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외가의 부뚜막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했어. 부뚜막에서 오랫동안 가족들의 밥을 해준 솥에서 나는 냄새가 있어. 여름에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들어오면 약간 추워서 오들 거리거든. 그때 솥에서 쪄 낸 알감자를 후후 불어 먹었는데 몸도 따뜻해지며 그 냄새가 너무 좋아서 부뚜막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지. 여름방학이 되면 늘 외가에 갔었지. 초등학생 때는 그게 방학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했어.


여름 하면 외가의 부뚜막 냄새가 그리워져. 외가는 아직 있지만 그 옛날의 외가는 아니지. 부뚜막이 있던 집은 새로 지어서 그냥저냥 볼 수 있는 집으로 바뀌었어. 그래도 그 집이 도시에 있는 집들과는 달라서 창문을 열면 바로 개울이 보이고 여름에 개굴개굴하는 소리가 들려.


2층까지 있어서 민박도 받았고, 2층의 옥상 같은 베란다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었지. 그때는 이미 고등학생이 된 후라. 그래도 외가에 가면 동네에 아직 부뚜막이 있던 집들이 있어서 여름의 냄새가 있었어. 솥에서 물이 끓는 냄새, 감자나 고구마를 삶은 냄새가 외가의 동네에 머물러 있었지. 그래서 여름에 외가에 가서 동네를 거니는 것이 좋았어.


초등학생 어린이 때 놀러 와서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입술이 새파랗게 되어서 나오면 외할머니와 외숙모 외삼촌, 그리고 형들 누나들이 맛있는 것들을 만들어 와서 나에게 먹이곤 했지. 그 냄새가 있어. 후각은 감각 중에서 제일 늦게 후퇴하나 봐.


어쩌다가 그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기시감이 확 드는 거야. 그러면 그 자리에 서서 잠시 멍하게 되곤 해. 마치 그때의 그리운 시간으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어. 지금은 주위에 사람이 많은 게 별로지만 그때는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서 시끌시끌한 게 기분이 좋았어. 위로받는다는 건 알지 못했지만 아마도 아버지도 살아 계시고 외할머니, 외숙모도 다 살아계셔서 그 시끌벅적함이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이었다고 생각해.


알감자를 먹고 개울에서 또 놀다 보면 저녁이 되거든. 산 속이라 여름이라도 빨리 어두워져. 아무리 폭염이 와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 곳이 외가가 있던 불영계곡 속이야. 저녁에 되면 부추를 잔뜩 넣고 전을 구워주거든. 부추가 많이 들어 있어서 어릴 때는 먹기 싫지만 외가에서는 그것마저 맛있었지. 냠냠 오물오물 거리며 먹고 있으면 외할머니는 그 뜨거운 전을 손으로 떼서 입에 넣어주곤 하셨지.


이런 생각이 들면 보통 앨범을 펼쳐 보잖아? 앨범을 보면 사진이 그때의 시간을 고스란히 붙잡고 있으니까 왜곡된 기억도 바로 잡히곤 하잖아. 그러나 지금은 앨범을 열어 보지는 않아. 그 속에 너무 빠져 들어가는 나를 발견하곤 하거든.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감정 중에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갈비탕을 먹고 남은 찌꺼기처럼 항상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다가 흔들면 위로 부유하곤 해. 그래서 언제나 그리움의 맛이 입으로 올라오곤 해서 그리운 사람, 그리운 장소, 그리운 냄새에 깊게 빠져드는 것 같아.


그래서 부침개를 먹었지. 뜨거운 부침개를 후후 불어 먹어도 그리운 맛은 안 나지만 맛있게 먹는 거야. 오늘 어쩌다가 여름의 부뚜막 냄새를 맡았어. 정말 외가의 부뚜막 솥 냄새가 확 나면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어. 인간은 어째서 이런 감정들이 드는 걸까. 이런 감정은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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