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우울증에 걸렸어요.
요즘처럼 이렇게 바쁜데 우울증에 안 걸리는 게 다행이야. 모두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
츠레는 참지 못하고 힘들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회사에 이야기를 하니 들었던 말이다.
걱정했는데 와서 보니 멀쩡하네. 남자는 힌 집 안의 대들보야. 약해빠져서는 안 돼. 벌떡 일어나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괜찮아져. 힘을 내.
형이 우울증이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와서 한 말이다. 우울증은 겉으로는 알 수 없지. 내면의 감기 같은 거지. 감기라는 녀석의 힘이 워낙 강하고 무서워서 어느 날은 길을 걷는데 땅 밑에서 손을 내밀어 나의 다리를 꽉 움켜잡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한다.
제가 우울증인가요? 저는 그냥 두통에 등이 아플 뿐인데요.
츠레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우울증을 받아들이고 노력을 한다. 채소를 먹고, 좋은 생각을 하려 하고, 회사를 관두고.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한다. 어느 날 몹시 괜찮아졌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 하루코가 더 예뻐 보이고, 공기도 좋고, 무엇보다 우울한 마음이 비누로 씻겨 버린 것 같다. 노력을 하니 된다. 의사는 그러면 참 좋지만 간단하게 없어지지 않으니 계속 병원을 다니며 추이에 대한 노력을 합시다.
정말 그랬다. 꾸준하게 우울하다면 몰랐을 텐데, 기분이 좋았다가 우울이 다시 찾아오니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밤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가슴이 갑갑하다.
하루코에게 미안한 츠레. 그렇게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게 해 주겠다고 했는데 나는 다니던 회사에서 결국 나오고 말았다. 우울증 같은 것에 걸려서 하루코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픈 건 죄가 아닌데 마음이 아픈 건 죄가 되는 사회다. 늘 삐죽 솟은 머리. 인간관계라는 건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인간이라면 이해보다는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츠레, 노력하지 않아 돼. 괜찮아. 애쓰지 마. 그냥 받아들여. 하루코는 츠레의 우울증에 도움이 되려고 자신이 노력을 한다.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하루코의 엄마는 편하게 마음을 가지라 딸에게 말하면서도 이것저것 우울증에 좋은 것들을 귀찮을 정도로 알려준다.
하루코는 자주 가는 골동품점에서 아주 평범한 유리병 하나를 발견한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한 유리병은 단지 오랜 세월 깨지지 않아서 여기 이 자리에 있지, 단순하게 깨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때도 있어.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츠레는 하루코를 위해서 좋아하는 음식도 하루코가 냄새 나서 싫어한다고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그런 츠레는 하루코가 차려 준 낫토를 아주 맛있게 먹는다. 츠레는 하루코를 위해 우울증을 받아들였지만 이제 자신을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말한다.
가장 마음이 찡했던 장면은 츠레가 우울증을 1년 6개월 만에 극복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휴대전화를 꺼내서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하루코의 엄마, 장모님이었다. 자신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노력을 했던 장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장면이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건 혼자서는 참 힘들다.
그 외에도 츠레가 우울증에 관한 강연에서 아픔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직 치료 중이지만 언제나 노력을 할 것이라는 것, 츠레를 괴롭히던 진상 고객이 나타나서 고맙다고 하는 장면도 좋다.
악착같이 살아내느라 제대로 상처를 받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영화, 아픈 건 창피한 게 아니니까 말해도 괜찮다고 알려주는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였다.
https://youtu.be/zqsBwrR5hZk?si=IHjtEahrrAyulL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