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까 개늑시가 아름다워



'긍까'가 뭐냐면 ‘그러니까’다. '그러니까'의 줄임말이라고 할까. 이 '긍까'가 어디에서 많이 나오냐면 정치평론하는 평론가들의 입에서 들을 수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오전 7시가 되면 유튜브부터 공중파 라디오에서 평론을 하기 시작해서 하루 12시간 정도 평론을 하는 거 같다.


근데 대부분 시간은 촉박하고 할 말은 많으니 말과 말 사이의 ‘그러니까’를 대체로 ‘긍까’로 말을 한다. 거기에 집중해서 듣다 보면 심각한 평론 중이라도 큭 하며 웃음이 나온다. 신사에 반듯하고 조근조근한 말투의 김성완 평론가도 '긍까'로 말을 한다. 현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낼 때 '긍까'는 여지없이 발휘되고 만다.


성격이 급한 평론가 있잖아? 한 변호사 출신의 평론가는 '긍까'도 아니야, 그냥 ‘까’라고 한다. 왜 그런 사람 있잖아.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말을 하다 보면 더 화가 나서 막 말이 빨라지고 소리도 높아지고. 그런 것처럼 평론가들도, 성격이 급한 평론가도 윤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화가 나서 인지 말이 빨라지고 톤이 높아지다가 '그러니까'를 '긍까'로 해야 하는데 그냥 '까'가 되더라고.


정치 평론가만 그런 게 아니다. 처음 들었던 게 영화 평론가였다. 걔는 '긍까'가 전매특허였다. 한 번은 한 번 나와서 영화 평론을 하는데 '긍까'를 몇 번이나 하는지 카운터를 해 본 적도 있었다. '긍까'를 빼면 거의 말을 못 할 정도로 많이 했다.  


사실 내 주위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서 ‘긍까’는 잘 들어보지는 못했다. '긍까'보다는 동의를 한다는 의미로 '그니까'는 많이 듣는다. 주위에서 물론 말을 평론가들처럼 많이 하는 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긍까’를 내 주위에서는 듣지 못했다. 요즘은 이런 부분에 꽂혀 있어서 그런지 주위에서 하는 말들을 자세하게 듣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너 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구나] 같은 말을 들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니 좀 그렇고 해서 그, 그래,라고 했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평론가들이 하는 말 중에 많이 하는 말이 ‘자’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좀 이야기를 오래 했다 싶을 때, 이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가지고 가고 싶을 때나 패널들의 신경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자’라고 운을 띄운 다음 말을 한다. 이 역시 평론가, 즉 사람의 성격이나 스타일에 따라 ‘자’라는 말도 사람마다 다르다. 크고 굵게 끊어서 말하는 사람이 있고, 아주 짧게, 작은 소리로 ‘자’라고 빨리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자’라는 말은 평소에도 가끔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내 생각에는 주로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자‘라고 하는 것 같다. 딱히 그런 건 아닌데 20대에서는 들을 수 없고, 30대도 잘 들을 수 없고 40대가 넘어가는 사람들에게서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 주위는 그렇다.


‘긍까’와 ‘자’는 개인적으로 평소에는 잘 들을 수 없다. 주로 정치평론가들이 이번 총선을 두고 나와서 각자 열을 내서 말하는 도중에 많이 들었다.


근데 말을 아주 많이 하지만 ‘긍까’와 ‘자’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평론가가 있는데 신인규 평론가다. 다른 평론가들과는 다르게 말을 아주 많이 하는데 비슷한 톤을 유지하면서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말을 한다. 열받는 기사에 평론을 한다고 해서 목소리 톤이 확 오른다거나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긍까’와 ‘자’가 없이도 평론을 잘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신인규 평론가는 다른 평론가에 비해서 크게 인기는 또 없다. 


그나저나 사람이 성공에 도취하면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변하는 것일까. 지금 대통령은 2년 동안 그야말로 권력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 도취에서 깨어날까.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성공하면 사람이 변한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다. 인간의 뇌에는 [보상 네트워크]라는 것이 있다. 뇌에서 좋은 느낌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권력을 잡게 되면 이 부분이 작동한다.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을 분출시키고, 그것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출을 촉진해 보상 네트워크를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을 더 과감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다. 권력은 항우울제다. 또 도파민은 좌뇌 전두엽을 촉진해 권력을 쥔 사람을 좀 더 스마트하고, 집중력 있고, 전략적으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지나친 권력은 코카인과 같은 작용을 한다. 중독이 된다는 얘기다.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너무 많은 도파민이 분출된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하며, 오직 목표 달성이란 열매를 향해서만 돌진하게 된다. 인간을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권력은 코카인, 섹스, 돈과 마찬가지로 도파민이라는 공동 통화를 사용한다 = 2014년 7월 5일 자 조선일보 로버트슨 교수 인터뷰



도파민에 중독되면 정말 헤어 나올 수 없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대통령을 보면 그게 너무나 잘 나타난다. 그렇게 지나친 권력에 중독되고, 너무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전혀 하지 않는다. 자기 혼자 59분 동안 말을 하고, 늘 격노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이렇게 많이 격노했다는 기사가 나오는 대통령이 또 있을까.


실패에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잡아넣은 사람을 풀어 주고 또 그 사람을 한 자리에 꽂아 놓고. 부산 엑스포, 잼버리 같은 대형 국가적 이벤트가 실패하더라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남일 보듯이 할 뿐이다.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는다. 총선 후 각종 뉴스에 나오는 대통령의 기사를 보면 그 시야가 경주마처럼 아주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무능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의 부인은 또 어떻고. 현재 페루 대통령은 롤렉스 시계를 차서 대통령 관저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 대통령 부인은.


오직 목표 달성이란 열매를 향해서만 돌진하게 되는 건 좀비와 같다. 좀비는 신념 하나만 있다. 다른 아무것도 없다. 인간을 먹어야 한다는 그 하나의 신념으로만 덤빈다. 그래서 삼일 밤낮 잠도 자지 않는다. 지치지도 않는다. 그저 신념으로만 움직일 뿐이다.


이제부터 또 평론가들의 입에서 ‘긍까’와 ‘자’를 들을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