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오징어인지 낙지인지 잘 모르겠다. 낙지라고 하던데 아무리 봐도 오징어 같다. 어머니 친구분 중에 횟집을 경영하셨던 분이 나 먹으라고 낙지를 이렇게 회를 떠 주셨는데 아무리 봐도 오징어 같다.


오징어 회를 이렇게 떠 주었을 뿐인데 평소 먹던 오징어 회 맛에서 벗어난 맛있는 오징어 회 맛이었다. 어머니 친구 분은 이렇게 썰어서 먹으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말이 정말이었다. 어떻게 써는 가에 따라서 횟감은 맛이 달라진다고 했다.


예전에는 오징어 회를 자주 먹으러 가는 가게가 있었다. 우리 집은 바닷가 근처인데 자주 갔던 오징어 회 가게는 도심지 중심부에 있는, 바닷가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가게였다. 그 집은 소주를 돌 멍게 껍질에 부어서 마셨는데 바다를 그대로 입 안으로 들이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술이 술술 들어가서 나올 때는 전부 꽐라가 되어 있었다. 횟집인데 크지 않아서 사람들이 늘 미어터지는 집이었다. 전부 좌식이고 먹다가 뒤에 앉은 테이블의 사람들과 눈이 맞아서 같이 합석하는 경우가 많은 가게였다.


그럴 수 있는 이유가 그 근처가 나이트클럽이 여러 곳이 있었고, 룸도 많은 곳이었다. 새벽에 흘러나온 남녀들로 북적이는 곳이라 새벽이 화려한 곳이었다. 술집이 가득한 곳 중간에 오징어 횟집이 있어서 전부 술에 취해 2차, 3차로 오징어 회를 먹으며 술에 잠식되어 같이 한 잔? 해서 합석을 많이 했다. 룸에서 나오는 아가씨들과 나이트클럽에서 나오는 여자들이 바로 집으로 가지 않아서 더욱 화려한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오징어 집이 후배의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라 까불지 않고 얌전하게 오징어 회에 소주를 몇 잔 마시고 나올 뿐이었다. 그 집에서 먹는 오징어 회는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초장이 없다. 달라고 하면 초장을 주지만 대부분 얇게 쓴 오징어 회를 기름장에 찍어 먹었다. 오징어 회는 그렇게 먹는 게 정말 맛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초장을 먹지 않는다. 회를 먹을 때에도 된장에 찍어 먹거나, 과메기 같은 경우는 그냥 과메기만 먹었다. 과메기를 먹을 때 초장을 듬뿍 찍어서 김에, 미역에, 파에 이렇게 쌈 해서 먹지 않았다. 과메기의 그 비린 맛을 그대로 느꼈다. 이번에 어머니 친구분이 초장을 만들어서 주셨는데 식초 맛이 많이 나고 매운, 그래서 먹다 보면 코에 땀이 맺힐 정도의 초장이었다. 판매하는 초장 맛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 초장이 없으면 고추장에 사이다를 넣고 식초를 부어서 초장처럼 해 먹었다. 판매하는 초장만큼 맛은 없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이번에 먹는 초장은 단맛이 없고 매워서 싫은데 좋았다. 오징어 회에 잘 어울렸다.



오징어는 흔해서 잘 먹지 않았다가 언젠가부터 서민음식에서 멀어졌다. 저녁 밥상 위에 오징어볶음이나 오징어무침이 자주 올라왔었는데 이제 오징어도 맘먹고 사 먹어야 한다. 오징어는 어떻든 바다에 나가서 잡아와야 육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으니 잡아오지 못하면 먹을 수 없다. 어획량이 적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그러나 또 오징어 풍년이면 가격이 떨어진다. 비싸면 잘 안 팔리고 저렴해도 어부들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적다.


내가 있는 바닷가에도 어선들이 많은데 선장 빼고 오징어를 잡는 선원들은 전부 외국인노동자들이다. 한국인은 한 명도 없다. 일이 너무 힘들고, 너무 고되고, 너무 어려운데 돈은 일한 만큼 벌어들이지 못한다. 생각해 보면 오징어횟집이 많았는데 점점 없어지더니 이제 오징어횟집이라는 간판으로 장사를 하는 횟집은 잘 볼 수 없다.


여름에 횟집거리를 걸으면 여기저기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고, 그 앞의 수족관에는 오징어가 가득 들어있다. 대야에 있는 오징어를 손으로 들면 먹물을 죽 뿌리기도 했다. 예전 아버지들은 맥주를 마실 때 마른오징어를 안주 삼아 마셨고,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에도 오징어를 씹으며 봤다. 먹물 파스타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오징어 국을 잘 조리하면 얼큰하니 아주 맛있다.


후배 부모님이 오징어횟집을 해서 그런지 예전에는 친구들이 한 잔 할 때 오징어회 먹으러 갈까,라고 했다. 삼겹살에 소주나 맥주나 한 잔 하자 같은 말은 했지만 오징어회에 한잔하자고 잘하지 않는데 우리는 오징어 회를 찾아서 먹으러 갔다.


아무튼 오징어가 바다에서 점점 사라진다면 바다에게 좋은 일이 아니며 인간에게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오징어와 문어는 비슷한 것 같은데 아주 다르다. 둘 다 연체류에 속하는 두족류인데 오징어는 날 것으로, 회로 먹을 수 있다. 낙지도 이에 속해서 낙지 탕탕이로, 회로 먹는다. 그런데 문어는 생으로 먹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문어는 데쳐서 먹거나 삶아서 먹지 바로 회를 떠서 먹지 않는다.


문어가 오징어, 낙지와 다른 점은 문어는 몸통이 거의 없다. 대가리와 대부분의 다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보통 문어는 삶아서 다리 부분을 많이 먹는다. 오래전에는 문어를 낙지처럼 다리를 탕탕 쳐서 그대로 회로 먹기도 했는데 그렇게 먹고 나면 사람들이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가 문어는 낙지나 오징어와는 달리 진액이 엄청 나오는데 그 진액에 독소가 있다. 다리라고 불리는 것이 다리의 개념보다는 촉수의 개념이다. 그래서 문어는 촉수로 먹이를 잡아먹거나 자신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이 진액에는 세균이 가득하다고 한다. 너무나 많아. 균이 너무 많아서 바다에서 잡아서 회로 다리를 먹고 나면 심각하게 배탈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꼭 문어를 회로 먹을 테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방법이 있다. 문어는 죽고 나면 진액이 엄청나게 나오는데 진액을 전부 제거하고 문어를 그대로 회로 먹어도 된다고 ‘는’ 한다. 그렇게 먹으려면 전문점이나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 왜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하냐면 이 진액을 제거하는데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문어는 삶아서 먹자.


그럼 주꾸미는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주꾸미도 생각해 보면 회로 거의 먹지 않는다. 다른 이유보다는 질겨서 그렇다고 한다. 주꾸미는 생으로 먹으면 아주 질겨서 먹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회로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조리를 해서 맛있게 먹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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