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가진다는 게 뭘까. 감정 때문에 인간은 늘 괴로워하고 병에 젖어든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게 되면 안 되는 것처럼 영화들은 말한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울 때가 있다.

그걸 처음 본 게 블레이드 러너에서의 안드로이드 레플리컨트였다. 동료가 인간에게 죽음을 당하니까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괴로워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감정을 가지게 되면 자기 위주가 된다. 나 살기 바쁜데 누굴 생각하고 있을 수 없는 게 인간이다.

마음을 가지고 싶었던 최초의 인공지능은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나무꾼이지 싶다. 온 마음을 다해 심장, 즉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양철나무꾼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도로시와 토토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니까.

로지는 말했다. 전원이 꺼졌을 때에도 브라이트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그건 바로 마음으로 소리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오차 없는 정교한 프로그래밍보다 탈 많고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은 서로 연결된다는 걸 보여준 로지와 브라이트빌의 이야기.

브라이트빌의 비행은 로지가 주는 선물이었다. 그 비행으로 세상을 조금 알게 된 꼬꼬마였던 브라이트빌. 그리고 꼬꼬마를 키우면서 알게 된 감정이 프로그래밍을 넘어선다는 걸.

육아는 힘들지만 언젠가는 떠날 걸 알기에 힘들어도 나는 법을 가르쳐야 하기에 로즈는 다리가 망가지고 볼트가 하나씩 빠지더라도 이 수고를 헛되이 할 수는 없다. 모든 엄마가 그렇게 아이를 키웠을 것이다.

로봇처럼 변해버린 이 시대의 어른들의 눈물을 쏙 뽑아버린 이야기 ‘와일드 로봇’이었다. 드림웍스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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