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괴짜에 존재감 없는 경리부 회사원이던 다나카는 밤이 되면 초 섹시 밸리 댄서 가 되어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섹시 다나카상]의 원작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드라마가 되었는데, 일본의 방송계는 현재 [섹시 다나카 씨]의 원작자 아시하라 히나코의 투신자살로 떠들썩하다.


원작자는 원작과 다르게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각본가와 연출가에게 자신의 의견이 전달이 되지 않고 처음 계약과도 다르게 캐릭터가 그려져서 많이 속상하던 차에 거대 방송사는 우리가 너의 창작물을 실사로 만들어 주니 따라오라는, 오래전부터 있던 관행에 대항하다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작가일 때는 그저 열심히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행복해하면 끝이지만 프로 작가가 되면 세세한 부분, 디테일하고 자잘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창작자들은 그래서 다른 직업군보다 회사를 잘 만나야 한다.


여기 작가들 역시 아마추어 작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저 글을 쓰는 그 자체가 좋아서 행복한 사람들. 글을 쓰며 미소 짓고, 눈물을 흘리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글을 쓰는 동안 글 속의 세계에 들어가서 훨훨 날아다니는 아마추어 작가들.


그렇게 구석진 곳에서 매일 시간을 벌려 등을 구부리고 열심히 쓴 소설을 출판사에 보낸다. 예전에는 원고를 보내야 했지만 이제 원고를 받는 출판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이메일로 받는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수백 편의 소설을 받는다. 소설을 보내고 난 후 아마추어 작가들은 [에이, 그저 한 번 보내보는 거야. 기대 같은 건 없어]라고 말은 하지만 속마음은 다르다. 언제나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출판사는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체다. 투고하는 대부분의 소설은 선택받지 못한다. 선택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소설은 제목이나 개요만 읽히고 내용은 읽히지도 않은 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서 소멸된다. 내가 출판사 대표라면 기성 작가들, 프로 작가들의 소설을 출간해서 자본을 벌어들이는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에세이나 전문 분야의 글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그건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으면 그때 이야기를 하고.


창작하는 작가들이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아마추어 때처럼 그저 앉아서 열심히 소설만 적을 수 없다. 뭐든지 하나하나 더 관심, 개입, 간섭을 해야 한다. 그걸 잘하는 프로 작가가 있고, 그런 점에서 작아지는 프로 작가가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나머지 부분을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창작물이 알을 깨고 날개를 달고 드라마나 영화가 되었을 때 섹시 다나카상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전의 가수는 음반사를 잘 만나야 했고, 요즘의 가수는 기획사를 잘 만나야 하고, 작가는 출판사를 잘 만나야 한다. 위화가 우리나라에 와서 인기가 얻게 된 건 순전히 바꾼 출판사를 잘 만났기 때문이라고 할 만큼 창작자들에게 회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시하라 히나코는 매화 드라마 회수가 거듭될 때마다 캐릭터가 원작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스토리가 산으로 갔다고 했다. 중요 캐릭터 세 명이 전부 원작과 다르게 그려졌다. 내가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에 담고 싶었던 주제가 다 사라져 버리고 이상한 드라마가 되어 버렸다고 했다.


각본가가 중간에게 원작자의 내용을 전부 재단을 해 버린 것에 대해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원작자의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각본가는 8화까지는 자신이 썼고 9화 10화는 원작자가 각본을 썼다며 오해 말아 달라는 소리를 했지만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비난을 받는 이유 중에는 인스타로 원작자를 심하게 비꼬고 불만을 표출한 이유도 크다.


방송계의 힘은 거대하다. 이 거대한 힘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면 원작과 완전히 다르게 실사가 나오기도 하고, 실제 인물을 좀 더 축소하거나 확대시킬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원작자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우리 축협이 그렇게 말렸던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데리고 온 것처럼 예전부터 욕을 들어 먹어도 섹시 다나카 씨의 각본가를 계속 방송가에서 쓰는 이유가 있을 터. 이런 거대 조직이 창작자 하나쯤 소거시키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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