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안노 히데야키의 [신 고리자]의 1940년대 버전 같다. 이 영화는 고지라에 초점이 맞춰있지 않고 고지라에 대처하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있다.

[신 고지라]와 [고지라 마이너스 원] 두 영화에서 고지라를 소거하고 핵폭탄으로 바꾸면 이야기는 훨씬 쉬워진다. 안노 히데야키의 [신 고지라]는 현시대에 일본이 핵공격을 받았을 때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국민과 대외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할리우드의 고질라처럼 볼거리에 치중하지 않고 현실을 파고들어 직시하게 만든 영화가 [신 고지라]였다. 개인적으로 [신 고지라]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고지라 마이너스 원]은 1940년대 패전이 된 일본을 그리고 있다. 그 트라우마를 좀 바꿔보고자 일본을 미학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고지라를 끝내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물론 마지막 장면을 보면 고지라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고지라를 소거하면 일본에 핵폭탄을 투여한 나라를 이긴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패전 후 패망의 일본을 늘 그려왔는데 이렇게 트라우마를 영화 속에서 극복하니 일본인들은 와,하며 좋아할 것이다.

영화 속 자살특공대였던 코이치가 타던 전투기 신데(이름이 그런 식이다)? 인가 그 전투기를 타고 고지라를 죽이러 가는데 영화 속에서 리키(범죄 3)가 이 전투기는 B29를 막기 위한 용도로 개발된 전투기라는 말을 한다. 다들 잘 알겠지만 B29는 핵폭탄을 싣고 갔던 비행기다. 지난해 영화계를 휩쓴 오펜하이머가 만든 핵폭탄을 싣는데, B29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과 개발이 핵폭탄을 만드는 비용의 열 배는 넘게 들었다.

핵폭탄 투하 계획에는 원래 아인슈타인도 들어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결과가 어떻든 그저 연구를 할 수만 있다면 뭐든 했다. 과학자들이 말하는데 과학자들이 어쩌면 제일 비과학적이라고 한다. 무슨 말이냐면 과학자는 보통 평생에 걸쳐 연구를 하는데 20년 이상 하던 연구가 그건 잘못된 것이고 이게 맞는 거라며 새로운 논문이 나오면 자신을 부정하기 싫어서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보통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과학자들은 일본에 투하하는 핵폭탄을 만드는 것에 열정을 불태웠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그 결과가 노인과 아이들, 여자들도 모두 흔적도 없이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 계획에서 빠지게 된다.

아무튼 이 영화는 일본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영화 적으로 어떻게든 한 번 뒤집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영화다. 한국 영화 블로그들이나 영화 리뷰어들이 일본에서 상을 잔뜩 받은 영화라고 이 영화를 띄워주는 식의 글이 많은데 참 이상한 일이다. 안노 히데야키의 [신 고지라]처럼 현 일본 정부의 폐부를 찌르는 이야기를 고지라에 빗대어서 비틀어서 보여주는 영화가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전쟁이란 그렇다. 영화 속 코이치도 정부에 속아서 나라에 충성하라고 훈련을 받았지만 결국 전쟁은 부모도 여자도 모든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 만드는 몹쓸 것이라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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