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기념우표, 너무 예쁘네 ㅋㅋ
추석에 모인 가족이 전부 카페에 간다고 외출을 하고 드디어 집에 혼자 있게 되었다. 고작 몇 명 안 되는 가족인데 음식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모두 카페에 간 김에 저녁도 먹고 올 듯하니 이 많은 음식은 전부 내가 먹어 치워야 한다.
그러다가 잠이 와서 잠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었다. 꿈이 강렬해서 일어났을 때 더 피곤했다. 어린 시절 낮잠 자고 일어났는데 눈이 붓고 아픈 것처럼 피곤했다. 꿈에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꿈이었다. 그런데 떨어지는 건 내가 아니고 곰이었다. 곰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어딘가에서 한 번 봤을 법도 꿈에서 본 게 처음이었다. 영화나 뭐 이런 데서 봤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무에서 곰이 떨어지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꿈에서 곰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굉장히 무서웠다. 곰은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땅으로 떨어졌다. 곰은 자신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곰의 배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내용물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 모습이 곰이라기보다 나의 모습처럼 보였다.
일어나니 몹시 피곤했다. 아직 가족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조카는 부쩍 커서 165가 넘었다. 이제 더 이상 삼촌 무릎에 앉아서 놀던 아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조카가 그렇게 무럭무럭 자란다는 건 주위 어른들이 무럭무럭 나이를 먹고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먹기 싫다고 안 먹을 수도 없다. 나이가 들었다는 건 명절에 더욱 느낄 수 있다. 이만큼 차려놓고 요만큼 먹었는데 배가 부르다.
요즘은 ‘힙하게’와 ‘유괴의 날’을 재미있게 본다. 극장개봉작이나 OTT 영화들이나 미드보다 한국 드라마가 훨씬 재미있다. 전부 모순적이지만 모순적이라서 좋다. 모순이란 인간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념, 이념 같은 것이다. 인간사회의 가장 모순은 정치인들이다.
침팬지 폴리틱스를 보면
침팬지, 이 침팬지들 중에서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가 모든 암컷 침팬지를 독식하지 못한다. 아니 독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반란이 일어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서열이 낮은 침팬지가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인사를 한다. 인사는 침팬지들 간의 존경과 복종을 의미한다. 인사를 하는 방식은 인간과는 다르게 제각각이다. 머리를 흔드는 놈이 있고, 허리를 구부리는 놈, 손을 흔드는 놈 등. 다양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인사를 한다.
유인원들의 정치를 보면 그리고 인간의 정치까지 모든 정치를 통합해서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이상하게 우두머리, 권력을 거머쥐면 보안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힘이 없는 자들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 이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자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든 사회적 행동, 심리적 요인 등 우리의 이런 생물학적 기초는 진화를 통해 만들어졌다. 인간의 정치적인 행위 즉 인간의 심리가 어떤 생물학적 기초가 있느냐 한다면 그렇게 움직이게 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유전자가 위계와 서열, 질서를 만드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확립한다. 이게 바로 정치의 시작인 것이다.
서열을 만드는 습성, 이런 행위를 유발하는 심히, 그런 심리와 행동의 기저에 놓여있는 유전자는 침팬지와 인류가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전자는 인류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변하지 않는다. 서열의 방식은 좀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이런 유전자는 변하지 않는다.
서열이 낮은 침팬지가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인사를 하는데 어느 날 한 수컷 침팬지가 인사를 하지 않는데 이게 바로 정권교체의 반란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때 유혈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원만하게 교체가 이뤄지지 않을 때 유혈사태가 일어나는데 죽어 나가기도 한다. 이럴 때 우두머리는 보안관 행동을 한다. 우두머리가 되면 약자 편을 든다. 약자 편을 들어서 수를 맞춘다. 그런 행동을 많이 하는 유전자를 가진 침팬지가 자손을 많이 퍼트렸다. 우두머리가 되어서 지위를 오래 누릴 수 있고 암컷을 많이 가질 수 있는데 우두머리마다 보안관행동을 하는 빈도가 다르다.
암컷 침팬지들도 리더가 있다. 나이가 많고 친한 암컷이 많은 암컷이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암컷 우두머리도 싸움에 개입을 한다. 그런데 수컷과 방식이 다르다. 수컷은 보안관 행동으로 자신의 지지 침팬지들을 모으지만, 암컷은 공감의 바탕을 둔 개입을 한다. 자기가 친한 침팬지의 편을 든다. 암컷 우두머리와 수컷 우두머리의 싸움 방식은 다르다.
암컷 우두머리는 수컷 우두머리의 음식을 손에서 들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수컷 우두머리가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다. 암컷은 사적이다. 친한 암컷의 편을 드는 정치를 펼친다. 그러나 수컷은 약자의 편을 든다. 80%가 그렇다고 한다. 만약 100% 그러면 내부의 반발이 일어난다는 것을 침팬지가 안다고 한다.
침팬지들도 연합을 잘하는 수컷이 인정을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젊은 수컷이 도전해 와서 우두머리 자리를 잃게 된다. 사자처럼 1대 1로 우두머리 싸움을 하지 않는다. 1이 2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내줄 때에는 2는 3과 연합을 해서 1을 몰아내는 것이다. 권력이라는 건 살얼음 판이다. 적절한 보안관 행동과 20% 정도로 공감에 둔 정치를 해야 우두머리 자리를 이어갈 수 있다.
우두머리 자리를 수탈하는 과정에서 연합을 해서 우두머리의 고환을 잘라 죽이는 경우도 있고, 강이나 물에 빠트려 죽이기도 한다. 연합을 잃어버리면 권력자의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공감의 정치를 하지 않으면 고립되어서 쫓겨 날 수 있다. 집단동조심리에서 공동체에서, 집단에서 소외되는 공포는 죽음의 공포에 맞먹는다.
정치인 혼자 일 때는 학벌도 좋고, 사람들에게 지지도 많이 받고, 인물도 좋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 속에 들어갔을 때에는 실력차이가 드러남에 따라 하지 않아도 되는 말, 이상한 말, 개소리 같은 말을 내뱉게 된다.
2005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해리 G 프랭크퍼트 교수는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을 펴냈다. 영어 제목으로는 ‘On Bullshit(온 불싯)’이다.
개소리가 넘쳐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광고주는 매출을 올리려고 개소리를 하고,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개소리를 한다. 그들은 어떠한 타당성 있는 말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거라 생각되는 아무 말이나 혀라 한다. 일단 잘 알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다음 개소리들이 나오는 것이다.
개소리를 하는 인간들에게는 어떤 것이 진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거짓말쟁이들은 진실이 아닌 무엇인가를 진실로 대체하여 그것을 숨기려 하지만 개소리꾼 들은 진실을 숨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듣는 이를 조작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관건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들에게는 상관이 없다.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개소리가 좀 더 음흉하다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라면 식별이 힘들다는 것이다. 거짓말은 구체적인 움직임을 갖는다. 알려지거나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개소리는 그렇지 않다. 모호하기만 하다. 뭐가 잘못됐고 어떻게 된 거고 왜 불쾌한 거에 대해서 손가락질하기가 힘들다.
요컨대 마음을 열고 하늘을 한 번 보라는 말에는 옳고 그름의 식별이 불가능하다. 정치인들은 개소리와 거짓말을 거듭한다. 개소리를 하는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 권력자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되는 것, 공천을 받는 것이지 국민을 위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정상으로 간주되고 받아들여지는 수많은 개소리들이 있다. 프랭크퍼트 교수는 그것들이 진실에 대한 존중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했다.
우리 주위에 개소리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개소리를 매일 듣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아무튼 명절 연휴가 지나가고 있다. 역시 화살의 속도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며칠 전에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와 함께 조금만 걸으니 좀 쉬었다가 가자고 했다. 그리고 좀 걷다가 쉬었다가 걷고. 그러기를 반복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우물쭈물하더니 발톱이 몇 개 없다고 했다. 선뜻 그게 와닿지 않았는데 그는 발톱이 조금이라도 자라면 깎아야 한다고 했다. 발톱은 손톱보다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양말 속에 있어서 자주 깎게 되지 않는다. 티브이 예능 라디오스타에서 김국진은 발톱은 6개월에 한 번 깎는다고 했을 정도로 발톱은 자주 깎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발톱이 조금이라도 자라면 바짝 깎아 버렸다고 했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저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딘가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발톱이 신경 쓰였다. 한 번은 발톱이 조그만 자랐을 때 바짝, 아주 바짝 깎으면 좀 덜 신경이 쓰일 거라며 바짝 깎았다.
그렇게 발톱을 바짝 깎고 또 깎았다. 그러다 보니 발톱 몇 개가 사라져 버렸다. 발톱 따위 붙어 있으나 마나 한 줄 알았는데 없어지니 걷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발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발톱은 인체에서 양말과 신발 속에 숨어서 잘 보이지 않는 가장 하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잘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발톱이 못 생기면 사람들은 입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못생긴 발톱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리기도 한다. 또 이상하지만 나이가 들면 발톱의 색이 변하고 모양도 틀어지며 괴상하게 변한다. 어떤 사람은 상대방의 발이 예쁘면, 발톱이 예쁘면 그 사람을 맹목적으로 좋아해 버리기도 한다.
그는 출장이 잦은 통신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잘 걸을 수 없어서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참고 걸었으며, 발톱 부분에 붕대도 감고 걸었고, 병원에도 갔는데 날이 갈수록 걷는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고 했다.
우리가 가는 곳은 교정전문센터였다. 나는 그를 그곳까지 가는데 같이 가주는 것이었다. 걸음걸이에 문제가 생기고 나서는 다리의 모양까지 변형이 왔다고 했다. 그래서 교정 센터를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매일 밤마다 귀 안에서 벌레가 속삭입니다. 벌레가 말을 해요. 발톱을 깎아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발가락이 썩는다고 했어요. 벌레는 그렇게 매일 밤 나타나더니 요즘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어요. 덕분에 잠을 잘 잡니다.
얘기를 듣는 동안 목적지까지 다 왔다. 그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 약간 이상한 걸음걸이로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