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진은 사진부에서 배웠고 인생은 올 댓 재즈와 슈바빙 그리고 음악 감상실에서 경험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국어, 수학, 영어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업시간이 듣는 수업은 그저 한 귀로 들어와서 한 귀로 흘러 나갔다. 역사는 좋아했지만 국사 새끼 때문에 책과는 멀어져 버렸다.
그러던 중 사진부에서 정리를 하고 막차를 타고 늦게 집으로 오다가 동네 깡패들에게 걸렸다. 있는 돈을 다 빼앗아 가는 그런 양치들이었다. 나는 깡패들에게 카메라를 뺏기지 않으려고 지키다가 구타를 심하게 당하고 난 뒤 합기도를 배우러 다녔다.
이를 갈아가며 운동을 했다. 내가 도장에 나가고부터 기철, 효상까지 도장에 나왔고 덕분에 관장님에게 칭찬을 들었다. 어째서 칭찬을 들어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학교가 아닌 곳에서 듣는 칭찬은 입술 양끝을 위로 올라가게 만들었다.
문제는 상후 녀석도 도장에 나오겠다는 거였다. 상후는 인문계를 다니며 피아노를 전공하려는 변증법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는 교장과 상후의 어머니와의 교류 같은 것들이 있었다. 어떻든 상후는 학교의 자랑이었다. 그랬는데 거기에 운동까지 하겠다는 변질을 선언했다.
자율학습이 끝나면 9시.
9시 30분에 도장 도착.
10시에 일반부에 끼여 운동을 했다.
합기도는 굉장히 흥미로운 운동이었다. 그러니까 노력을 하면 홍콩 영화 속의 성룡의 발차기를 따라 할 수 있었다. 그건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 새벽 1시까지 낄낄 거리며 발차기 연습을 하고 집으로 가자마자 푹 꼬꾸라져 잠들었다가 아침에 좀비 같은 모습으로 학교에 오면 클럽활동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수업시간은 수면시간이었다. 여기에 상후가 끼겠다는 것이다.
“나 운동하는 거 알면 집에서 쫓겨날 거야. 그래도 너희들과 같이 운동을 하고 싶어. 너희들과 같이 있고 싶다고”라는 말을 상후가 했다.
우리에게 기념일이 생기면 올 댓 재즈로 몰려갔다. 올 댓 재즈에도 음악이 풍부했다.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들어보지 못했던 음악을 올리브가 들려주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정말 슈바빙과 올 댓 재즈에 신세를 많이 지고 있었다. 기념일이라고 올리브는 우리에게 일본 노래를 한곡 들려주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케이크를 얼굴에 바른다거나 강변으로 나가서 모질게 생일자를 구타하지는 않았다. 우리 모임에는 득재나 진만이도 자주 꼈지만 학공여고의 개구리는 늘 같이 했다. 개구리는 학공여고의 문예부로 축제를 하면 이래저래 교류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촉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축제를 끝내고 우리만의 기념일을 챙기는데 상후가 꺼낸 말이 집에서 쫓겨난다는 말이었다.
“뭐?”
우리는 상후를 쳐다봤고, “합기도 말이야”라고 상후가 말했다. 상후는 우리가 도장에 다니니 우리와 같이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만약 그걸 어기고 같이 운동을 하게 되면 그 이후의 일들이 머리를 홧홧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다음 날 도장에 가서 관장님에게 그만둬야겠다고 말을 했고 관장님에게 욕을 들어 먹었다. 기철이와 효상도 모두 그만두었다. 왜 욕을 들어 먹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학교 밖에서 듣는 욕은 학교에서 듣는 욕에 비해 훨씬 기분이 더러웠다.
올리브가 우리에게 들려준 노래는 모리타 도지의 ‘우리들의 실패’였다. 처음 들었지만 듣자마자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모리타 도지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모리타 도지의 우리들의 실패 https://youtu.be/hcx14vB6a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