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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s of being wild
아비정전 속 인물들은 죄다 가난하다. 그래서 공짜 표를 얻으려 하고, 집세가 더 싼 집을 얻고, 담배를 나눠 피우지만, 멋과 낭만이 있다.
아련하기만 하고 습자지를 대고 보는 건너편처럼 뿌옇고 흐린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남자·여자, 우연, 운명이 실타래처럼 오고 간다.
마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홍콩 버전을 보는 기분이다. 운명을 믿는 여자와 그저 우린 우연이라 말하는 남자. 남자에게 버림받은 가녀린 여자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또 다른 남자.
버림받은 이 공허한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의 애인에 대해서 들어 줄 수 없어요. 남자와 여자는 언제나 길이 엇갈린다.
수리진이 경계할 때는 아비가 다가오지만 아비와 사랑을 하게 된 후에는 멀어지는 아비. 수리진은 이 마음을 감당할 수 없다. 아비는 수리진을 버리고 루루를 만나 또 다른 사랑을 하고, 버림받은 수리진에게 다가오는 경찰관 유덕화.
영화의 주인공들 중에 주인공은 아비와 루루다. 아비에게 수리진처럼 버림받은 루루는 아비를 잊지 못하고 집착을 보이다가 찾아 나선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장학우.
왕가위표 남녀의 엇갈리는 애정과 결핍을 볼 수 있다. 장국영을 위한 장국영의 영화라고 해도 좋다. 이때에도 의상에 신경을 쓴 왕가위는 후에 화양연화에서 의상과 미술이 말도 못 할 정도로 아름답게 날아간다.
영화는 행복을 말한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의 크기와 깊이가 달라서 시간이 좀 지나면 시들해지고 싫증이 난다. 관심은 간섭으로 변하기에 내가 바라는 행복이 상대방도 원하는 행복일 수 없다.
유가령은 지금 아주 세련된 모습이지만 저 때는 그냥 예쁘고 톡톡 튀는 모습으로 아슬아슬하게 나오며, 장만옥은 그야말로 청초한 여인의 수리진으로 나온다.
왕가위 사단이 다 나온다. 보는 재미에 영화 자체가 재미있다. 비극이라 아름다운 영화. 모두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루어진 영화 ‘아비정전’이었다.
https://youtu.be/zSgnpdqTUcg?si=Wr2A4x-Ujp1vbm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