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넘버 3에서 재떨이와 야쿠자 이인자와 룸의 살벌한 대기에서 야쿠자가 홍콩도 중국에 반환되었는데 독도도 일본 땅이라고 우긴다. 그래서 재떨이가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한 번 읊으면서 독도가 누구 땅이냐고 재차 묻는 장면이 있다.


영화가 나온 게 97년돈데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하면 조폭건달도 열받아서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예전에 안정환이 일본 리그에서 뛰고 있을 때 경기에 출전하러 경기장에 들어가는데 기자가 독도는 어느 나라 땅입니까!라고 물으니 1초도 망설임 없이 독도는 한국땅!라고 했다.


최근에는 일본 구독자가 취소하든 말든 쯔양이 자신의 영상 자막에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근래에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미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는데 받아들이는 이 분위기 정말 이상하다. 이러다가 영화 속 조폭들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말했다가는 이상하게 몰고 가지는 않을까.


영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예전 영화 중에 ‘주홍글씨’라고 있다. 이 영화를 찍고 이은주가 목숨을 끊었다. 영화를 보면 엄지원이나 이은주는 그 역할 때문에 첼로나 피아노나 노래나 엄청나게 연습을 했을 것이다. 이 영화 때문에 이은주 배우를 잃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뭘 말하는지 모호하고 그저 야하고 변태적인 모습에만 초점을 둔 장면만 가득하게 보인다.


이 영화는 김영하 소설가의 ‘사진관 살인사건’이 원작이다. 정확하게는 99년에 티브이 단막극으로 먼저 ‘사진관 살인사건’이라는 동명제목으로 원작을 극화했다. 단막극은 김영하의 소설대로 흘러간다. 사진관에서 남편이 죽고 그의 아내가 의심을 받는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내, 지경희 역으로 김서라가 나오고, 그녀를 조사하는 형사로 김갑수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겉으로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갑수 즉 김형사의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고 김 형사는 아내와 바람을 피운 남자의 머리에 총구멍을 대고, 남자는 오줌을 줄줄 싸고, 아내는 불륜 남자가 싼 오줌이 묻은 이불을 맨발로 빤다. 그 후로 아내는 영혼이 나간 것처럼 행동을 한다. 다른 사람이 된다.


지경희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그녀와 그녀의 사진을 담으면서 사진관에 자주 오는 아마추어 사진가도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 겉으로는 내뱉을 수 없는 또 다른 욕망이 있다. 그건 김 형사 역시 마찬가지다.


참고로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낸 세븐의 내용은 말랑말랑한 내용이 아니다. 일주일 동안 지쳐 쓰러질 때까지 사랑을 나누겠다는 이야기다. 마지막까지 다 짜내서 밤마다 사랑을(아주 순화해서 하는 말이지만) 한다는 아주 야하고 무척 야한 이야기다.  


마돈나가 세상에 야한 노래를 들고 나왔을 때 인간의 욕망을 이렇게 노래로 표현하는 걸 막지 마라, 니들이 나를 막아도 나는 하겠다. 라며 마돈나는 자신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자신만의 세계를 과감하게 가감 없이 담았다.


무척이나 야해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데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노래를 들어보면 세븐이나 마돈나의 노래나 자연스럽게 흡수가 된다. 그건 아마도 아티스트의 재능이 그 역할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영하의 소설 ‘사진관 살인사건’을 읽어도 그렇다. 전혀 야할 것 없는 이야긴데 읽으면 이야기 그 너머의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손으로 만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러냐 한다면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다. 내 것이 있지만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성적 호기심도 있고, 말로 꺼낼 수 없는 나만의 성적 판타지도 있다. 이 욕망은 본능에 가까운 것으로 사회생활이 부족할 정도로 인지가 안 되는 사람도 성적욕망을 푼다. 풀어야 하고.


예술이란 이런 욕망을 드러내기를 주저 없이 하지만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해야 한다. 안 그럼 외설이 되니까.


단막극과 소설의 마지막은 좀 다르게 끝이 난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김 형사가 아내의 맨발을 만지면서 끝난다. 그 더러운 이불을 빤 아내의 발을 만지면서. 이 이야기는 지경희와 사진작가, 그리고 김 형사. 이 세 사람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녀가 인간을 대변하듯이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https://youtu.be/vBDwGgQqs2Y?si=qc98NaSgu7NW1w0y


소설도 무척 재미있고 단막극도 아주 재미있다. 잘 만들었다. 그러나 몇 년 후에 영화 주홍글씨로 다시 나오면서 비극이 된다. 주홍글씨는 원작이나 단막극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한다.


변혁 감독이 김영하 소설가의 ‘사진관 살인사건’과 ‘거울에 대한 명상’ 단편 소설을 섞어서 만드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 버렸다.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이 위에서 세븐이나 마돈나, 김영하 원작 소설이나 단막극과는 다르다. 표층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이 너무 과하다. 그저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만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거울에 대한 명상은 동성연인인 두 여자와 그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 두 여자는 학창 시절에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아픔을 나누면서 두 여자는 사랑을 한다. 그런데 한 여자가 그를 만나면서 두 여자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거울이라 여겼던 한 여자의 배신으로 한 여자는 보란 듯이 그와 결혼을 한다. 그는 버려진 차 트렁크에서 한 여자와 갇혀 죽으면서 세상에 거울은 없다고 소리를 지른다.


주홍글씨는 이런 바탕으로 시작하여 그 속에 사진관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 그 설명할 수 없는 건조하면서도 축축한 인간의 속내를 말하는 이야기다. 김영하 소살가의 이 소설은 단편 소설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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