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
내 주위에는 하루에 영양제를 몇 알씩 챙겨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오메가 3을 먹을 뿐이고 이것도 얼마 전에 어머니가 어디선가 얻어 와서 먹으라고 해서 먹고 있다. 이 비타민 같은 수많은 영양제. 물론 먹으면 몸에 나쁘지는 않겠지만 좋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하루에 몇 알씩 먹는 영양제가 말이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몇 년 동안 영양제를 계속 복용한 주위 사람들 중에는 그동안 아프기도 하고, 근력이 떨어져 근육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코로나에 걸려 죽을 뻔하기도 했고, 지금은 독감에 걸려 골골 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오메가 3을 하루에 한 알씩 먹을 뿐인데 아직까지 코로나도 걸리지 않았고 매일 조깅을 한 덕분인지 근력에도 문제가 없다. 비타민 같은 영양제를 맹신하기보다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하고, 절주를 하고, 책을 읽고 소식을 하는 게 몸에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놈의 영양제를 먹고 있는데 왜 이래? 같은 말 좀 하지 말고.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인간은 불안요소를 잔뜩 지니고 있어서 먹던 영양제를 먹지 않으면 몸이 큰일 나는 줄 안다.
가스라이팅 -
옆에서 전청조한테 남현희가 가스라이팅 당한 거 맞느냐고 물어보는데,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어쩌다가 이렇게 사용되었는지 모르겠다. 가스라이팅은 감금 내지는 한 집안에서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하면서 그 폭력의 힘에 눌려 밖에 나가서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하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하는 게 가스라이팅에 가깝다. 데이트 폭력처럼, 그렇게 폭행을 당해도 경찰을 찾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동거를 하자고 해서 부모님에게 어렵게 허락을 받고 동거를 한 20대 초반 여성은 돌변한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 밥도 먹지 못하게 하고, 폭언에 욕설을 들으며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연이 소개가 되었다. 유튜브에서도 떠들썩하게 사건의 영상이 떠돌아다녔는데 충격이었다. 머리는 다 깎이고 남자친구에게 맞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우리 집 애가 그럴 애가 아니라며 아들의 편을 들었고 경찰서에서도 남자친구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에 집작층을 보였다. 여자친구는 경찰서에 들러 경찰이 당일 있었던 일을 묻고 대답하는데 그날을 기억하는 게 너무 무서워 경찰서 밖으로 나와서 길바닥에 그대로 기절을 했다. 그때 옆에 여성의 어머니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남현희 같은 경우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당했다는 말보다 당하도록 유도했다고 하거나, 자신이 당하는 것을 자신이 방관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여하튼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여기에 붙여서는 안 된다.
서점-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매일 조금씩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옆에서 서점은 어느 서점에 가냐고 묻는다. 서점은 무슨 얼어 죽을. 책은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거지. 서점에는 가지 않아.라고 하면 예? 하며 놀란다. 책 좋아하면 서점에 가는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서점은 좋아하는데, 아니 서점도 나빠하지 않지 서점을 좋아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서점에 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서점을 좋아했던 적도 있었고, 서점에 가는 걸 좋아했던 적도 있었다. 서점이라 함은 무릇 내가 다니는 활동반경 내에 있어서 집으로 들어가기 전 쓱 들어가서 쓱 훑어보고, 자주 가니까 주인장과 알게 되어서 쓱 집어 들면 주인장에 쓱 포장해서 쓱 구입해 나오는 곳. 이런 곳이 내가 좋아하는 서점이었다. 동네에 있는 대형마트에 서점이 있었을 때는 참 자주 갔었다. 인간은 어차피 먹어야 하니 그로서리 구입하고 올라와서 서점코너에 앉아서 책을 좀 보기도 했다. 서점코너에는 어린이 책도 있어서 어린이들도 앉아서 책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항상 그런 분위기가 자주 가는 대형마트의 서점코너에는 있었다. 서점코너 옆에는 물고기와 어항코너가 있어서 열대어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구경하는 건 재미있는 일 중에 하나다. 그러나 동네에 한두 군데씩 있던 서점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서점에 가려면 작정하고 가야 한다. 다운타운 가의 거대건물 속 교보문고니 하는 대형서점에는 자동차 없이는 가는 것도 불편하다. 서점 한 번 가려면 #%%^^$@ 말을 말자. 서점이 싫은 건 아니지만 서점에 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단백질 블록-
이 이야기는 생활 속 오류는 아니다. 영화 속의 오류라고 할까. 단백질 블록은 지금은 거의 사람들에게 잊힌 설국열차에 나오는 그 양갱이 식량이다. 뒷 칸 사람들이 앞 칸으로 가는 이야기.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다. 열차 뒷 칸 사람들은 단백질블록을 먹으며 생활을 한다. 매일 먹는 단백질블록. 앞으로 밀고 올라가던 커티스(캡아)와 일행은 단백질블록을 만드는 재료를 보고 기겁을 하고 토악질을 한다.
설국열차의 후반부. 커티스는 열차의 초기시절에 대해서 남궁민수에게 털어놓는다. 그때 어린 아기의 인육을 먹었던 끔찍한 상황을 애절하게 이야기한다. 두 번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듯.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어보면 전쟁 중 처절한 모습으로 배가 너무 곯아서 먹을 흙도 없어서 동네의 어린아이를 잡아먹고 나머지를 버리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사람이 인육을 먹는다는 건 이미 인간의 본성을 넘어버린 일이다. 도덕이니 윤리니, 그런 관념을 뛰어넘어 버렸다. 허기로 인해 철저하게 육식동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상황이 사람을 더 이상 사람답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전쟁을 겪는 나라의 사람들이 그렇다. 인육을 씹어 먹을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데드 포인트까지 치달았다는 말이다.
살기 위해 인육을 씹어 먹어야 하는 자신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며 짐승이 되어 버린다. 그런 사람들이 단백질블록의 재료인 벌레를 보고 기겁을 하며 토악질을 하는 것은 와닿지 않는다. 물론 벌레의 종류와 어마어마한 개체수가 사람을 놀라게 할 수는 있지만 이미 인육을 먹어버린 데드포인트까지 넘어섰다는 점에서 볼 때는 좀 그래. 그래서 바퀴벌레 떼를 보고 기겁을 하는 것은 영화를 보는 이들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행복해요 -
그게 제일 어렵다고, 평범한 거, 평범하게 사는 게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도대체 평범이라는 범위가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나는 구치소에서 2년 동안 근무를 했다. 그 안에는 정말 주위에서 볼 수 없는 별에 별 인간들을 다 만나봤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는 사범부터, 살인을 저지른 사람, 사기를 친 사람, 강도, 강간미수에 절도까지. 그 재소자(범죄자)들 중에서도 자신은 사방(감방)에서 제일 평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하는 건 그 기준이 어디이며 누구일까. 구치소 재소자들, 그들에게(전부를 말할 수는 없다. 조폭 같은 경우는 우리의 삶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평범함이란 내가 보기에 너무나 특별하고 일탈적이다. 화목한 가족을 이루는 게 소박한 목표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째서 가정이 화목한 게 소박한 목표일까. 그건 가족 구성원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위치다. 가족이 화목한 채로 몇 년, 더 나아가 십 년 이상 유지하는 게,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너무나 어려운 일다. 결국 행복이란 엄청난 노력이 들고 어렵게 힘들게 행복에 도달해도 행복을 만끽하는 시간은 찰나로 끝나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