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스터 빅의 노래를 듣다가 건스 앤 로지스, 메탈리카, 본 조비까지 거의 두 시간을 멍하게 음악만 들었다. 오늘 이전에는 어떤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냐면, 도대체 학창 시절에 음악을 몇 시간이나 듣고 있었다니, 어떻게 반나절을 음악만 듣고 있을 수 있었을까, 같은 생각을 했다. 학창 시절에 용돈이 생기면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는 인간이 나였다. 음반구경하는 게 재미있었고 음악을 듣는 것이 좋아서 일요일에는 레코드 판을 몇 시간이나 들었다.
물론 판테라, 바쏘리 같은 음악이라 출력을 크게 하고 들으려면 헤드셋을 끼고 들어야 했다. 그때 친구들에게 비친 나는 몇 시간이나 음악만 듣는 그런 녀석이었다. 시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음악감상실로 달려가서 음악을 신청해서 봤다. 봤다는 말은 학창 시절에 한창 미국의 엠티비가 유행이었고 모든 가수들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기에 그걸 보는 재미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능가했다. 하지만 유튜브가 나오고, 뭐 인터넷이 잘 되어 있는 어느 순간부터는 음악만 듣기에는 시간을 너무 낭비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멍하게 음악만 듣기에는 아까웠다.
음악은 서브에 가까웠다. 조깅할 때 들을 수 있는 음악, 책을 읽을 때 모르는 음악을 틀어놓거나, 일할 때 라디오를 듣거나, 소설을 쓸 때 음악을 틀어 놓는다. 그래서 음악은 서브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무 생각 없이 미스터 빅을 멍하게 듣다 보니 오래전 학창 시절에 음악에 완전히 몰두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두 시간을 온전히 음악만 듣는다는 거, 이건 정말 행복이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이런 기분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에어로 스미스의 크레이지의 뮤직비디오에서 일탈을 하여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알라시아 실버스톤과 리브 타일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나는 잠드는 시간을 제외하고 늘 음악이 틀어져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도, 운전해서 이동을 할 때에도, 일을 할 때에도 다행인지 늘 음악을 듣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음악에 대해서 잘 안다는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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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화면은 아이패드나 휴대폰과는 다르게 네이버 뉴스란을 먼저 보게 된다. 아이패드나 휴대폰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먼저 보는 반면에 컴퓨터 화면은 네이버를 제일 먼저 본다.
오늘 한 화면에 눈에 들어오는 두 기사가 있었다. 김하성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 수상했다는 소식과 아양이 심장을 달고 생명을 얻은 기사다. 한 하면에 이 두 기사가 눈에 딱 들어왔다. 둘 다 기쁜 소식이다. 아영이는 신생아에서 갓 벗어났을 뿐인데 나쁜 간호사에게 학대를 받아서 생명을 잃게 되었고 그 심장이 새로운 아이를 살렸다. 기쁜데 슬프다. 기쁜 소식이지만 슬픈 소식이다.
한쪽에서는 기쁜 소식이, 한쪽에는 슬픈 소식이 동시존재하는 곳이 우리의 일상이다. 이런 사실이 특별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소변을 보고 물을 한 잔 마시듯 아주 자연스럽지만 오늘은 새삼스럽다. 이미 알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대하는 오늘은 어쩐지 어제와 다르다. 오늘 유별나게 서번트 물질이 뇌에서 많이 흘러나와서 그럴까. 그럴지도 모른다. 뇌를 쩍 갈라서 볼 수 없지만 이런 기시감 같은 기묘한 기분이 강하게 드는 건 뇌의 여러 구간 중 6구간(이라고 하자)에서 서번트가 평소보다 더 흘러나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시기에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늘 종합병원 응급실 쪽으로 왔는데 응급실로 실려가는 모습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보았다. 심지어 앰뷸런스에서 응급실로 환자를 옮기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의 모습까지 보았다. 종합병원 바로 옆으로는 식당가가 죽 있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앉아서 식사를 하며 술을 곁들이고 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라가 복잡했을 때 기록한 글을 읽어보니 가관이었다. 죽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속출했고, 마스크대란에, 약국의 약사들의 고통과 음압실의 간호사들의 처절한 노력 같은 것들에 대해서 기록되어 있었다. 그때에도 행복과 슬픔이 공존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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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아침에 쏟아졌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왔는데 차도 많고, 비는 엄청 내렸다. 분명 내가 출근하고 나면 비가 그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어김없이 그렇다. 비라는 것은 왜, 늘, 항상 내가 도로에 나왔을 때 이토록 하염없이 내리는 걸까. 가뜩이나 차도 오래되어서 비가 내리면 몹시 안절부절인데 차가 밀려도 너무 밀리는 것이다. 한 차선을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다. 저 앞에서 사고가 난 모양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오는데 멀쩡하면 그게 이상하지. 밝아오지 않는 밤이 없고 끝나지 않는 교통체증이 없다지만 그 몇 분은 정말 길고 길다. 특히 나는 수동기어라 섰다 가다 섰다 가다 하는 건, 에이 말을 말자. 저 앞으로 가니 트럭의 앞부분이 오나전 박살이 났고 그 옆을 보니 자동차의 앞부분도 박살이 났다. 빗길에 미끄러지면 이렇게 큰일이 난다. 항상 조심히 운전하자, 같은 말이 있는데 사실 운전을 하게 되면 죽어야지 하면서, 어디 올 테면 와 봐라,라는 식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은 없다. 사고가 나면 그 후 처리가 지랄맞고 시간이 걸린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대체로 운전을 조심해서 한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죽어봐라는 식으로 운전을 하지는 않는다.
몇 해전까지는 전국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거제도 구석구석으로, 순천의 골목으로, 내가 사랑하는 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면서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그곳에서 일박을 하고 동네를 어슬렁 돌아다녔다. 운전하는 것도 지치지 않았다. 수동기어라서 더 재미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내리면 겁부터 나고, 도로에서 80킬로 이상 밟으면 무섭기까지 하다. 정신을 놓은 사람들도 많아져서 비가 겁나게 오면 불안 불안하다. 불안이 일상을 잠식한 것 같다.
딱히 사고가 난 적도 없고 딱지를 떼본적도 없어서 늘 방어운전을 하지만 한 해 지날수록 빗물이 고일정도로 비가 오거나(언젠가부터 비가 오면 물을 확 붓듯이 내린다) 하면 겁이 난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아니 ‘인간은’ 이라기보다 ‘나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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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건물에 12살짜리 녀석이 있는데 나에게 가끔 놀러 온다. 오는 이유는 내가 만화를 좋아해서 나에게 오면 만화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둘의 공통점은 둘 다 ‘귀멸의 칼날’과 ‘원펀맨’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가 일하는 곳에는 내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멸의 칼날 디오라마가 있어서 구경을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원펀맨 피규어도 있다. 사이타마 녀석이 응가하는 큭큭큭. 그리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 놓은 게 있어서 그 녀석도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놀러 와서는 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논다. 그러다가 그 녀석의 할머니가 왔을 때 그 녀석이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나무라면서 만화 같은 거 그리지 말라고 한다. 커서 뭐가 되냐면서 혼을 낸다. 그리고 끌려간다. 할머니들은 도대체 왜 그래 흥!
나도 어릴 때 만화 그리는 걸 무척 좋아했는데 엎드려서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엄마에게 혼이 나곤 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꼭 엄마는 커서 뭐가 될래,라고 혼을 냈다. 아마 일본에서도 아이들이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어른들이 그랬겠지. 그러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많고 혼나면서도 살아남아서 끝까지 만화를 손 놓지 않고 그린 사람들이 현재 원피스와 플루토 같은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혼나면서도 게임을 놓지 않았던 아이들이 현재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오는 세상이 되었다.
열심히 데생을 하더라고
중학생 치고 이 정도면
나의 조카도 삼촌을 닮아서(나는 그렇게 믿는다)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를 그리고 그림을 내내 같이 그리며 놓았다. 그러다가 6학년 때 데생을 열심히 하더니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그림의 세계를 알아 버렸다. 무엇보다 조카 녀석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반에서 그림으로 1등을 먹는 모양이다.
공부로 1등 먹는 것보다 그림으로, 미술로 1등 먹는 게 뭔가 있어 보인다. 만고 나만의 생각이지만. 나도 군대에서 뭔가를 잘 만들어서 겨울 내내 카드 병으로 차출이 되어서 카드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똑같은 카트를 백장 이상씩 만들어야 했다. 전부 손으로 일일이 똑같이 큭. 그러나 나는 해냈다. 왜냐하면 카드병은 무시무시한 점오에서 열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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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찬 초시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좋다. 마치 심장이 팔딱팔딱 뛰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덥고 맑았던 가을 하늘이 갑자기 심술 난 시어머니처럼 흐려졌다. 그러다가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우산을 펼쳐지는 않았지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곧 비가 올 모양이다. 비가 내리고 나면 길고 긴 혹독하게 추운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코끝을 발갛게 만드는 아주 시리고 차가운 날. 몹시 추운 겨울날이 되면 시간의 틈을 벌리고 추억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집 안에서도 따뜻하게 입고 있어야 할 정도였는데 집을 떠올리면 늘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구질구질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그런 기억은 없다.
[밤이 되었다]
밖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비가 온다. 가을비다.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날은 쌀쌀해질 것이다. 바람이 오랜만에 베란다의 창문을 들썩이게 한다. 조금 열어 놓은 창틈으로 바람이 비집고 들어와 찬 기운이 다리에 닿는다. 가을은 늘 이렇다. 여름을 밀어내는 바람의 기운이 있다. 얘들아 이제 내가 들어갈 자리야 비켜줄래 라며 가을은 바람을 대동하고 이정재처럼 서서히 다가온다.
생각하자 누군가의 뒷모습을 생각하고 누군가의 쓸쓸함을 생각하자. 생각하자 누군가의, 누군가의, 누군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