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같아. 먹는다,라는 말은 입으로 음식을 넣어서 씹어 삼키는 행위잖아. 먹는다는 건 그런 의미잖아. 하지만 그렇게 먹는 게 의식적으로 쉽지 않다는 거지. 우리는 그걸 기반이라고 하고, 먹는 걸 수월하게 먹는다면 우리는 그걸 기반을 잡는다고 해.


이상은이 부르는 [삶은 여행]은 깊이 있는 노래라고 생각해. 이 정도의 노래를 만들려면 경험을 하지 않고서는 가사를 만들 수 없어. 좌절을 맛보고 절망을 벌리고 들어가서 그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희망을 보고 나온 것 같은 가사야. [삶은 여행]과 [삶은 계란]의 ‘삶’이라는 글자는 같아.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삶’이라는 명사와 ‘삶다’라는 동사는 비슷한데 달라. 따지고 보면 ‘삶’과 ‘삶다’ 사이에는 시간이 지나 익어가면서 영글어 가는 명확함이 있는 거 같아. 그 사이에는 여러 개의 공백이 존재하고, 그 공백을 어떤 식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명확함이 달라지지. 그 속에 기반이라는 것이 있어.


우리는 [기반을 잡는다]라는 말을 왕왕하지. 기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기반이라는 단어와 의미에 대해서 굳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상은의 노래를 들으며 기반이라는 게 혹시 기. 본. 반. 찬.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매일매일 기본 반찬을 챙겨 먹는 것이 기반이 좀 잡히는 생활일지도 몰라. 삶이라는 긴 여행에서 기본 반찬을 매일 챙겨 먹기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야. 언젠가 끝나는 [삶은 여행]을 계속 듣고 있으면 조금은 불안해. 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두려움이 따라붙는 것처럼, 행복 속에 싹트는 껄끄러운 불안 말이야. 늘 행복하다가 한 번 불행해지는 게 나은 삶일까, 썩 행복하지 않다가 한 번 행복한 것이 나은 삶일까.


'삶’이라는 단어를 분절해 놓으면 ‘사람’이 돼. 사람의 ‘ㅁ’과 ‘ㅁ’이 만나면 부딪혀 깎이고 깎여 시간이 흘러야 ‘ㅁ’이 ‘ㅇ’이 되어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거 같아. 삶이란 하루를 삶아 가는 행위가 모이는 것일지도 몰라. 삶이란 인간의 긴 여행이고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나잖아. 소중한 널 잃는 게 두려워서 삶은 언제나 행복하지 만은 않지.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도 없고, 하지만 노래처럼 이젠 알 수 있을 때가 오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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