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의 정원은 곶자왈(라고 하기는 뭣 하지만)같은 거대한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있는, 다 죽어가는 모리라는 일본의 유명한 화가가 30년 동안 정원이 있는 집밖에 나가지 않고 정원에서 관찰하는 꽃, 벌레, 새, 고양이, 도마뱀 같은 생명체에 영감을 받아서 그린 그림으로 최고의 화가가 된 모리의 정원으로 사연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모리의 가족은 그 사람들을 다 받아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주 조용하고 느리게 그려낸 영화다. 헉헉

모리의 아내로 키키 키린이 나온다. 살아생전의 키키 키린의 온화하고 특유의 웃음과 발음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나는 키키 키린이 죽기 전에 키키 키린과 변희봉이 나오는 이야기를 써 놓은 게 하나 있다. 코미디로 변희봉과 니시다 토시유키(일본의 할아버지 배우)는 젊었을 적 잘 나가던 폭력배 친구였다.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자의 꿈을 키우던 젊은 변희봉이 조직들에 의해 죽음의 상황에 놓였을 때 젊은 니시다 토시유키가 구해준다. 두 사람은 조직에서 승승장구하여 중간보스급으로 오르는데 그만 젊은 니시다 토시유키가 조직에서 잘못하여 손가락이 잘려나갈 뻔 하는데, 대신해서 목숨 걸고 반대파에 뛰어 들어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람이 젊은 변희봉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조직폭력의 꿈을 키워가던 중 한국과 일본의 국제법이 틀어지면서 사이가 좋지 않게 되어 일본 내 한국인 조직폭력배를 잡아들이는 일이 벌어지고 할 수 없이 젊은 변희봉은 한국으로 오게 되면서 두 사람은 연락이 끊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변희봉은 한국에서 조직생활을 청산하고 공인중계업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느닷없이 일본에서 한 할머니 키키 키린이 나타난다

일본에서 어느 날, 조직폭력의 오야붕이었던 니시다 토시유키는 병환으로 끝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고 죽기직전 부인 키키 키린에게 한 통의 편지를 주며 한국에 있는 친구 변희봉을 찾아가서 이 편지를 전하라고 한다. 꼭 두 사람이 같이 뜯어보라는 말을 남기고 죽게 되고 키키 키린은 편지 한 통 달랑 들고 한국으로 와서는 말도 통하지 않는 변희봉과 만나서 편지를 개봉하려는데 야쿠자 졸개들이 편지가 보물을 숨겨 놓은 편지라고 생각하고 키키 키린과 변희봉을 쫒으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영화 속 변희봉의 그 넉살 섞은 말투 “아 근데 말씨”같은 말로 키키 키린을 대하고 키키 키린은 “에? 에?에에에에? 나니? 나니?”라며 대화가 되지 않아서 같은 길로 도망치는 것도 어려워서 헤매게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며 혼자서 낄낄거리며 적어봤던 적이 있었다

모리의 정원에는 카세 료도 나오는데 카세 료는 깡패 역을 할 때도 그렇지만 하는 모든 역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 사람처럼 보인다. 잘 잡히지 않았지만 마지막 캡처에서 모두가 앉아서 카레우동을 먹다가 키키 키린이 재채기를 하니 쟁반노래방처럼 천장에 두었던 쟁반이 떨어져 밥 먹던 사람들의 머리를 강타하는 모습은 웃음이 나온다

아주 느리고 천천히 흘러가고 뭐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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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도 ‘킹덤’이다. 일본 영화로 중국 진시황을 다룬 무협 원작만화를 영화로 실사화 했다. 일본은 근래에 주로 이렇게 실사화하는 경향이 많다

79년에 나온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을 보면 정말 영화를 잘 만들어서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도 할 수 없다. 오로지 극을 끌어가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들어서 90년대에 ‘오겡끼데스까’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같은 멜로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렸는데 언젠가부터 야금야금 무너지는 느낌이 들더니 근래에는 주로 실사화가 되고 있다

원작 만화를 그대로 영화로 옮겨놨기에 그저 볼만은 하다. 일본 영화를 보다보면, 잊을 만 하면 나오는 남자배우의 대사 톤 같은 것이 있다. 주인공 신 역의 켄토처럼 입을 삐죽거리며 거친 목소리로 “난쟈 코뤠아야야야” 같은, 뭐랄까, 야쿠자에 갓 입성한 졸개가 상대방 조폭과 싸울 때 내는 그런 대사가 있다

일본의 예능이나 일반인들의 대화를 들으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유독 영화 속에서 가래 끓는 소리로 구강을 크게 움직여 “오레와아 쿠즈댜아아아” 같은 대사가 있는 영화가 있다. 켄토는 2시간 넘는 동안 시종일관 이런 톤으로, 이런 대사를 친다. 오레와 쿠즈다? 이거 무슨 말이지

야마자키 켄토는 드라마에서 바보 의사로도 나오기도 한데, 말수가 적고 츤데레였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시바사키가 잘 어울렸다. 절대 시바새키가 아니다. 그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샤방샤방 샤랄라 한 것이 바닷가가 배경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떤 내용이냐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한데 또 알기는 싫고, 뭐 그런 시답잖은 내용인데 참 이상하게도 재미있다

그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4계절을 담아서 드라마를 만든 ‘여름 향기’가 떠오른다. 가을 동화, 봄의 왈츠, 겨울 연가도 그렇고 그저 그런 내용이지만 사람들이 좋아했다. 여름 향기는 주인공 손예진의 심장이 망가져 이식을 받는데 그 심장이 원래 애인인 송승헌에게 자꾸 가려고 하고, 애인이 있던 손예진은 그런 자신의 콩닥콩닥 뛰는 가슴이 이상하고, 어찌 보면 판타지였다. 판타지멜로감성가정파괴 드라마였다

준상이도 보지 못했고, 얼마면 돼!도 보지 못해서 다른 드라마는 모르겠지만 여름 향기는 다 본 것 같다. 그나저나 윤석호 감독은 그 뒤로 전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은 대체로 막장 불륜으로 가니까, 감성 불륜은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한 탓일까.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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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하고 복잡한 도시 피츠버그. 낮에는 제철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고 밤에는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알렉스. 나이트 댄스의 일이 끝나면 파김치가 되어서 집으로 들어온다. 공장이었던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알렉스는 파김치가 되었지만 꿈을 향해 춤 연습을 한다

알렉스가 이렇게 힘들게 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발레단에 들어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하지만 발레단에 원서를 접수하려고 들어가서는 이내 나오고 만다. 자신의 옷차림과 다른 그들, 춤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자신의 동작과 다른 그들에게 주눅이 든다

알렉스의 춤의 스승은 스트리트 댄서들이며 도로 한 복판의 교통경찰이다. 알렉스는 그들의 동작을 보며 자신의 춤으로 승화시킨다. 알렉스의 춤을 최고로 평가한 사람은 왕년의 발레리나 한나 아줌마였다. 한나는 알렉스에게 도전하기를 늘 바라고 있다

알렉스를 막는 건 자기 자신이었다. 겁이 났다. 좌절하게 될까 봐, 지금까지 달려온 것이 물거품이 될까 봐 늘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사랑하는 닉이 오디션을 보게끔 전화를 했다는 것에 분노하고 가짜인 오디션은 보지 않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닉은 오디션은 알렉스 너의 힘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꿈을 잃는 것은 죽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 와중에 한나 아줌마는 죽게 되고 알렉스는 오디션을 보러 간다. 외모를 보고 경멸과 귀찮아하는 눈빛을 보이는 심사위원들에게 스트리트 댄스를 접목시킨 자신만의 춤을 선사한다. 아이린 카라의 왓 어 필링에 맞춰 춤을 춘다. 발로 스텝을 맞추는 한 심사위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폴라 압둘처럼 좋아하는 여자 심사위원. 경멸의 눈빛은 찬사의 눈빛으로 바뀌고 합격의 영광을 사랑하는 닉과 함께 나누며 영화 ‘플래시 댄스’는 끝이 난다

83년에 나온 플래시 댄스는 이후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켰고 최근래에는 데드풀 2에서까지 저 장면을 오마주 했다. 알렉스가 나이트클럽에서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강렬한 음악에 맞춰 의자 하나만 놓고 춤을 추다 물벼락을 맞는 시퀀스는 정말 많이도 따라 했다

식당에서의 장면도 유명하다. 닉의 전 부인이 나타나 깝죽거렸을 때 겉옷을 벗고 당당하게 말해 전 부인의 코를 납작하게 하는 알렉스의 이 장면은 거의 10년 정도 후에 귀여운 여인도 떠오른다. 플래시 댄스는 80년대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명곡들이 즐비하고 대체로 1절을 그대로 내보낸다. 그리고 그에 맞게 알렉스가 춤을 춘다

알렉스는 18세이다. 담배를 피우고 닉은 아직 담배 필 나이가 아니라고 하지만 또 같이 잠은 잔다.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여러모로 지금에서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설정이 가득하지만 다시 봐도 좋을 영화다. 주인공 알렉스의 시원시원한 미소를 볼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당시의 배우들이 최근에는 대부분 활동을 하지 않는데 알렉스 역의 제니퍼 빌즈는 근래의 스웜프 씽에도 나온다. 멋지게 나온다

전율을 원하면 춤을 춰라 알렉스처럼, 꿈을 원한다면 춤을 춰서 전율을 만끽해라 알렉스처럼,라고 말하는 것 같은 영화, 오랜만에 아이린 카라의 ‘왓 어 필링’을 들어보자. 열정의 춤추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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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의 내용은 다 알거라 생각하고, 영화 속 곽진배 역의 진구의 얼굴에는 상처가 있다. 곽진배는 조폭 수호파의 중간보스인데 얼굴에 칼빵을 맞은 것 같은 상처. 진배의 얼굴에 상처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상처‘인 것이다

26년은 강풀의 원작으로 두고 있다. 원작에서 진배가 입대를 하기 전, 어머니와 밥을 먹는다. 그때 티브이 속에 그 사람이 나온다. 그 사람은 티브이 속에서 본인은 잘못이 없고, 재산도 29만 밖에 없다고 한다

그때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진배의 어머니는 얼굴에 핏대가 올라오더니 티브이의 그 사람을 보며 죽여! 죽여! 라고 외친다. 그 사람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시달리던 어머니는 티브이 속에 나타나서 지은 죄가 없다고 말하는 그 사람을 보고는 그만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후에 진배가 입대를 하고 제대를 했을 때 진배의 어머니는 아들의 모습이 계엄군의 모습으로 보였다. 총검으로 아버지를 난도질해서 죽여 버린 그 계엄군으로 보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식칼을 들고 나와 소리를 지르며 진배의 얼굴에 상처를 낸다

영화 26년 속 진배의 얼굴에 난 상처는 말 그대로 그들의 상처인 것이다. 얼굴에 난 상처는 흉터를 내며 속살이 올라와 아물지만 진짜 상처는 흉터도 없이 그 시간에 그들을 머물게 한다

사실 광주시민이 아닌 이상 518에 관한 영화가 나오면 사람들은 관심 없을 것 같지만 2006년에 화려한 휴가가 나왔을 때 거의 700만 명이 관람을 했다. 그리고 택시운전사는 천만을 넘었다

이렇게 전 국민이 518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고 무섭지만 들여다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전두환은 그런 국민을 비웃듯 골프 치러 다니고 이순자는 진정한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은 전두환이라고 하니, 당시로 돌아갈 수도 없고,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도 없고 고작 책임자였던 전두환 하나 잡아넣는 것이 이리도 힘들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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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부터는 잔인한 장면이니 뒤로 넘기지 마세요

블룸하우스에서 인비저블맨 후속으로 만든 ‘더 헌트, 2020’는 인비저블맨과 불과 두 달 정도의 터울이 있을 뿐이다. 인간사냥에 관한 내용이며 기존의 블룸하우스 작품들과 차별 점은 시원시원하고 과감하게 액션 고어물이라는 거다

처음 화면에 등장하는 엠마 로버츠가 주인공처럼 몇 분을 나오지만 이내 머리통이 팍 깨져 버린다. 엠마 로버츠는 ‘너브’로 이름을 제대로 알리고 ‘리틀 이태리’에서 사랑스럽게 나온다. 엠마 로버츠는 에릭 로버츠의 딸로 에릭 로버츠의 여동생이 입큰 개구리 줄리아 로버츠다. 엠마 로버츠는 대체로 조연보다 주연이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카메오 정도로 등장한다

그 외 주인공처럼 보이며 등장하는 여타 배우들도 가차 없이 몸이 분리가 되거나 뚝배기가 박살이 나서 죽어 버린다. 캡처로는 상당한 고어물처럼 보이지만 시원시원한 액션물이다. 이전의 인간사냥물과 다른 점은 잡아온 사냥할 사람들에게도 첨단 무기를 준다. 그리고 부자들이 사냥을 하는데 사냥을 하는 부자들도 이전의 영화처럼 사냥에 프로가 아니다

시각적인 자극이 있을 뿐 어쩌면 인간사냥에 관한 부분만 놓고 보자면 ‘더 랍스터’보다 덜 잔인한 것 같다. 사냥을 하다가 사냥감 중에 잡혀온 한 여성에게 부자들이 몰살당한다. 슈퍼 같은 데에서 일하는 주인공 크리스탈은 전직 특수부대 출신이고 잘못 건드렸다 개작살나는 내용이다

이 영화가 잔인해 보이지만 왜 재미있냐하면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는 불평등을 여실히 꼬집고 비틀어 놨다. 인종문제라든가 이민자라든가 종교갈등에 관해서 영화는 교묘하거나 대놓고 드러내거나 했다. 그리고 주인공일 것 같았던 사람들은 가차 없이 뚝배기가 깨진다. 이전의 인간사냥물처럼 쫓기는 개처럼 도망 다니다 어쩌다가 이기는 내용이 아니라 제대로 된 걸크러시를 보여준다

더 헌트라는 제목도 많다. 그 중에 매즈 미켈슨의 더 헌트는 그야말로 총질 잔인액션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번 ‘더 헌트, 2020’는 제목과 내용으로 기대를 할 수 없게 보이지만 막상 보면 작금의 시대에 틈새를 아주 잘 파고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액션영화를 다른 영화에 비해 B급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6, 70년대 한국영화는 허장강, 이예춘, 독고성, 윤일봉, 신성일 등 액션영화가 붐이었고 사람들에게 뭔가 힘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액션영화는 언젠가부터 하대취급을 받고 2류 문화로 각인되었다

코미디액션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자신은 그렇지 않아서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마치 유행하는 노래를 들으면 어디 아픈 게 아닌가 하는 것과 비슷하다. 킹덤의 대사에도 나오지만 왕족의 피, 천민의 피가 다를 게 없다. 피는 모두 붉은색으로 다 똑같다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먹는 것은 다 비슷하고 생활도 다 고만고만하게 한다. 특별히 토끼 간을 먹고 전용기를 타고 다니지도 않으면서 그런 시선을 거두었으면 좋겠다. 좀비영화나 코미디영화를 보면서도 그 속에서도 뭔가를 발견할 수 있고 심오한 예술 영화를 보면서 지루 할 수도 있다

최고의 빌런으로 힐러리 스웽크가 나온다. 어찌나 관리를 잘했는지 군살이 없다. 마지막 두 여전사의 대결은 오래전 킬빌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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