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가 고등학생 때, 60년대의 고교시절을 소설로 적었고 영화가 되었다. 류가 쓴 거 맞아? 하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흐름은 류가 맞다. 하루키와 류는 그들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전공투 세대인 것이다.

 

늘 사고 치고 학생부 선생님에게 두드려 맞는 게 일상인 야자키와 야마다 그리고 단정한 이와세는 늘 수업 후 운동장에서 매스게임을 연습하는 여학생들을 보며, 무엇인가를 강요당하는 집단은 지겹다는 야마다의 말에 야자키는 이제 17세의 소녀들에 우울한 체육복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녀들을 해방시키기로 하면서 소위 권력에 자기들 방식으로 저항을 한다.

 

그 세계관이 60년대를 바라보는 무라카미 류의 세계관이라 생각한다. 자유주의를 표방한 자본주의 속에는 집단주의와 단체주의가 가득하고, 여성들은 성적으로 핍박받고 성적이 최고로 우선시 되고, 정치는 퇴행해 가는 일본 사회에 경종을(류의 대부분 소설에 그런 것이 나온다) 알리고 싶었다.


그들은 결국 교장의 책상에 똥을 싸지르고 그것에 사상을 붙인다. 영화와 소설을 뒤덮은 정신적 세계의 바탕은 보브 딜런, 롤링 스톤즈, 제니스 조플린이 있다. 가장 직설적이고 정확하고 몸에 닿을 수 있게 저항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었고 당시는 전 세계에 음악으로 전쟁과 기근, 기존 기득권에 저항을 하고 있었다.

 

야자키가 좋아하는 레이디 제인(은 롤링 스톤즈의 노래다)도 셰익스피어보다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가사가 훨씬 쉽게 이해된다고 한다. 주인공들이 밤새 똥을 싸지른 난장판 중에서도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와 당하고 있는 야자키를 돌려 달라며 상상력으로 권력에 대항을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정말 멋진 장면이었다.

 

이 녀석들의 이야기를 보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나면 나에게는 아직 손상받지 않은 하루가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라카미 류는 음식 에세이도 류 답게 쓴다. 일본영화 탐포포에서도 음식은 성(性)과 밀접하다. 류의 음식 에세이는 아주 야하면서 매력적이다. 류의 어머닌가? 할머닌가? 한국인으로 류는 삼계탕을 이렇게 표현했다.


-닭 한 마리를 그대로 넣고, 그 속에 햅쌀과 인삼을 넣고, 수프를 부어 몇 시간 푹 삶은 것으로, 그걸 먹으면 감기도 낫는다고 한다.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 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속에 넣는 느낌을 준다. 삼계탕을 펄펄 끓는 뚝배기 채로 테이블에 올라온다. 펄펄 끓는 우윳빛 수프 안에 닭은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솟아올라 있다. 젓가락을 갖다 대면 껍질이 벗겨지고 살이 뼈에서 떨어져 나와 쫀득하고 하얀 덩어리로 변한 찹쌀과 함께 수프 속에 녹아든다. 봄에 녹아내리는 빙산처럼


식스티나인은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이상일 감독에 의해 영화가 되었다. 츠마부키 사토시의 소년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상일 감독의 모든 영화가 재미있다. 최근에는 히로세 스즈와 마츠자카 토리를 데리고 유랑의 달을 찍었다. 결핍 때문에 떠났지만 결국 결핍이 그리워 다시 결핍의 자리로 돌아오는 슬픈 이야기. 장애라는 건 아픈 게 아니라 불편한 것이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욕을 하고 삿대질을 하며 마음대로 생각하는 그 사람들이 장애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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