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 2022년의 11월도 열심히 자연의 변화와 흐름을 기록했다. 아니, 기록하려고 했다. 오늘 밤(11월 30일)부터는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선 기분이다. 조깅을 하면서 얼굴에 닿는 공기에서 냉기가 촤르르 흐른다.


11월 초와 11월 말을 비교하면 전경의 흐름이 눈에 드러난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기록을 한다. 오로지 밖으로 나와야만 볼 수 있는 세계다. 이렇게 차가운 날에도 강변을 달리다 보면 정경의 매력에 빠지기도 한다.


소설 속의 정경처럼 오리들이 삼삼오오 강가의 물 위에서 서로서로 속삭이며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고 하늘은 오늘 이전에 비해 좀 더 어둡고 탁한 색으로 변한다. 나뭇잎들은 전부 바람에 날려 강물 위에 흩어지고 뾰족하고 날렵한 모습으로 변한다.


시간이 밤으로 갈수록 강물 위의 오리들이 오선지의 음표처럼 물결친다.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든 11월의 흐름을 기록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느끼고 그 속에 내가, 우리가 속해 있음을 실감한다. 거대한 슈퍼컴퓨터의 시스템은 때가 되면 회로가 작동을 하며 전동의 불빛을 갈아치우듯 자연도 계절에 맞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 존속되어 가고 있다.


이 세상은 빛과 어둠만이 다가 아니야

그 사이에는 그늘도 있고 밝음도 있어

남자와 여자만으로 세상이 존재하지는 않아

그 사이에 너도 있고 나도 있어

우리는 그늘이기도 하고 밝음이기도 해


11월 밤하늘에는 늘 달과 별이 외롭게 떠 있다. 그리고 그 별과 달을 바라보는 나무조차 고독하고 우울해 보인다.


몸속의 우울은 깊고 깊어서 꺼내려해도 닿지 않았다.

조용하게 몸을 말고 있는 우울은 꺼내서 버리기에는

너무나 작고 연약해서 딱해 보였다.

할 수 없이 같이 지내는 방법을 택했다.


갈대는 별을 형해 끝없이 머리를 향하고 있다. 노르웨이 숲에서 와나타베는 그걸 느꼈다. 나오코가 바라는 건 나의 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품이며 나의 어깨가 아니라 누군가의 어깨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는 그만큼 상처를 받는 것에 소홀했던 것이다.


밤의 강변을 달리면서 늘 드는 생각은 하늘에 뜬 달은 초초하고 외롭게 빛을 내고 있는데 땅 밑에서 세상을 낮처럼 불 밝히는 인공광원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 속의 거리상으로는 고작 7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인데 인공광원이 가지지 못하는 초현실적인 빛을 낸다. 달은 존재를 알리기 위해 매일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밝힌다. 그 짓을 몇 년이나 했던 것일까.


바람이 한 차례 불면 갈대들은 춤을 춘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운율에 맞게 몸을 흔든다. 이 멋진 광경,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언젠가, 그 언젠가 지금의 이 순간을 꼭 다시 느껴보리라.


일하는 건물에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메리메리 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가장 설레고 좋은 날이다. 다가오는 매일매일이 기분 좋은 날들의 연속이다. 마치 그 사람을 만나기 하루 전의 기분처럼.

별과 갈대


달 빛


세상을 삐딱하게


춤을 추는 갈대


광원 대 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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