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무엇인지 예전에 한 번 올렸는데 그 글이 집의 편안함을 말한다면 https://blog.naver.com/drillmasteer/222604268489


이번에는 좀 호러블 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인간에게 집이란 어떤 곳일까. 집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3요소 중 하나이다. 집은 어떤 이에게는 살아가는 이유를 준다. 그건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집으로의 여행이 가장 좋은 여행이다. 호텔 같은 곳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집 같은 속박시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집이라는 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장소이기에 나만의 방법으로 나만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편안한 집도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떠나고 싶은 게 또 집이다. 지겹고 심심하기만 하다. 집이란 악착같이 들어가고 싶은 곳인 동시에 어떻게든 떠나고 싶은 곳이기도 한, 세상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장소이다.


대학교 시절 집을 떠나 자취를 했다. 그 역시 어떤 식으로 보면 여행이다. 주말에 가끔 집으로 오면 그렇게 편안하고 좋을 수가 없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내부반에서 고참이 되면 편안하게 잠이 들지만 집 같은 기분은 느끼지 못한다. 결국 집으로의 여행인 것이다. 집은 보통 이런 느낌이다.


하지만 집의 대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안은 또 다른 세계다. 그 속에서는 폭행이 일어나도, 일그러진 성적 욕망을 채워도, 사이비 종교 활동을 해도, 기르는 반려동물을 죽여도 집 밖에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 여자 자신의 아들과 섹스를 한데.

누가 그래?

동네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

아들이 중학교 때 따돌림을 당하고 집밖으로 안 나가기 시작했지. 그러면서 컴퓨터만 한 거야. 그러면서 성인 동영상도 보게 된 거지.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된 거야. 다른 애들은 전부 학교에 가지만 그 애만 집에서 나이가 들어갔던 거지. 아들이 엄마에게 자위를 도와달라고 했던 거야. 엄마는 아들의 자위를 해 주었고 그게 습관처럼 되었지. 아들은 엄마의 가슴을 만지면서 사정을 한 거야. 밥을 들고 방으로 엄마가 들어오면 아들은 엄마의 옷을 벗겨 가슴을 만지고 자위를 시켰다. 그때 엄마가 왜 그러냐고 머라고 하면 아들은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칼로 자신의 목을 긋는다며 엄마를 겁주었지. 결국은 엄마는 아들에게 섹스까지 허용한 거야.

그럼 그 집 아빠는?

아빠는 그 이전부터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아들과 마누라의 그런 장면을 목격을 한 거야. 그 뒤로 집을 나가버린 거지.

그 집 여자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 얼굴을 까고 그걸 외국의 음란 사이트에 올려 버린 거야. 세금 없는 돈을 꽤 많이 번 것으로 알아.

그럼 아직도?

아직도 뭐? 아들과 그러냐고? 그게 일반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인간이라는 게 어떠한 선, 우리가 그어놓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선, 그 선을 넘기가 너무 어려운데 일단 한 번 넘고 나면 그 뒤로는 큰 문제로 여기지 않게 되는 것 같아. 집 현관문을 닫는 순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밖에서는 누구도 알 수 없지. 저 집 같은 가족이 아마 엄청 많을 걸.


집이란 추억과 비슷하다. 추억은 가슴 저 안쪽에서부터 따뜻함을 주기도 하지만 마음 안쪽으로부터 칼로 도려내는 듯한 아픔도 준다. 집은 따뜻하고 편안한 곳인 동시에 서늘하고 불편한 곳이기도 하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부모에게 일어나고 부모는 대부분 집 안에서 자신의 자식을 학대한다.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전원일기의 시골의 집들처럼 서로 들여다 보고 관심을 가지는 게 좋지만 현대사회는 그럴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우리나라 공포영화 중에 ‘라이브 TV’라는 영화가 있다. 공포영화다. 그래서 아주 무섭고, 몹시 잔인하다. 이 영화에는 살인마가 등장해서 사람의 머리를 몸에서 분리를 한다. 그리고 그런 장면이 다 나온다. 이 살인마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심지에 숨어 있는데 잡히지도 않는다.


거대한 도시에는 수많은 모텔들이 존재한다. 이 수많은 모텔은 고립이며, 고독하고, 폐쇄적이며, 개인의 욕망이 집합되어 있는 또 다른 일그러진 세계인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 ‘어둠의 저편’에 나오는 ‘알파빌' 같은 곳이다. 섹스는 가능하지만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낮에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잠들어 있지만 밤이 되면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다.


모텔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무슨 사건이 벌어지는지 일단 터지고 나야 알 수 있다. 그동안에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개개인의 욕망을 푸는 곳, 지하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그래서 인간도 알지 못하는 지하실과 하수구들, 꽈리처럼 꼬인 전선들이 인간을 공격한다. 폭력이 마치 정당화되어 벌어지는 도심 속 고독의 공간에서 그 모든 것을 라이브로 생방송을 하다 살인마에게 잡혀 죽는 그런 내용의 영화다. 문을 걸어 닫은 그 안에서는 어떤 폭력이 일어나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다.


지난번에 집의 편안함을 말했다면 이번에는 집이 공포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사망한 인천의 어린이도 양쪽 다리에만 상처, 흉터, 딱지 등 232개나 발견되었다고 한다. 다른 신체 부위에도 여러 차례 걸쳐 맞은 흔적이 있다고 한다. 이 아이에게는 집이라는 곳이 공포의 장소였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도 아이는 제대로 눈조차 감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의 명복을 빌 뿐이다.


미드 1883을 보면 더튼 가의 딸, 엘사가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정해질지 알지 못했다. 당신이 죽어도 세상은 신경 쓰지 않는다. 비명도 들어주지 않는다. 피 흘린다면 대지가 마셔버릴 것이다. 당신이 사라져도 아무 상관이 없다. 신을 만난다면 맨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왜 경이로운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 괴물들로 가득 채우셨냐고. 왜 꽃을 심으시고 그 속에 뱀을 숨겨 두셨냐고. 토네이도는 왜 불어오느냐고. 그러다가 떠올랐다. 그는 우릴 위해 세상을 만든 게 아니라는 걸‘라는 내레이션을 한다. 이 글을 적으면서 이 대사가 떠올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