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소설 ‘댄스 댄스 댄스’ 좋아하는 사람 있나? 하루키의 소설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인물, 좋아하는 인물이 이 소설에 있어.


고탄다가 바로 그 인물이야. 고탄다는 이 소설에서 빌런의 모습을 지녔어. 빌런은 늘 기존의 틀을 바꾸려 해. 그래서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세상을 비틀고 바꾸려고 하는 건 빌런이지.


그리하여 우리는 매력적인 빌런에게 늘 빠져드는 거 같아. 쫄쫄이 메리야스 슈퍼영웅들의 잔치였던 엑스맨에서도 미스티(크)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사회는 이유를 묻지 않고 그냥 매그니토니까, 그저 매그니토의 모습이니까 악으로 간주해 버린 매그니토에게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 미국은 스타워즈의 제다이보다 다스베이더의 코스튬을 더 많이 하잖아.


고탄다는 확실하게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어. 고탄다는 양사나이의 모습일지도 모르고, 일종의 관념일지도 몰라. 아니면 ‘기사단장 죽이기’의 이데아 일지도 모르고 ‘해변의 카프카’의 커넬 샌더스 일지도 몰라.


고탄다는 알고 있어. 자신의 주류에 속해 있지만 주류에서는 자신의 상실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 그는 사소한 일에는 구차하리만큼 구애되면서도 큰일에는 관대하지.


결국 고탄다는 불꽃에 달려는 나방처럼 미련도 없이 죽음을 향해 스텝을 밟고 밟아 자동차를 그대로 몰아 바다에서 자유한 몸이 되잖아. 그것에 망설임이나 질척임이 없어. 델마와 루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고탄다가 하는 말을 들을지도 몰라. "마지막에 웃는 자는 별거 아니야, 마지막에 가서야 웃기보다 자주 웃는 게 훨씬 나은 인생이야,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들면 얼마나 많은 것을 잃는지 알아? 그러니까 평소에 스텝을 밟아, 춤을 추라고."


고탄다는 빌어먹을 인간이지만 커트 코베인과도 닮았어. 퍼스트 제너레이션 세대. 물질만 쫓는 위 세대들에게 반항을 하듯 돈을 벌고 섹스를 하고 배설하듯 언어를 뱉어냈는데 물질만 쫓는 세대가 오히려 자기를 더 좋아하게 된 것에 대해서 괴로워하다 결국 34살에 끝내버리는 고탄다.


인간이란 건 1년, 1년 순서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간은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다구. 고탄다가 하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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