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되었다. 새해가 밝아서 눈 감았다 뜨니 2월이 되었다. 1월에 사람들의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게 하는 지독한 한파도 견디고 나니 영상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날이 되었다. 눈 떠보니 2월이 된 것처럼 박태웅 작가가 쓴 ‘눈 떠보니 선진국’이 떠오른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 뉴스에서, 예능에서, 다큐에서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한다.


이상하다, 그런데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맞을까. 과연 ‘나’라고 하는 인간은 선진국에 맞는 인간일까. 그건 자의적으로 또는 타의적으로 내가 선진국이라는 교집합 속에 속하는 인간으로 보이는가?


책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문법과 띄어쓰기는 정당성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나를 비롯해서) 띄어쓰기에 너무 신경을 쓴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신경은 쓰나 생각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이곳에 글을 올리고 나서 띄어쓰기를 확인해야 함이 당연하지만 내가 나를 보면 그 당연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올리고 난 후 다음 날이나 며칠이 지나서 읽어 보면 띄어쓰기가 틀린 곳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의 후배는 영어 띄어쓰기를 틀리면 정말 큰일 나는 줄 안다. 외국인들도 지네들이 쓰는 언어를 문장으로 표현할 때 띄어쓰기 많이 틀릴걸. 우리와 다른 점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요컨대 나의 조카가 어릴 때 태극기를 그렸는데 건곤감리가 틀렸다. 그러면 어른들은 큰일 나는 줄 안다. 5살짜리가 그린 태극기 그림이, 이게 태극기구나라고 할 정도로 그렸다면 괜찮은 것 아닌가. 물론 정확해야 하지만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그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고작 5살이 그린 태극기는 이건 태극기야 라고 알 수 있을 정도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너 스리랑카 국기 봤어? 그 나라 어린이들이 그 나라 국기를 그렇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그 나라 어른이라고 잘 그릴 수 있을까. 흥이다. 브라질 아이들은 브라질 국기 잘 도 그리겠다. 에콰도르는 국기 그리다가 늙어 죽을 걸.


책에는 양극화의 불평등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경제사범은 지위가 높을수록 집행유예로 풀려날 확률이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지금, 오늘 2023년 2월에 이르러 서민들은 더욱더 살기 힘들어졌다. 며칠 전에는 해운대에서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경찰이 뒤따라가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어떤 경찰은 추위 때문에 지구대로 들어온 노인을 멱살까지 잡고 밖으로 내쫓고 문까지 걸어 잠근 기사도 나왔다.


말과 행동이 다를 때는 언제나 행동이 진실을 가린다. 강남 땅값을 잡는다면서 강남에 신분당선을 깔고 KTX에서 SRT를 분리해서 강남으로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고위공직자의 40%가 강남에 집이 있다.


무엇보다 기레기가 되어버린 기자들이 있다. 지금은 취재해서 기사를 써내는 기자를 보지 못하는 현실이 되었다. 권력에 굽신 거리는 기자들만 매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취재 없이 출처만 남기는 이런 기사를 우리는 매일 본다.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역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복잡하고 구체적인 사회문제가 산적하고, 더 심화되는데 과연 선진국일까.


특히 국가를 이끄는 사람들, 고위 공직자들, 정치가들, 정부 요직 자들은 선진국에 맞기나 한 사람들일까.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는 IMF 총재인가? 한국만 올해 경제가 몇 퍼센트 하양 한다고 했다. 한국만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자연이나 경제에서 숫자 1의 변화는 어마어마하다. 어떻든 물가가 오르고 난방비, 냉방비가 오르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사람들은 서민들이다.



마스크 해제다. 제한구역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자율화가 되었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서 내가 본 사람들은 누구 하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선배 형이 작년에, 이미 1년 전에 이제 마스크를 벗게 되는 순간 코로나 후 폭풍이 휘몰아칠 거라고 했다.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면서 코로나시기에 대출받은 금액을 상환해야 하는 시기에 봉착하며 물가의 상승과 맞물리면서 삶의 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했는데, 묘하지만 선배의 말처럼 되어 가는 것만 같다.


아직은 개울에 꽁꽁 언 얼음이 있지만 어제는 조깅을 하다 보니 등에서 땀이 흘러 축축해졌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날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한파가 몰아치던 날에 조깅을 한 것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이 포근했다. 어른이 되어서 느끼는 거지만 자연은 말도 못 하게 잔인하다. 인간의 생로병사와 무관하게 자연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한파가 물러가고,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봄이 온다. 아무리 자연에 금이 간다고 해도 때가 되면 원래 그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인간과 너무 달라서 자연은 정말 잔인하기만 하다. 반복의 무한 굴레로 영원성을 이룬다. 그러는 동안 인간은 나이가 들고 세포가 사라지고 늙어간다. 자연은 인간처럼 여지를 두지 않는다.



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면, 유튜브에서 짤막한 웹툰을 봤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몇 컷 안 되는데 보고 나니 소름이 돋았다. 한 여성이 스토커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었다. 매일 그런 불안으로 지내고 있다. 밤에 잠이 들기 전 문단속을 단단히 하고 침대에 들어 머리맡에 떠 놓은 물컵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가 마신 것보다 물이 훨씬 줄어 있었다. 여성은 너무나 겁이 나서 경찰들을 불렀다. 분명 저 컵에 지문이 있을 것이다. 과학수사대는 물컵에 묻은 지문감식에 들어갔다. 삼십 분이 지난 후 감식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말했다. 안심하세요, 물컵에서는 누구의 지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주 차가운 날의 한 컷


냉기에 찰기가 흐르는데 바람이 없어서 덜 추웠던


한파가 오는 날의 조깅 코스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아직은 꽁꽁 얼어있지만 곧 녹을 것이다


날이 풀려 방환하는 신난 다리


겨울밤 문을 다 닫은 전통시장의 모습은 쓸쓸해


밤하늘에 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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