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좋아해서 그런지 음식다큐를 자주 보는 편이다. 음식다큐는 지방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다큐가 의외로 아주 재미있다. 특히 국밥에 관한 다큐는 어느 방송사나 다 재미있다. 한국인은 국밥을 퍼 먹을 때 가장 맛있게 먹는 것 같다.


국밥을 다루는 다큐의 특징이 있다. 이 특징은 대체로 어떤 국밥다큐든지 다 비슷한데 오래된 국밥집이 나오고 국밥에 집요할 만큼 오차도 허락지 않는 나이 많은 사장님이 새벽부터 국밥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거래하던 고깃집에서 고기를 가지고 온다.


그러면 이런 말을 대부분 한다. 만약 그날 고기가 별로 좋지 않으면 바로 퇴짜를 맞고 다시 좋은 고기로 가져온다거나 하는 말을 한다. 그렇게 퇴짜를 맞고 좋은 고기가 들어와서 손님들에게 나간다는 말이다.

이 말은 퇴짜를 맞은 썩 좋지 못한 고기는 다른 국밥집에 납품이 되어 똑같이 손님들에게 나갈 텐데 그렇다면 좀 좋지 못한 고기를 받아서 파는 국밥집은 가격을 좀 깎아주나? 그것도 아닐 것이다.


다른 다큐영상에서는 가끔 이런 장면을 본다. 매일 잡아서 그날그날 공수해서 고기를 끓인다 => 같은 말들. 애초에 바로 잡아서 그날 국밥집에 납품하는 고긴데 좀 상태가 안 좋다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말 자체가 아예 필요 없는 말이다. 왜냐하면 신선한 고기이기 때문에 그날 새벽에 받아서 사용하는 고기는 그냥 국밥에 적합하다고 보면 된다.


썩 좋지 않은 고기라는 말은 말 그대로 몇 날며칠 있던 고기를 가져다줬을 경우다. 결국 퇴짜를 맞은 그 좋지 않은 고기는 다른 국밥집에서 또 다른 손님들의 입으로 들어간다. 만약 썩 좋지 않은 고기를 먹는 손님이 그 사실을 안다면 어떻든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날그날 납품하는 고기는 동등하게 전부 좋아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은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작은 의미로 식재료가 별로 좋지 않은 것을 괜찮아, 이 정도면 돼, 하며 조리를 해서 사람들에게 내놓는 것도 사기라면 사기일 수 있다. 도덕적 사기.


한때 장어 무한리필 가게에서 이런 식으로 장사를 했었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어는 기름이 많아서 오래되면 산패한다. 무한리필 집이니까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 장어에 많은 양념이 많이 발라져서 구우면 이 산패한 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자꾸 먹게 된다. 결국 산패한 장어가 몸속으로 들어가 탈이 나게 된다.


그래서 장어 집은 수족관이 있는 곳을 가라고 했고 횟집은 수족관이 없는 횟집에 가라고 했다. 횟집 앞에는 대부분 수족관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싱싱한 고기들이 있다. 그리고 자. 연. 산. 같은 글자도 보인다. 자연산은 마음껏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잡혔기에 갇힌 곳에서 세 시간 정도 지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똥을 싸고 그걸 다시 먹는다. 그래서 거품이 일고 물이 뿌옇다. 고기 상태가 그렇게 좋을 리 없다. 고기가 무슨 균에 걸려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수족관은 물이 깨끗하게 보여야 하니까 거품을 없애는 소포제를 넣는다. 이런 수족관에서 꺼낸 고기가 싱싱한 자연산일까.


사람들은 활어회를 선호하지만 맛있는 회는 숙성회다. 수족관이 없고 냉장고에 그날 횟감을 잘 숙성시켜 놓았다가 손님들에게 내놓는 회가 훨씬 맛있다. 모든 횟집이 비양심적으로,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여름에 물고기를 비롯해서 해산물을 회로 먹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라면이 좋다는 거다. 라면은 동등하다. 부자라고 해서 더 비싼 신라면을 먹고 못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주 가격이 저렴한 신라면을 먹지는 않는다. 들어가는 재료가 똑같고 싱싱하다 안 싱싱하다 따져들 필요가 없다. 그저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고 하니 가끔 끓여 먹으면 된다. 회나 장어도 매일 먹을 수는 없다.


게다가 모든 물가가 전부 고공행진하지만 라면만큼은 50원 내려갔으니 이보다 아니 좋을 수 없다. 라면을 오랜만에 끓여 먹었다. 김치를 넣고 끓여서 그런지 너무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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