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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는 불가사리도 한 마리 있었다. 불가사리의 종류도 수만 가지에, 모양도 천차만별이다. 불가사리는 수족관에 깔린 모래나 돌에 붙어있는 균이나 녹조류 같은 것을 먹어 치운다고 해서 입양을 했지만, 어느 순간 불가사리가 보이지 않아서 물어보니 불가사리 역시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쪽 다리부터 점점 흐물흐물하게 녹아 없어지더니 그 형체도 없이 물에 녹아버렸다는 것이다.
안타깝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수족관 속에 있는 생명체들은 각각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맞게 주인은 수족관에 맞는 생명체들을 입양해 온다고 했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니모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아주 흥미로운 것들이 많은데, 커진 수족관에는 총 세 마리의 니모들이 있었다. 니모는 암수 구별이 없다가 후에 자신이 원하는 성별을 택하여 교배한다. 세 마리의 크기는 다 다르다.
가장 큰 놈, 중간 놈, 작은놈 이렇게 나뉘는데 이들의 놀이터는 그동안 수족관 속에 넣어둔 작은 커피잔이나 소품 속이다. 그런데 산호가 들어오고 나서 수족관 속 가장 큰 산호와 함께 니모들이 놀기 시작했다. 산호에서 부드러운 촉수가 나오면 니모는 그 촉수에 몸을 비비며 아아 너무 좋아, 하는 모습으로 산호 속에서 몸을 비볐다가 나왔다가 들어갔다. 재미있는 것은 큰 니모가 산호에서 몸을 비빌 때 두 마리의 니모는 절대 산호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면 나머지 두 마리는 산호를 싫어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큰 니모가 산호에서 나오면 중간 니모가 산호에 들어가서 몸을 비볐다. 그들은 서열이 확실했다. 하지만 제일 작은 니모는 절대 산호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느 날은 중간 크기의 니모 몸에 검은 반점들이 생겼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다. 스트레스라는 건 인간이든, 물고기든 생명이 붙어 있는 생명체에게는 전부 영향을 끼치는 모양이다. 니모들에게 먹이를 줘야 하는데 서열이 강한 니모가 밥을 다 먹어버리고 서열이 낮은 니모는 먹이를 먹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먹이를 줄 때 가장 작은 니모를 위해 손을 집어넣어 다른 물고기가 가장 작은 니모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면 중간 니모가 손을 공격했다. 이런 모습은 영화 ‘니모를 찾아서’를 봐도 나온다. 첫 부분에 어린 니모가 잡혀있을 때 아빠 니모가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니모인가? 암튼 서열이 두 번째인 니모가 공격을 한다. 니모의 습성을 잘 관찰해서 애니메이션에 삽입했다. 중간 서열의 니모가 서열이 가장 높은 니모를 받들면서 서열이 가장 낮은 니모를 보호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러니 중간 니모가 스트레스가 심해서 몸에 검은 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항 속에는 두 마리의 새우도 살고 있다. 두 마리의 새우도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새우와 같다. 새우의 역할은 물고기에 붙어있는 세균들을 먹어치운다. 새우는 가만히 있는 물고기에게 다가가서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터에 앉아서 흙을 파먹는 놀이를 하듯 가늘고 긴 다리로 정교하게 물고기의 몸에 붙어있는 세균을 떼서 오물오물거리며 먹는다. 수족관 속에는 락 블레니라는 아주 못생긴 물고기도 한 마리 있다.
락 블레니는 다른 물고기와는 다른 모습으로 헤엄을 친다. 생긴 것도 망둥어처럼 못 생겼다. 다른 물고기처럼 시종일관 떠다니지 않고 산호에 붙어있던가 바위에 안착해 있는 경우가 많다. 락 블레니는 발처럼 생긴 지느러미로 산호를 꽉 움켜쥐는 모습으로 붙어 있다. 얼굴에는 전혀 표정이라는 게 없는 문화 주인공처럼 생겼고 육상동물처럼 눈코입이 앞면에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락 블레니는 어딘가에 늘 찰싹 붙어 있다. 그러면 새우가 다가간다. 새우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아이 귀찮아, 오늘은 긁어낼 세균이 없는데? 하는 표정을 짓고는 새우를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그러면 새우는 어?하며 잠시 당황하더니 락 블레니가 떠난 바위를 긁는다. 그렇지만 락 블레니는 평소에 새우가 자신의 몸을 청소해 주는 걸 좋아한다. 새우에게 몸을 맡긴 다음 아, 정말 시원하구나, 하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걸 보면 참 재미있다.
그러던 중 새로운 가족이 한 마리 들어왔다. 복어 종류인데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움직임이 아주 느리고 지느러미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마치 허공에 공중 부유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복어 종류는 몸이 갑각류처럼 껍질로 덮여 있어서 몸이 유선형으로 휘어지는 헤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치 갈치가 세로로 떠다니는 것처럼.
그 작은 복어의 유영은 시선을 몽땅 앗아갔다. 시간 잡아먹는 귀신이다. 하지만 다른 물고기가 조금씩 자라는 것에 비해 작은 복어는 여전했다.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몸의 색채가 노란색과 갈색의 중간색을 띠었는데 그 색이 나날이 옅어져 갔다. 몸 안의 내장 기관이 다 보일 정도였다. 약을 써보고 다른 곳에 옮겨 물을 더 깨끗하게 해 주었지만 얼마 뒤에 죽고 말았다. 그렇게 그곳의 세계는 변하고 변하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물고기는 사라져 갔다. 그런 모습은 인간 세계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인간도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지고 그러다가 어느 날 사라지고 만다. 물고기들은 정직하며 솔직하다. 인간들처럼 자신의 기준에 타인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고픈 주인의 노력과 수족관 속 세계에서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규칙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누구에게나 각각의 사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