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의 동생 양희경이 어릴 때 집에 백구를 키웠대. 양희경과 친구가 되어준 백구가 임신을 했는데 아파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어. 근데 백구가 병원이 너무 무서웠던 거지. 가죽 줄로 입을 묶기도 해서 너무 무서운 나머지 병원을 탈출한 거야. 그러다가 그만 자동차에 치여 죽어 버렸어.
꼬꼬마 양희경이 백구를 들고 엉엉 울면서 묻어주는 이야기를 일기로 적었는데 그 일기를 본 시인 김민기가 9분짜리 대작을 만들었어.
김민기는 시인이었어. 시인이 시를 적을 때는 정직하고 진실되게 자신을 모든 것을 토해내서 적는 것 같아. 그래서 시 문학이 여러 문학 중에 제일 꼭대기에 있다고 하기도 해.
김민기가 만든 백구를 들어보면 생명의 소중함이 잘 나타나지. 양희경은 어릴 때 사랑을 주고 키우던 백구가 사고가 나서 죽는 장면을 봤지. 그렇게 해어지게 되었어. 슬프고 아픈 마음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거야.
단순히 티브이에서 사고가 나거나 아픈 사연은 아이들에게 와닿지 않거든. 촉감이 없고 사랑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야. 아이들은 알지. 내가 만져주고 이야기하고 먹이를 줬던, 내가 사랑을 줬던 존재와 헤어짐을 겪는 것의 소중함을 말이야.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나중에 나보다 일찍 죽을 엄마와 아빠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거 같아. 헤어짐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말이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도 엄빠의 몫일지도 몰라.
우리가 백구를 듣고 슬프다는 것을 느꼈다면 김민기는 그 이면의 어떤 무엇을 보지 않았을까. 김민기는 어느 날부터 아이들을 위해 동요, 동화, 어린이 연극 등 어린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거 같아.
https://youtu.be/Z--qzGwSbeU?si=WxgaEijndC35j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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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하면 나는 봉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라. 그리고 많이 들었지. 학창 시절 바쏘리, 오비츄어리, 메탈리카, 머클리 크루 등 박살 나는 음악을 듣다가도 외로움이 폐 깊숙이 파고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봉우리를 들었어.
김민기의 그 울림이 가득한 저음이 폐를 가득 매운 외로움으로 밀고 들어와. 주로 암실에서 들었어. 나는 사진부여서 선배들에게 맞기도 많이 맞았는데 그럴 때 암실에서 청소를 하며 김민기의 봉우리를 들었지.
봉우리는 아주 묘했어. 친구들과 소리 지르고 달리고 놀다가도 봉우리를 들으면 나는 이 세상에 혼자라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게 썩 나쁘지 않았어. 그러니까 너는 하찮은 인간일지라도 봉우리처럼 빛나는 거야, 뭐 그러는 거 같았지.
우리는 늘 봉우리를 찾아다니는 그런 존재인 거 같아.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그러나 언젠가 알게 돼, 지금 내가 오르는 이곳이 바로 봉우리라는걸.
김민기 고인의 명복을 빌며.
https://youtu.be/3DMQc76GfzQ?si=u3Qq3K0jddHswT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