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하나가 불만을 품고 궤도에서 이탈해 버렸다. 이 답답한 궤도는 싫어! 가고 싶은 곳으로 갈 거야,라며 방향을 틀어 마음껏 날아가고 있다. 하늘에 존재를 각인하고 사라져 간 저 별을 보며 나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다. 도대체 이 방에서 언제쯤 나갈 수 있을까. 눈앞에는 홀로그램으로 나의 생체인식에 대한 정보가 떴다.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하더니 아직도 이 방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생체정보에는 모든 게 정상이지만 적응 부분에서 아직이라고 미약하게 정보가 표기되었다]
사람이 죽고 나면 정신은 살아있을 때처럼 살려 둘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적응이 힘들어서 오히려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육체가 없어서 어딘가로 이동을 하지 못하니 정신만 살아있어서 컴퓨터 속에서 생존을 이어간다. 하지만 마치 방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기분만 든다. 전뇌의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서 안드로이드의 뇌에 정신을 입력할 수 있지만 대기자 수가 너무 많아서 기다려야 하는 과정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괴로워했다. 문제는 죽고 싶다고 해서 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육체는 죽고 정신만 백업을 해 놓은 상태라 컴퓨터 시스템 속에서 한 없이 대기를 해야 한다. 1차 적응이 완료되면 살아 있을 때처럼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했다. 휴대전화라고 하지만 그렇게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저 정보 안에서 휴대전화라고 느끼고 그것을 사용한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연락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대기를 할 수 있다.
어쩐지 곧 이런 미래가 올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전의 애플의 공습을 보니 오래전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처럼 미래에 대한 생각이 새롭게 들었다. 영화에서는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영화의 과학적 시간과 현실의 과학적 시간은 차이가 많이 난다.
1980년대 초에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 속, 세계는 2019년이 배경이다. 백 투 더 퓨처의 미래는 2015년이었고, 미래소년 코난의 배경은 2008로 한참 전에 지났다. 블레이드 러너 속 데커드가 지구에 몰래 들어온 래플리컨트(요즘 말로 에이아이, 안드로이드)를 잡는 이야기다. 그 속에서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현실에서는 아직 한참 먼 이야기다.
리들리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의 장면 장면에 은유를 심어 놨다. 영화의 모든 컷이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서 현재에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할 말이 많다.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해도 모자랄 것이다. 영화 속 인간은 하층계층부터 차별을 하고 서로 죽이고 생명을 앗아가지만 래플리컨트들은 동료가 인간에게 당해 죽으면 괴로워하고 분노했다. 인조인간 주제에 마음이라는 것이 없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었다.
블레이드 러너는 이후 나오는 디스토피아를 표방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아키라, 공각기동대, 토탈리콜, 저지 드레드 등. 대부분의 어두운 미래를 말하는 영화는 핵전쟁으로 암울한 지구를 말한다. 현재 세계는 핵전쟁은 아니지만 암울하긴 하다. 좀 있으면 빙하가 다 녹는 대지, 여러 나라의 전쟁으로 인해 수입해야 할 저렴한 식재료를 수입하지 못해 물가는 치솟을 대로 치솟지.
블레이드 러너는 하나의 상징, 장르가 되었다. 이번 애플의 헤드셋을 보며 애플 역시 또 한 번의 상징을 만들어내서 장르가 되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쥬라기 공원을 만들어 냈을 때 현대 자동차에서 자동차 백만 대 팔아치운 것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겼다. 문화의 힘이라는 게 엄청나다.
애플워치가 처음에 나왔을 때 하루만 차고 나면 충전해야지, 누가 차!라고 했지만 지금은 스위스에서 나오는 그 모든 엄청난 시계의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보통 휴대전화로 카톡을 하고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고르고 보정하느라 하루를 꼬박 보내지만 아이폰이 등장 함으로 가장 큰 변화는 책상에 앉아서만 하는 업무를 오피스에서 벗어나서 할 수 있게 되어 버렸다.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헤드셋을 보니 500만 원에 육박하지만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그 기이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과 맥북 에어를 들고 나와서 무대에서 설명을 했을 때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서 새벽에 기다렸다가 유튜브로 그 장면을 보았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낼 때에도 짜릿했지만 노란 서류 봉투에서 맥북에어를 꺼낼 때 정말 짜릿했다.
스티브잡스는 애플사의 자랑 매킨토시를 만들었다. 매킨토시는 미국의 사과 중에서 맛이 좀 떨어지는 사과다. 그래서 잼으로 만들어 먹고, 뭐 그런 사과를 매킨토시라고 한다. 스펠링이 Mclntosh다. 이 매킨토시에 스티브잡스가 약간 마법을 부려서 Macintosh로 만들었다. 이 맥이라는 게 초반에는 마니아들만 사용을 했는데 지금은 저변이 넓어졌다.
잡스의 이런 마법이 들어간 것이 픽사다. 픽사라는 단어도 잡스가 만들었는데 픽셀과 아트를 조합해서 pixar를 만들었다. 다 아는 얘기지만 잡스가 픽사를 처음으로 설립했다. 픽사를 설립하고 무모하게도 하나의 애니메이션에 10년을 매달렸다. 이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데리고 온 사람이 바로 존 라세티였다. 존 라세티는 70년대부터 스타워즈의 루카스 필름에서 그래픽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애니메이터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쓰리디를 담당하면서 디즈니사에 파견 근무식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열공하고 있었다. 86년에 잡스가 애플사에서 쫓겨나서 존 라세티를 데리고 와서 10년 동안 애니메이터들과 매달린 애니메이션에 바로 ‘토이 스토리’였다. 잡스는 토이 스토리를 선보이기 전 단편 애니메이션 ‘룩소주니어’를 만들었다. 그래, 바로 픽사 영화가 시작할 때 등장하는 꼬마전등 녀석, 그게 룩소 주니어였다. 평단의 평판이 괜찮았다.
잡스는 우디와 버즈가 만들어가는 토이 스토리 하나에 10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지치는 애니메이터들에게, 당신들이 창조해 내는 우디와 버즈는 비록 생명이 없는 장난감이지만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다. 세상의 아이들이 우디와 버즈를 좋아하게 될 것이며 언젠가 우리의 이 허황된 노력을 모두가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다. 잡스는 게다가 10년 동안 애니메이터들에게 월급을 꼬박꼬박 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95년에 토이스토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미국의 평단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사와 비교해 가며 망할 것이라 했지만 사람들은 우디와 버즈를 보기 위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말 그대로 열광했다. 쓰리디 애니메이션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픽사는 디즈니 사에 넘어갔고, 이번 인어공주를 계기로 디즈니를 살렸던 픽사의 직원들을 포함해 7천 명이 해고가 되었다고 한다. 잡스가 죽고 나서 토이 스토리 3에서 어른이 되어 떠나는 앤디를 향해 우디가 So long, Partner라고 하는 말은 픽사가 스티브 잡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대사를 할 때 눈물이 났다.
지금 문득 든 생각인데, 공황장애 때문에 석방이 된 박희영 구청장이 다음 날 새벽에 바로 출근을 했네. 아프다더니 좀 쉬지. 새벽에 출근한 이유도 유가족이 찾아와서 몰래 출근하느라 새벽에 한 거라는데.
2022년 12월 05일 자 주간경향 박희영 구청장에 관한 기사를 보니 어떻게 박희영 구청장은 공천되었을까. 전문성과 거리가 먼 행보에 권영세 장관 영향력이 컸다고 하는 기사가 있다. 공천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고 싶었으면 아픈데도 석방되자마자 새벽에 출근을 할까. 근데 공무원들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일을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람에게는 욕망이 있다. 욕망이 커지면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런데 이 욕망을 뛰어넘는 게 야망이다. 야망에 눈에 뒤집히면 자신의 가족, 자신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궤도를 벗어나라. 안전한 궤도 속에서 손에 꽉 쥐고 있으려 하지 말고 손을 놓고 그대로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