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를 넣고 김치도 넣고 이것저것 넣어서 라면을 끓여 먹었지. 오랜만에 끓여 먹는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고. 요즘 선거 유세 기간이라 말말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봤지. 정치인들의 말이라는 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말말말을 쏟아내고 있어. 듣다 보면 말과 함께 같이 하는 행동은 개그프로보다 더 웃기고 훨씬 재미있는 경우가 많아서 놀라곤 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봤어.
어쩌면 저들은 바보가 아니라 너무나 고단수 지능범이라 사람들을 웃겨 죽게 하려는 목적으로, 그리하여 기억에 자신을 남기게 하려는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거야. 그 정도로 전략을 짜려면 우리 일반인이 하는 생각을 훨씬 뛰어넘어 한 세대를 앞서가야 할 텐데, 보면서 막 웃다가 정말 그 정도로 고도 전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왜냐하면 말말말을 쏟아내는 정치인 주위에는 여러 명의 전문 전략가들이 포진되어 있잖아. 그래서 어제 했던 말이 다음 날에는 완전 반대로 말이 나오기도 하잖아. 어떻게 보면 엉망진창이지. 엉망진창이라 재미있어.
우리 같은 일반인은 정치인에게 도덕적 범주를 많이 들이대는 거 같아. 그래서 정치인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 하지만 대외적으로 정치를 잘하는 정치인은 비도덕적일지라도 자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외교를 잘한다면 비도덕적인 정치인이라도 또 칭찬을 받게 되는 것 같아. 도덕적으로 아무리 깨끗해도 자기 도민이나 자기 시민의 세금을 계속 깎아 먹고, 자본이 돌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공공사업을 한다면 아무리 도덕적으로 깨끗해도 그 정치인이 과연 사람들에게 다시 또 선택을 받을까 싶어. 국내 정치는 실적으로 보여주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설령 그 정치인이 도덕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지라도 실적,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
요즘 말말말을 보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정치적으로 국민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말을 많이 하잖아. 프레임을 씌우는 거지. 도덕적으로 깨끗한 정치인을 뽑아야 합니다,라고 하지만 이번 여야 합쳐 전과자가 141명이나 되잖아. 어떤 정치인은 9번이나 전과를 가지고 있기도 해.
조금 빗나간 얘기로 혜민 스님이 풀소유 논란으로 자숙한 지 3년 만에 이번에 다시 나왔잖아. 뭐 어리어리한 집에, 맥북을 비롯한 애플 제품에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며 사람들에게 실망을 줬다고 하잖아. 사실 근데 그게 뭐? 뭐 어때서 그래? 미워할 수는 있겠지. 혜민 스님이 그런 재산에 대해서 배신을 느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를 미워할 수는 있을지라도 욕을 하는 건 좀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해.
한 번 생각해 봐. 조용기 목사는 혜민 스님의 몇 백배는 더 재산이 많잖아. 어마어마한 집에, 어마어마한 차에, 부동산에 아무튼 그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허경영을 한 번 봐. 도대체 허경영은 재산을 어떻게 끌어 모으는 거지?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잖아. 또 통일교 문선명을 한 번 생각해 봐. 나는 비록 가난할지라도 내가 믿는 종교인은 갑부여야 하거나, 갑부여도 괜찮은 거지. 만약 갑부가 아니면 그 교회나 절에 가지 않을지도 몰라.
혜민을 욕 하려면 다른 억대 갑부의 종교인도 욕을 해야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잖아. 종교도 비즈니스야. 그 비즈니스로 사람들을 모으고 그에 따라오는 부를 축적하는 것이 미워 보일 수는 있으나 우리가 늘 하는 말, 자본주의 사회니까 욕을 하지는 말자는 거지. 돈을 주고 종교인들이 하는 말말말을 우리는 사는 거지. 우리라기보다는 신도들은 그 종교인의 말을 구입하는 거야. 그 구입한 말씀으로 내 마음이 평안해진다는데 욕을 할 것까진 없다고 봐. 거기에 욕할 힘을 아껴 더 심한 놈들에게 욕을 하는 게 낫지 않아.
요즘 디즈니 플러스에서 새로 나온 시리즈 [레니게이드 넬]이라는 판타지 영화가 있어. 중세 영국이 배경으로 요정이 빛으로 변해서 주인공인 넬 속으로 들어가서 초인적인 힘을 내며 자신의 억울함을 풀려고 하는 이야기지. 영국 여왕을 끌어내리고 권력욕이 가득한 흑마술을 하는 귀족은 언론을 통해 사람들을 호도하지.
판타지 영화이고 그래픽이 가득하고 재미있는 시리즈인데 그 속에서도 언론이란 사람들을 사실에서 멀리 떨어진 진실을 사실이라 믿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나와. 언론이란 그런 것이야.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신문사에 내보자고 하지만 언론은 이미 권력에 넘어가 있어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는다고 말해. 프로파간다는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들러붙을 수 있어. 프로파간다 책을 읽었는데 어려워서 기억나는 문구는 없어서 인용은 못하겠지만 광고 역시 대체로 프로파간다라고 생각해.
마치 이 약을 먹으면 전부 나을 것 같은 착각.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광고를 보다 보면 진짜 그럴까? 하다가 혹 하며 넘어가게 되잖아. 특히 내가 그 약이 필요한 질환이나 병이 걸리면 더 그렇게 되잖아. 그리고 그 약을 사용한 사람이 유튜브나 어딘가에 나와서 나는 그 약을 먹고 나았다고 광고를 하면 십중팔구는 그 약을 구입하게 되는 거지.
선거 유세기간이라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져. 정치인들의 말말말은 힘을 갖기도 하지만 그 힘 때문에 자신을 추락시키기도 해. 요즘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일은 조깅을 하다 보면 날이 따뜻해져서 초등생들도 아직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놀이터나 길거리에서 종종 보는데 대부분 밤양갱을 부르더라고. 그 밤양갱이 어려운 노래인데 초등생들은 음도 따박따박 맞춰서 어찌 그리 잘 부르는지. 또 초등생들이 싸울 때 너 윤석열 닮았어하니까 정말 화를 내며 아니야!!라고 하더라고.
그리하여 나는 오늘 대파를 넣고 김치 라면을 끓여 먹었지. 정치인과 종교인을 떠나 우리도 말말말 때문에 웃고 울고 하잖아. 특히 요즘은 선거 기간이라 그런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말말말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그러는 거 같은데 사람들은 참 재미있게 사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