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이라 불리는 김영미. 뻐드렁니라 목도리로 늘 입을 가리고 다니는 김영미. 세기말이라 불리는 이유는 얼굴이 못생겼기 때문이다. 김영미는 돈이 필요해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물건을 받아와서 미싱 박음질을 한다. 때는 1999년. 말 그대로 세기말이다.

김영미는 소주 중독자인 할머니와 같이 산다. 부스스하고 화장도 안 하고 꼬질꼬질 못난 김영미는 고장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를 보기 위해 점심시간에 맞춰서 식당에 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세기말을 싫어하기 한다. 그런 세기말을 이유영이 해낸다.

세기말, 1999년 12월 31일에 같이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썰렁한 빈소. 카메라는 김영미의 최대 약점인 입을 자주 클로즈업한다. 김영미는 오늘 세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렇게 죽는다면 너무 억울할 것만 같다. 그러던 중 장례식장에 경찰이 김영미를 찾아온다. 횡령 방조죄에 해당한다며 잡아간다.

그 좋아하던 공장 직원 구 기사에게 속아서 그렇게 된 김영미. 결국 형을 살고 나오게 되는데 교도소 앞에 구도영(좋아하는 공장 기사)의 마누라가 찾아온다. 자동차를 몰고 와서 찾아와서 서울까지 태워준다고 하는데, 구도영의 아내는 사지마비 환자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그녀를 화장실에 데리고 가야 하는 김영미. 싸가지라고는 1도 없는 사지마비 구도영의 와이프는 이제 남편과 이혼하니까 너 가져라며 세기말 김영미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해서 김영미는 구도영의 사지마비 아내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동거가 시작된다. 이유영의 불안하면서 눈치 보는 연기가 좋다. 예쁜데 못생기게 나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런데 이유영이 그걸 해내네.

김영미는 참 기묘한 존재다. 삐삐 같은 외모에 좋아하는데 안 좋아한다고 말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 다 나아서 흉터가 되었다. 그러나 흉터를 볼 때마다 상처는 꽃처럼 다시 피어나고 그렇게 삶은 질척질척 치정 거리는 맨드라미다.

요즘 한국 상업 영화는 재미가 없는데 독립영화는 아주 재미있어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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