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잔잔하게 영화가 흘러가는데 지나고 보면 진폭이 커서 약간 숨이 가쁜 영화다. 마지막 장면은 오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렬했다. 영화 속 한 장면이 한 남자를 온통 말해주고 있어서 감동을 했다.

마그리트의 그림, 이름을 버린 두 남자의 뒷모습 뒤에 서 있는 키도 역시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 같은 마지막 장면. 정말 강렬했다. 하루키의 단편소설 시나가와 원숭이에서도 사람의 이름을 훔친다. 이름을 훔치고 나면 그 사람의 대부분을 소유하게 된다. 의미적으로 그렇다.

이름을 버린다는 건 자신의 모든 것, 신분을 버리는 것이다. 신분을 버리게 되는, 버려야 하는 개인적인 엄청난 이유가 있다. 유전자처럼 따라다니는.

안도 사쿠라는 다른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연기가 뛰어나서인지 안도 사쿠라가 울면 몰입하게 된다. 이름을 버린 한 남자를 남편으로 알고 살았던 여자에게 변호사 키도가 찾아와서 남편이 남편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누군지 찾아가는 미스터리다.

영화는 아주 좋고, 몹시 좋다. 자신의 정체성, 바꿀 수 없는 유전자, 대중 속의 고립, 외도, 무시, 재일, 무시, 편견이 서서히 조여오듯 압박하는 게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사실 나와 별반 다를 게 없어서 놀라게 된다.

우리는 사실 신분을 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매일 살아간다. 가족과 있을 때, 일을 할 때, 그곳에 갔을 때, 인스타그램의 나, 모임에서의 나는 전부 다른 사람이다. 어떤 신분이 진짜 나인지 나 조차도 알 수 없다.

일본 영화계가 망했다 해도 수작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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