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활동 ㅋㅋ


유채가 강변을 따라 활짝



조깅을 하고 오다가 어제는 시내 전화국이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전화국 그 맞은편 중앙극장 1층에서 친구들을 기다릴 때를 생각했다. 전화국 앞에는 공중전화박스가 일렬로 죽 있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공중전화박스는 인기였다. 사람들은 전부 시내의 전화국 앞에서 만날 약속을 정했고 삐삐를 보며 그 앞에서 친구나 연인을 기다렸다. 사람들의 약속장소였지. 대구의 대백 같은 그런 장소였다. 토요일 오후에는 사람들로 가득해서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아서 더 약속 장소로 재미있었다.


그때에도 요즘처럼 카페가 많았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에 카페 하나씩은 있을 정도였다. 중앙극장 건물에도 커피숍이 있었다. 그곳은 다른 곳보다 공간이 커서 중 2층이 있고 중 2층에 앉아서 커피숍 실내를 내려다봐도 이상하지만 재미있었다. 전화국 앞에 가득 모인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커피숍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는 것 역시 재미있었다. 또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로비에 가득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사람구경하는 게 여러 재미있는 구경 중에는 제일인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 놓고 사람을 보지 못하고 영화로 사람을 본다. 사람이 나오지 않는 영화는 대체로 인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극장에서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기 전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사람을 구경하고, 커피숍에서 음료를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을 구경하고.


요즘도 창을 사이에 두고 여기에 앉아서 창밖으로 내리는 빗속을 다니는 사람들을 멍하게 보면 재미있다. 벚꽃이 만개하는 날에 비가 내려 사람들은 마치 손해 봤다는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걸어 다닌다. 멍하게 있어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뭔가를 해도 시간을 빠르게 지나간다.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지나간다. 모두가 다 다른 우산을 들고 있다. 우산이 촌스러우면 나는 싫다. 그런데 내가 드는 우산은 늘 촌스럽다. 촌스러운 우산이 있으니까 다른 우산이 빛을 발하겠지.


예전에는 비가 오면 극장 앞에서 비닐우산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근데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만 봤다. 요즘도 비가 느닷없이 내리면 극장 앞에서 우산을 팔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몰고 붕 가버리니 우산이 딱히 필요가 없다.


우산도 개성의 시대(라는 말도 나온 지 오래되었다)인데 도대체 언제, 누가 우산을 제일 먼저 썼을까. 하루키 에세이 중에 [브리그의 우산]이 있다. [에스콰이어]에서 하루키가 퍼 온 이야기다. 이 에세이도 하루키가 80년대에 쓴 에세이인 것 같다.


처음 우산을 쓰고 런던 거리를 걸었던 조나스 한웨이라는 남자는 당시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그 괴상한 꼴로 다니지 말고 비를 맞고 다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그때가 1750년의 일이고, 우산이라는 게 일반인에게 퍼진 건 그 후 30년이 지난 후라고 한다.


18세기 당시 남자들은 칼을 들고 다녔는데 우산이 등장했을 때 꼴 사나워 보였다고 한다. 이상하다는 것이다. 비에 젖지 않으려는 노력이 비열해 보이기까지 했다고.


19세기에 칼을 버리고 지팡이를 들고 다녔지만 우산은 아직 저 세계의 이야기였다고 하니 뭐든 처음이란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 처음이라는 건 타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아니 이상하게만 보일 것이다. 좀 비켜간 얘기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와서 [난 알아요]를 불렀을 때 전문 음악인들의 눈에도 기괴하게만 보였던 것이다.


19세기 이후 우산은 뼈대가 생기고 마치 신이 인간을 빚듯이 우산은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의 형태로 발전을 했다. 요즘 우산은 개인맞춤으로 제작을 해 주기도 한다. 나만의 우산인 것이다. 근데 맞춤 우산이 아니라도 어떤 우산을 들던지 대체로 내가 사용하는 우산은 나만 사용하고 있다. 나와 똑같은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보지 못한다. 그래서 비싼 돈을 주고 개인 우산을 맞춤 제작해서 들고 다녀야 하나? 우산은 다른 물품에 비해 잘 잃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잃어버리면 낭패다.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제멋대로니까.


우산에 대해서 한 번 검색하면 우산에 대해서 모르는 것들이 주르륵 나온다. 우산의 세계 역시 넓고 풍부한 것이다. 개인 맞춤 제작을 하는 우산이 있어야 또 공급을 하여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함부로 별거 아니네 마네 할 수는 없다.


어제까지 그렇게 더운 사월이더니 오늘은 10도 정도 낮아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사월이다. 비가 오는 날은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라디오를 늘 켜 두고 있는데 비가 오면 비에 걸맞은 노래를 선곡하려고 디제이들도 나름대로 분주한 것 같다. 그렇다고 대 놓고 비! 하는 노래보다는 비가 내려 감성을 건드리는 노래를 선곡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