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내는 하루는 라면 같은 것. 라면을 먹다가 질리면 고추장을 넣어서 먹는 정도가 우리가 보내는 하루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들어 한 인간의 역사를 이룬다. 역사라고 해봐야 거창 한 건 1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고추장 넣는 라면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매워 계속 기침이나 나오게 한다. 내가 평화롭게 보내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치열하고 치밀하다.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이 영화는 홍상수, 완전 홍상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진짜 자신을 까발리는 이야기.
시인으로 나오는 기주봉이 홍상수의 모습이다. 모든 시선을 시로 보고, 모든 의미를 시에 빗대지만 결국 나이 들어 심장에 문제가 와서 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술과 담배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세대 차이가 나는 젊은 사람과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답답할 땐 결국 술과 담배에 손을 댄다. 이 영화는 그간의 홍상수 영화에 비해서 대사가 지루하다. 늘 비슷해서 좋았는데 같은 이유로 이번에는 별로다.
홍상수 영화하면 리얼리즘이 좋아서 계속 보게 되는데 이 영화는 리얼하게 와닿지 않는 대사로 느껴진다.
소주와 치킨으로 출발한 하루는 먹다 남은 치킨과 양주로 하루가 채워진다. 어제보다 좀 더 진하고 짙게 물들어가는 우리의 하루. 그러나 한없이 하찮고 별 볼일 없는 우리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