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평민? 제목이 별로라 다시 바꾼 제목으로 영화가 나온 것이 ‘로마의 휴일’이었다. 희대의 천재 글쟁이 달튼 트럼보는 로마의 휴일 각본을 영화사에 판매할 때에도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판다. 정부의 탄압 때문이었다.

당시 정부는 민주주의를 표방한다는 명분하에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진보 성향의 각본가들을 탄압한다. 여기에 레이건 (당시 배우협회 회장) 대통령부터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 존 웨인, 로버트 테일러 등 많은 배우들이 정부 쪽에 서서 탄압에 가담한다. 하지만 그레고리 팩 같은 배우는 트럼보 같은 진보주의자들을 응원하며 반미활동 조사위의 만행과 정부를 비판했다.

자신들의 편에 섰던 판사가 뇌출혈로 사망하게 되자 정치 스캔들에 휘말려 감옥에 가게 되는 트럼보. 그때가 1950년 6월이었다. 감옥에서 수모를 겪으며 수감 생활을 하는 트럼보. 수감 생활은 힘들기만 하다. 그래도 클레오에게 편지를 쓸 수 있어서 두려움을 잊고 잠시 행복하다. 가장 운 좋은 불행아라고 말하는 트럼보.

할리우드의 천재 극작가 달튼 트럼보.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활동을 시작하는데. 달튼 트럼보의 이야기를 한 영화 ‘트럼보’는 정말 재미있다. 당시 여러 영화인들이 동료들을 정부에 고자질하여 달튼을 포함해 10명이 증언을 거부함으로 1960년대 초까지 영화계를 떠나야 했다. 이들을 ‘할리우드 10’이라 불렀다.

그러나 강력한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달튼 트럼보의 창작 욕구를 누를 수 없었다. 달튼은 수모, 고통, 고욕 모든 것을 짊어진 채 10개가 넘는 가명으로 활동하며 존재가치를 증명해낸다. 좌절하고 쓰러지고 넘어져도 주저앉지 않았던 트럼보. 결국 그는 미국의 최고 극작가가 된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다. 대한민국 탄생이래 난생 처음 겪는 탄압으로 폐지된 KBS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다시 방송되는 그날까지.



예고편

https://youtu.be/gnOOgJv4k3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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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길어지면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호하게 된다. 전쟁에는 선과 악도 의미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그저 살아남거나 시키는 대로 테러를 하거나 테러를 하는 범인을 잡는 일에 하루, 한 달, 일 년 모든 날들을 보내게 된다.


미드 시리즈 홈랜드를 보면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냉전이 지속되면 누가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나쁜 편인가.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곳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소련의 전쟁도 오래 끌면서 젤린스키는 작년만큼 세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외면받고 있다. 반도에 투척해서 전쟁을 멈추라며 지원받았던 엄청난 양의 무기를 젤린스키가 원하는 곳에 다 써버리고 전쟁이 길어지는 발단이 되면서 작년 초에 젤린스키가 1조에 가까운 돈을 빼돌렸다는 영국 비비씨의 보도가 있었다. 이번에 선거를 다시 해야 하지만 젤린스키는 전쟁 중이라 선거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전쟁은 점점 길어지는데 죽어나고 고통을 받는 건 불쌍한 국민들뿐이다.


전쟁이란 길어지면 이제 어떤 식으로 끝맺음을 해야 하는 건지 결말의 답이 사라져 버린다. 길어지는 과정에서 믿었던 대통령이 이상하게 보이면서 점점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건 그저 전투력이 없는 일반인들뿐이다.


이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만 봐도 그렇다. 2차 대전 후 영국과 미국에 속아서 팔레스타인의 지역이 이스라엘로 넘어가면서 혹독한 탄압을 받아왔다. 참다 참다못한 팔레스타인이 1987년에 인티파타가 일어났을 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량학살을 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아이들도 싹 다 죽였다. 잔혹하게 인종 청소를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 여론이 생겨났다. 이스라엘은 가자, 서안 지구든 뭐든 다 쓸어버리고 이스라엘 정작촌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물과 전기를 이스라엘이 통제를 하고 제대로 된 물을 마시지도 못하고, 그런 탄압을 팔레스타인은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서안지구의 온건파, 가자지구의 강경파. 파타와 하마스. 팔레스타인의 지지는 하마스 쪽으로 기울었다. 강경파 쪽으로. 가자지구에 폭격하는 모습을 보며 축하하는 극장도 이스라엘에 있는데, 그 모습을 아이언맨에서 오마주 하기도 했다.


장벽을 세워 240만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둬 버렸다. 가혹하게 봉쇄를 하고 인구 탄압을 했다. 만약 이스라엘 군인에게 돌 하나를 던지면 법으로 징역 20년을 살게 된다. 사람을 잡아서 임의 구금을 할 수 있는 시간도 400일로 법으로 정해놨다. 마음대로 팔레스타인 사람을 잔인하게 탄압했다. 미성년자도 잡아서 구금했다가 세계에서 들고일어나서 미성년자는 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누가 누구 편을 드는지가 여론을 통해 나오고 있지만, 고통을 받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일반인들뿐이다. 아무 죄도 없는, 그저 하루를 보내고 싶은 그런 일반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를 보면 지금의 전쟁을 하는 국가들의 배경과 그들의 이유 같은 것들이 보인다. 영화 속에서 어째서 테러를 일으키는지, 자살폭탄이라는 것과 테러리스트의 우두머리를 잡기 위해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디카프리오의 모습에서 현재 전쟁의 실존하는 사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실은 생각과 다르고 사실과도 다른 게 진실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로 아주 잘 만든 영화다. 명배우들의 현실 같은 액션과 연기를 볼 수 있다. 재래시장에서 터지는 폭탄은 실제 같고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보는 건 언제나 짜릿하다.


디카프리오가 나온 셔터 아일랜드를 보면 정신이 이상해서 아내와 자신의 아이들을 무참히 죽인다. 정신이 돌아와서 보니 너무나 처참하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에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무의식에서 너무 고통스러운 사실을 기억에서 배제시켜 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형사가 되어 아내를 죽은 범인을 찾아다닌다. 무의식이 방어기제를 펼치는 것이다.


완다비전에서도 완다가 그렇게 완벽한 마을을 만들어 버린 이유도 무의식 속에서 방어기제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너무나 사랑하는,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비전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고 받아들일 수 없어서 완다는 완벽한 가정이 있는 마을을 만들어 버렸다. 그것이 틀어졌을 때 닥터스트레인지와의 결투도 서슴지 않고 하게 된다.


김필영 박사에 의하면 인간은 무의식 세계 속에 수많은 성향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의식의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에서 방어기제를 펼친다고 한다.


프로이트의 딸 역시 심리학 박사였는데 프로이튼지, 그의 딸인지 실험을 했다. 돌아가는 나무막대를 한 무리에게는 20달러를 주며 돌리라고 했고, 또 한 무리는 1달러를 주며 돌리라고 했다. 2시간 후에 20달러를 준 사람들에게 어땠었냐고 물어보니 괜히 했다, 재미없었다, 내가 왜 이걸 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한 반면, 1달러를 준 무리의 사람들은 재미있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같은 반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왜 이런 반응일까. 그건 바로 무의식의 방어기제 때문이다. 1달러를 받고 2시간 동안 나무 막대를 돌린 자신이 너무 한심한 것이다. 그래서 무의식은 자신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괜찮아,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어. 그러니 형편없는 건 아니야. 같은 반응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실험은 흑백사진 시대 때부터 시도했는데, 어릴 때 놀이기구를 탄 기억이 없는데 어린 시절의 사진을 놀이기구와 합성을 해서 보여주면 자신도 모르게 기억이 심어지게 된다. 놀이기구를 탄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놀이 기구를 탔다고 기억을 만들고, 거기서 이야기까지 생성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후에 이건 합성이라고 해도 아니야, 그럴 리 없다며 자신의 기억이 맞는다고 한다.


평소에도 이런 사람을 경험하게 된다. 내 주위에 어르신들 중에 요즘이 원하는 꿈같은 세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어르신 아들이 과학분야 쪽에서 박사 생활을 하는데 요즘 거기가 지원이 줄어들어 힘들어졌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어르신은 욕을 하면서도 나라는 이전보다 아주 잘 살게 되었다, 좋아졌다고 말한다. 미국은 너무 싫어해서 욕을 엄청하지만 디즈니랜드는 너무 좋아서 돈을 왕창 써버리는 꼴이다.


김필영 박사가 한 말과 유시민 작가의 말이 일맥상통하는데, 현재 지지율이 30%가 넘는 것이 너무나 이상하지만 2번을 찍은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찍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방어기제가 나타난다. 내가 찍은 사람이 그럴 리 없다고 믿어 버리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기부정의 말을 한다. 지금 나라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 일본이나 독도에 관련된 것은 가짜뉴스라고 해버린다. 방어기제가 단단하게 생겨 버린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 허트 로커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허트 로커는 전쟁에 중독되어서 전쟁의 현장에 서야만 살아있다고 느끼는 군인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모두가 충격 비슷한 것을 느꼈던 마지막 장면. 영화 두 시간 내내 마치 이라크의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던 허트 로커. 우리가 아침에 참새처럼 들리는 방앗간 같은 로컬 카페에서 커피를 사 먹듯 이라크의 그곳에서는 폭발물을 제거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분대장으로 제임스가 오는데 긴장과 두려움의 폭탄보다 더 위험한 행동으로 대원들을 미치게 만든다.


사막에서 이라크 병들과 대치 중인 장면은 그야말로 하이퍼리얼이다. 사막에서 내리쬐는 태양열 때문에 입술은 말라가고 눈에서는 물이 흐르고 그러면서 1킬로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는 이라크 병들에게서 총구를 대고 있어야 한다. 목과 피부는 타들어가고 파리는 얼굴에 날아와 들러붙는다. 아차 하는 순간 데드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기에 이 순간은 정말 군인들의 피를 말린다.


제대를 한 제임스는 부인과의 대화에서도 일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 그저 군대에서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흩어지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우리는 제임스가 마지막 장면에서 수많은 시리얼 앞에서 그 하나를 고르지 못하는 모습에서 명령 없이는 혼자서 시리얼 하나 선택 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전쟁이란, 전쟁중독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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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잔잔하게 영화가 흘러가는데 지나고 보면 진폭이 커서 약간 숨이 가쁜 영화다. 마지막 장면은 오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렬했다. 영화 속 한 장면이 한 남자를 온통 말해주고 있어서 감동을 했다.

마그리트의 그림, 이름을 버린 두 남자의 뒷모습 뒤에 서 있는 키도 역시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 같은 마지막 장면. 정말 강렬했다. 하루키의 단편소설 시나가와 원숭이에서도 사람의 이름을 훔친다. 이름을 훔치고 나면 그 사람의 대부분을 소유하게 된다. 의미적으로 그렇다.

이름을 버린다는 건 자신의 모든 것, 신분을 버리는 것이다. 신분을 버리게 되는, 버려야 하는 개인적인 엄청난 이유가 있다. 유전자처럼 따라다니는.

안도 사쿠라는 다른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연기가 뛰어나서인지 안도 사쿠라가 울면 몰입하게 된다. 이름을 버린 한 남자를 남편으로 알고 살았던 여자에게 변호사 키도가 찾아와서 남편이 남편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누군지 찾아가는 미스터리다.

영화는 아주 좋고, 몹시 좋다. 자신의 정체성, 바꿀 수 없는 유전자, 대중 속의 고립, 외도, 무시, 재일, 무시, 편견이 서서히 조여오듯 압박하는 게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사실 나와 별반 다를 게 없어서 놀라게 된다.

우리는 사실 신분을 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매일 살아간다. 가족과 있을 때, 일을 할 때, 그곳에 갔을 때, 인스타그램의 나, 모임에서의 나는 전부 다른 사람이다. 어떤 신분이 진짜 나인지 나 조차도 알 수 없다.

일본 영화계가 망했다 해도 수작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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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영화 자체도 감동이지만 장예모 감독에 대한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요즘에, 중국 사회에서 체재에 반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더불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중 축구전에서 패배한 중국 선수들에 대해서 중국 해설자들의 해설 역시 한국 축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축구에 대한 비판과 발전이 필요한 부분을 말했다.  


역시 탁구 선수들의 매달을 수여하는 방송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얼굴이 굳은 중국 선수들을 안타까워하며 메달의 종류에 상관없이 즐거워하며 행복해하는 한국 선수들을 축복하는 중국 해설자들이었다.


그동안 얄팍하게 알고 있던 중국은 그들의 체재에 반하는 언행, 언동을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속이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코로나 때 의사, 기자들은 비록 구속될지언정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려고 했다. 후에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무서운 바위에 계란인 자신의 몸을 던졌다.


이번 부국제의 판빙빙을 보라. 그렇게 중국정부에 탄압을 받았지만 이주영과 함께 영화를 찍고 레드 카펫을 밟았다. 이런 사람들이 중국을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이 영화 제목 ‘원 세컨드’는 30분 정도 지나면 왜 제목이 그런지 알게 된다. 이 영화는 많은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당연하지만 시네마천국의 알프레도와 토토가 떠오르고, 조지 오웰의 1984 속 윈스턴이 살아가는 세계도 떠오르고 인도영화 천국의 아이들도 떠오른다.


장이머우, 우리에게는 장예모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중국 감독. 첸 카이거와 함께 거장으로 불렸으나 홍콩 반환 이후 중국정부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소리를 들었다.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울렸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의 영화는 빛을 잃어갔다.


장이머우 역시 붉은 수수밭에서 세상의 조명을 받았고 영웅에서 재능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레이트 윌 같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빛이라는 것이 소멸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영화 ‘원 세컨드’에서 – 과연 지금 시대에, 현재 시대에 장예모 감독은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전보다 방송이 더 열약해졌다.


예전 김혜수 토크쇼에 나훈아가 나왔을 때 김혜수가 웃으며 여러 번 이혼한 것에 대해서 묻고 나훈아가 대답하면서 풍자 섞인 말들이 오고 갔다. 그런데 지금 이런 이야기를 공중파에서 할 수 있느냐 한다면 그러지 못한다. 한석규, 최민식 주연의 영화 넘버 3의 길거리 포스터에서는 한석규가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있는 장면이 크게 있다. 하지만 요즘 그렇게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더불어 풍자로 정부를 비판하는 예능이나 토크 쇼 방송은 공중파에서 전부 사라졌다.


중국은 예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나라 보다 더 정부의 간섭이 심하다. 강력하다. 영화계에도 칼바람이 불었다. 성룡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들 때문에 중국 정부에 굴복하고 말았다.


첸 카이거와 함께 장예모 역시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 원 세컨드를 보면서 장예모라는 감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더불어 주연을 맡았던 배우들 역시 생각했다.


주인공 장주성은 딸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소리에 감옥에서 탈출하여 영화를 상영하는 마을에 온다. 딸은 영화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시작 전 중국뉴스를 보여주는 영상에 등장한다. 그 속에 1초 동안 나온다.


당시의 중국은 마오쩌둥이 집권하고 있었던 1960년대다. 나이를 떠나 모든 인민이 전부 먹기 위해, 살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해야 한다! 같은 분위기가 강했다.


아이들도 즐겁게 쌀 가마니는 나른다고 뉴스 속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 1초 안에 주인공 장주성의 14살 딸이 쌀가마니를 울러 매고 웃으며 스쳐간다. 장주성은 그 장면만 몇 십 번을 돌려 본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딸의 모습, 그 딸이 웃으며 무거운 쌀가마니를 나르고 있다.


장주성은 말한다. 고작 14살이다. 14살 여자 아이가 즐거워서 저 무거운 쌀가마니를 나르고 있을까. 장주성은 어린아이까지 사회 운동에 동원하는 중국정부를, 이 중국이라는 나라의 체재에 분노 같은 것을 느낀다. 그 짧은 대사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편에서 시저가 했던 한 마디만큼 강하게 느껴졌다.


소녀는 어린 동생이 태워버린 필름으로 만든 전등갓 때문에 필름을 훔쳐 그것을 다시 만들려고 하고, 그 필름 속에 장주성 딸의 1초 영상이 있다.


1초는 너무 하찮지만 그 1초가 모여 영화 한 편이 된다. 1초만 나오는 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목숨을 건 한 남자와 동생을 위해 필름을 훔치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처절하고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희망이라고는 1도 보이지 않는 중국의 시골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삶의 낙이다. 그 영화 필름을 운반하는 도중에 딸을 위해 탈주한 남자와 동생을 위해 필름을 훔친 소녀가 만나서 서로를 위해주는 이야기다. 아주 재미있다. 소녀 역의 2000년 생인 류 하오춘은 라이드 온에서 성룡의 딸로 나와서 연기를 했고 성룡에게 존경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에 대한 집념과 애정이 보이는 영화 '원 세컨드'였다.


예고편 https://youtu.be/0v5B7ujnfao?si=UWHM4eOSRkt-zZ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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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카를 보니 만달로리안의 재미가 슬슬 기어 올라오려고 한다. 만달로리안 시리즈와 보바 펫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재미있게 봤다. 나는 스타워즈 광팬이 아니라서 그 세계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깊게 빠지지도 않았지만 스타워즈 영화- 한 솔로 번외 버전의 영화, 스타워즈 드라마 시리즈는 다 봤다.


스타워즈는 일종의 추억의 음식 같은 것이다. 어린 시절에 늘 구정이나 신정에 티브이에서 방영을 해줬다. 한 번 서울의 친척집에 가게 되었는데 모여든 친척들이 서먹서먹할 땐데 한 이불이 발을 넣고 전부 스타워즈를 보며 귤을 까먹었다. 그러다가 스타워즈에 점점 빠져들어 모두가 와와 하며 보면서 친해졌다. 뭐 그런 기억 때문인지 겨울이 되면 스타워즈를 찾아서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만달로리안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만들기도 엄청나게 잘 만들었고 보는 내내 사랑스러운 그로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만달로리안 시즌 1

영화가 생긴 이래 역사상 가장 못생긴 수백 살인 요다가 50살 아가였을 적에는 이렇게 귀욤귀욤 터지는 아이였다는 걸, 이 정도로 미친 귀여움을 장착하고 포스를 사용하는 걸 본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눈이 하트로 변한다.


만달로리안에서 요다는 우리가 아는 요다의 어린 시절은 아니고 그냥 같은 종족인 아기 요다인데 이름은 그로구. 만달로리안은 만달로어인 중에서 딘 자린과 베베(베이비) 요다인 그로구의 티키타카 로드무비다. 기존의 스타워즈와 접점이 없기 때문에 스타워즈 생각지 않고 보면 됨.


시작부터 재미있다. 시즌 1만 해도 한 편당 보통 극장의 영화에서 볼 정도의 엄청난 볼거리가 터져 나온다.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존재들의 모습과 드로이드들의 총질, 그리고 은하철도 999에서 차장을 닮은 듯한 난쟁이들, 자와의 움직임과 그들의 언어는 마치 미니언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만달로리안의 갑옷 속에 숨겨진 여러 무기들의 사용과 아가아가 요다와의 캐미는 보는 재미를 더 한다. 또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여자 지나 카라노의 액션도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나 카라노의 정말 멋진 액션은 2012년 영화 ‘헤이와이어’에서다. 그게 아마 종합격투기에서 패배하고 은퇴 후 처음 찍은 액션 영화로 알고 있는데


그 영화에서 주인공 지나 카라노 빼고 이완 맥거리그, 마이클 패스벤더, 마이클 더글라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엄청난 배우들이 나오는데, 지나 카리노에게 다 터진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일대일 격투신은 와우 정말 끝장난다.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여지없이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만달로리안 시즌 3까지 있는데 시즌 1부터 보면 재미있다. 스타워즈 팬이 아니더라도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스타워즈 영화 버전으로 나온 시리즈보다 훨씬 재미있다. 귀요미 요다를 뺏으려는 자들과 절대 빼앗기지 않으려는 만달로리안의 전투가 볼 만한 시즌 1이었다. https://youtu.be/N0hXFxtBYz8


만달로리안 시즌 2


존 파브로는 도대체 천재야 뭐야? 다 말리는 로다 주를 데리고 아이언맨 찍더니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만들고, 만달로리안 세계관을 창조하고 극본까지 지가 다 써버리고 뭐야 도대체. 그저 스파이더맨 뒤치다꺼리나 해주고 메이 이모에게 반한 뚱뚱한 해피해피가 아니었다고.


시즌 2는 시작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우주선의 비행이며, 전투신이며, 물에 빠진 우주선을 건져내는 모습까지 정말 너무나 디테일하고 세세하고 실제 같다. 시즌 2에서는 그로구의 귀염뽀짝 터지는 여러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서 재미를 더 한다.


그로구 녀석 개구리 종족의 마지막 후계자로 남은 알을 몰래 꺼내 먹는 모습이나, 녹색 마카롱 먹고 우주선이 뱅뱅 과속하니 오바이트하는 모습까지, 너무 귀엽다. 시즌 2에서는 스타워즈의 오마주 같은 모습도 많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더욱 재미있는데 갑옷을 잃은 보바 펫도 나오는데, 보바 펫의 전투력이 만달로리안을 뛰어넘는 것 같은 전투를 보여준다. 그래서 시즌 3으로 넘어가기 전에 ‘북 오브 보바 펫’을 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에는 다크 트루퍼(이것도 벌써 피규어로 나와서 팔리고 있는 것이 신기함)들을 전부 한칼에 날려 버리는 제다이가 등장하는데 얼굴이 두둥.


만달로리안과 그로구가 헤어질 때 모습을 보면 애절하다 못해 마치 연인이 헤어지는 것 같다.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도 볼 수 없어서 표정을 알 수도 없고, 그로구 역시 표정이라고는 입을 약간 벌리는 아가 일뿐인데 뭐가 이렇게 애절하게 보이지.  이때 아소카가 잠깐 등장한다.


그렇게 해서 만달로리안이 그로구를 데리고 제다이에게 데려다주는 긴 여정이 끝나면서 시즌 2가 끝난다. 여러 영화에서 실패했다면 만달로리안에서는 실패하지 않음. 나처럼 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도 상관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자들은 이상하게 만달로리안을 거의 보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이 길이다!

https://youtu.be/4OyR4AD_lCY


북 오브 보바 펫

이렇게 재미있을 일이가, 이게 이렇게나 재미있어도 된단 말이가. 근래의 마블 영화들, 디씨 영화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고 재미있다. 초반에는 만달로리안만큼은 아니지만 뭐 어때, 하는 마음이었는데 5화부터 흑화 하더니 점점 달아오르는 불덩이처럼 마지막 회차까지 재미가 떨어질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보바 펫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한 솔로에게 한 방 먹고 사막 밑으로 떨어져 주둥이 이빨이빨 괴물에게 먹혔다. 자바 더 헛이라고, 배가 축 늘어진 찰흙을 물에 불려 창문에 집어던져 흘러내리는 듯한 얼굴을 한 쌍둥이를 지키다가 사막 밑으로 떨어져 생사를 알 수 없다가, 현생으로 40년이 흐른 지금 디즈니의 자본과 존 파브로의 극본과 로드리게즈의 연출력이 만나 다시 태어났다.


보바 펫이 초반에는 샌드족에 잡혀서 노예로 있다가 그들을 도와주며 그들에게 인정받기까지의 과거 여정이 나오는데 이 이야기가 무척 좋다. 마치 회사에 취업하여 보잘것없던 내가 하나하나 일을 배워 경쟁업체를 물리치는 뭐 그런 짜릿함이 있다. 보바 펫은 그래서 어쩌고 저쩌고 수장이 되었는데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하고 싶은데 시민은 시민대로 대들고, 반대 세력은 반대 세력대로 대든다. 만만치가 않어.


5화에서는 만달로리안이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진짜 재미다. 보바 펫과 만달로리안이 합세하여 거대세력과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만달로리안이 등장해서 헤어진 그로구를 찾아간다. 그로구는 열심히 마스터 루크에게 포스를 배우고 있다.


귀염 터지는 아가아가 지천명 그로구의 행동 하나하나가 보는 이들을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만달로리안은 그 멀리까지 가서 그로구를 만나지 못하고 보바 펫에게 온다.


그로구는 그 사실을 알고 제다이가 되기를 포기하고 지를 키워준 양 아빠 만달로리안을 만나러 비행선을 끌고 온다. 그때 그 둘이 만나는 장면 뭐지? 왜 눈물 나려 하지? 가면 때문에 얼굴 표정이고 뭐고 안 보인다고. 그로구의 표정 역시 눈만 뜨고 있을 뿐인데 이 감격은 도대체 뭐지? 하게 된다.


포스를 배운 지천명 귀염 뽀짝 요다인 그로구의 포스 활약 덕분에 만달로리안은 생명을 잃지 않는다. 만달라로리안도 그렇고 보바 펫도 그렇고 스타워즈 영화 속에서 하찮게 지나쳤던 캐릭터들이 여기서는 전부 입체적이 되어 진짜 살아서 자신의 몫을 하는 게 너무 좋다.


그로구는 그래픽이 아니라 인형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제 만달로리안 시즌 3으로 넘어가자. https://youtu.be/alfhlyY-oH0


만달로리안 그로구

시즌 3에서 세계관이 넓어지려 한다. 제국이 소멸하고 신공화국이 건설되고 모두가 풍요롭게 생활할 것 같은데 어쩌고 하면서 뭔가가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앞에 펼쳐질지 기대가 팝콘벚꽃처럼 부풀어 오른다.


지천명 귀염뽀짝 그로구가 양 아빠 만달로리안에게 온 것은, 마스터 루크(스타워즈 시리즈의 그 루크. 어찌나 얼굴이 똑 닮은 배우를 섭외했던지)에게 포스를 열심히 배우고 있을 때 양 아빠 만달로리안이 보바 펫과 합세하여 전투 전에 그로구를 만나러 행성으로 간다.


양아빠는 어찌나 아가아가 그로구를 생각하는지 베스카(블랙팬서의 비브라늄,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같은 무적의 물질)로 만든 그물 조끼를 들고 왔지만 제다이가 못 만나게 한다. 자꾸 정을 붙이면 포스를 배우는데 실패하니 어쩌니 하면서 만달로리안을 잘 타일러 쫓아낸다.


어찌나 이 부분에서 말 잘 듣는 만달로리안. 가면 쓰고 있어서 표정을 알 수 없지만 고분고분 듣는 착한 초등학생 같은 딘 자린. 그래가 딘 자린은 선물을 그로구에게 전달해 달라며 결국 만나지 못하고 행성을 나오게 된다.


포스를 열심히 귀염귀염 훈련하던 그로구에게 마스타 루크가 너에게 선물이 왔다며 베스카로 만든 그물조끼를 꺼낸다. 그로구가 와아 기뻐하며(라고 보는 이들이 상상할 뿐이다) 울 아빠의 선물이구나, 조끼를 만지려고 하는데 루크가 잠깐! 하며 그로구에게 제다이의 라이트 세이버를 꺼낸다. 이건 말이야, 나의 스승 요다의 것이었지, 이제 그로구 너에게 줄게.


다만, 선물을 잡는다면 포스 배우는 걸 멈추고 제다이가 되길 포기하고 딘 자린에게 돌아가서 그곳에서 영원히 살면 된다, 하지만 라이트 세이버를 잡는다면 나를 뛰어넘는 제다이가 되어서 제국이 부활해도 맞설 수 있게 된다,라고 한다. 두둥.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로구는 그물 조끼를 입고 양 아빠 딘 자린을 찾아서 비행선을 몰고 만달로리안이 전투하는 곳까지 와버린다. 그렇게 둘이 해후(는 뜻밖에 다시 만나는 거지?) 하여 좋아 죽으며 시즌 3까지 달려온다.


시즌 3, 1화에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한 편이 끝나면 마지막에 이렇게 이름들이 올라가면서 그 화의 포인트를 캡처해서 보여주는데, 물에서 기어 나온 악어 닮은 괴물은 왜 다르죠? 얘네들이 허술하게 다르게 표현했을 리가 없을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 궁금함을 해결해 주는 곳이 없더라. 만달로리안 팬들이 있다면 알려주십쇼. 라고 SNS네 올린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스타워즈 팬 분이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리스펙.


이렇게 죽 쓰고 보니 만달로리안을 보지 않고서는 이게 무슨 똥 같은 말이지? 할 것 같다.


그로구 모음 무한 귀여움에 좋아 죽음 ㅠ https://youtu.be/qYJWHkZfQ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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