가 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좀 웃기네

 

민준이는 극한의 개싸가지 이소민에게 너는 싸가지가 없다, 너는 깬다,라고 대놓고 말할 줄 안다. 그러면서 이소민을 이소민보다 세심하게 보살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알 수 없는 감정으로 하나가 될 때 민준이는 이런 대사를 한다

 

우리 떨어져서 일하고

바빠지더라도

서로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고

개뿔 그러지 말자.

매일 보는 거야

얼굴 마주 보고 싸우고

멱살을 잡는 한이 있더라도

매일 보며 사랑하자

 

민준이는 정말 유치하고 진부한 캐릭터인데 유치하고 진부한 게, 그게 무섭다. 왕좌의 게임 이후 뇌의 7구간을 채워줄 영상 콘텐츠가 없었는데 그걸 ‘멜로가 체질’이 해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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