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다이스키 하면 귀여움의 끝판왕 포뇨와 소스케가 당장 떠오른다. 소스케가 좋아하는 햄을 소리를 지르며 같이 좋아하는 포뇨. 포뇨는 인어일까, 금붕어일까, 오염 변이체일까. 포뇨를 보면서 늘 생각했다. 소스케와 포뇨의 관계는 사랑일까, 우정일까. 관심일까. 포뇨 속에는 멋진 대사가 있다. 소스케와 포뇨를 남겨두고 양로원으로 가는 리사는 소스케에게 말한다.
“소스케, 우리 집은 폭풍 속의 등대야.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집 불빛으로 용기를 얻고 있어. 그러니까 누군가 지켜야 해.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지금은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 그치만 알게 될 거야.”
소스케는 포뇨에게 아마 등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마지막에 소스케는 아무런 조건 없이 포뇨를 받아들인다. 물고기인 포뇨라도, 인어인 포뇨라도, 사람이 아닌 포뇨라도.
그 무엇이 됐건 간에 포뇨는 포뇨이기 때문에 소스케는 포뇨를 사랑할 것이라고 했다. 이 두 귀여움 존재들에게 사랑이라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해무다이스키 하면 포뇨가 떠오르는데, 그것과는 다르게 포털 뉴스 기사 여러 꼭지에 느닷없이 햄을 비롯한 가공식품이 어쩌고 하는 기사가 떴다. 아무튼 몸에 너무 안 좋데. 자주 먹으면 큰일 난데. 그래서 여러 꼭지에서 다루었다. 가공식품은 사람들, 아니 현대인에게 어떤 식으로 안 좋은지 말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몸에 안 좋은 걸 경쟁하듯 엄청 만들어서 그로서리 가판대에 잔뜩 올리게 하고 맛있다고 연예인들이 나와 온갖 광고를 하면서 먹으면 안 좋으니 선택을 하는 건 너의 의지야,라고 하는 게 여하튼 마음에 들지 않는다.
햄 같은 이런 가공식품은 맛있기도 하지만 다른 식품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좋다. 들어온 선물을 몸에 안 좋으니 난 받을 수 없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를 읽어 보면 대충 지구가 멸망하고 먹을 것과 신발을 찾으러 다는 게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된 아버지와 아들이 나온다. 먹을 것이 극도로 부족하기 때문에 인간의 무리를 만나면 큰일 난다. 그럴 때 빨리 도망가려면 신발이 필요하다. 소설은 정말 재미있고 마음이 우~리 했다. (우리하다, 이거 사투린데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두 사람은 끊임없이 먹을 것을 찾으러 다니는데 아버지와 아들에게 기쁨을 주는 건 무너진 건물에서 찾아낸 캔으로 된 콜라였다. 아들은 온통 불행인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달콤한 맛을 본다. 그렇게 욕을 들어 먹었던 콜라를 난생처음 먹어보는 아들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다.
코맥 매카시도 올해 유월에 세상을 떠났다. 더 로드는 영화로도 재미있었다.
햄 같은 가공식품은 1인 가구에게는 꽤 요긴하고 필요한 식품이다. 보관을 오래 할 수 있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어떤 영화에서 세상이 멸망한 지구에서 100년이 지난 햄통조림을 발견해서 따서 먹는 장면도 나오겠지. 햄은 그냥 먹어도, 아니 그냥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짭조름하면서 뜨거운 밥 위에 올려 먹으면 너무 맛있다. 하지만 보통 그렇게 잘 먹지 않는다. 이런 기사가 뜨기 전에도 햄이나 스팸, 소시지 같은 가공연육을 잘 먹지 않았을뿐더러 직접 사 먹어 본 적도 없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나는 날 때부터 좋지 못한 위를 달고 태어난 탓에 햄이나 스팸 같은 가공식품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위가 소화장애를 일으켰다. 한 번에 50번 정도 씹으면 모를까. 그러나 그렇게 씹어 먹기란 전두광 얼굴에 똥을 던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소화가 안 되면 괴롭다. 그저 더부룩하고 체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지럽고 모든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위장장애가 그렇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선물로 들어온 햄을 먹을 때에는 작정하고 약간 조리를 해야 한다. 일단 펄펄 끓는 물에 푹 삶는다. 잘 삶는다. 햄 따위는 부대찌개를 먹어보면 알겠지만 가열되면 맛이 좋아진다. 대충 삶아도 된다. 물을 버리고 난 후 한 번 구워서 먹으면 된다. 그리고 부들부들하기에 몇 번 씹지 않고 그대로 넘어갈 수 있으니 나물과 함께 먹으면 여러 번 씹을 수 있다.
간편한 가공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만들어 놓고 이건 먹으면 안 된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구조가 옳은 방향으로 바뀌는데 정말 오래 걸린다. 지금은 자동차 기름을 넣으러 가면 무연휘발유와 고급휘발유가 있다. 이 무연휘발유의 ‘연’은 무엇일까. 이 녀석이 햄 먹다가 도대체 무슨 이야길 하나 싶겠지만 – 여하튼, 연은 납을 말한다. 그러니까 무연휘발유는 연기가 없는 휘발유가 아니라 납이 없는 휘발유를 말한다.
기름의 옥탄가를 높이는데 납이 들어갔다. 그런데 그동안 기름에 들어간 납이 타들어 가면서 전부 공기로 나왔는데 이게 사람들이 흡입을 하게 되고 후에 큰 문제가 될 것이 뻔했다. 그렇게 휘발유가 국회를 통과해서 전부 무연휘발유로 바뀌는데 50년이 걸렸다고 했나? 아무튼 나쁜 구조가 올바르게 바뀌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그러나 망가지는 데는 금방 걸린다.
햄 같은 가공식품이 인간에게 썩 좋지 못한 식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사회구조다. 맛있는 식품이라며 대대적인 광고로 대량으로 만들어서 풀어 넣고 너네가 알아서 사 먹어라, 선택은 너네의 몫이야.라고 하는 구조는 어떻게든 괴이하다. 종이빨대를 쓰네 마네 하면서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이런 직접적으로 와닿는 식품 같은 것에 좀 더 신경을 쏟아 줬으면. 그리고 바지 좀 어떻게 챙겨 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