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좀 무서워? ㅋㅋ



여러분은 귀신이 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비율은 어떻게 될까. 요 근래 심야 괴담회를 보고 있는데 꽤 재미있다. 백퍼 사연으로 구성된 이야기라 그런 것 같다. 사연이라는 의미는 사람들이 귀신을 직접 겪은 사연을 이야기로 재구성을 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사연을 보낸 모든 사람들은 귀신을, 귀신의 존재를,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심야 괴담회를 보고 있으면 후욱 빠져들어 아주 재미있다.


심야 괴담회가 나오기 전에는 역시 직접 겪은 귀신의 사연으로 된 일본의 무서운 이야기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많이 봤지만 심야 괴담회에 나오는 귀신의 퀄리티가 훨씬 무서워서 이쪽을 보게 된다. 나는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데 뱀파이어부터 좀비물을 비롯하여 초자연이나 스티븐 킹, 러브 크래프트의 소설이 영화가 된 공포물도 좋다. 심령이니 폴터가이스트도 좋고, 오컬트 역시 좋아한다. 그래서 공포영화는 정말 많이 본 것 같다. 공포 단편 영화들도 많이 봤는데 외국에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든, 정말 무서운 5분 미만 짜리 공포 영화들이 많다.


밤에 무서움을 주는 공포영화도 좋지만 미드 소마처럼 환한 대낮에 무서움을 주는 공포가 더 겁이 난다. 이 정도로 말을 하면 내가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전혀 귀신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듣고, 또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귀신이라는 건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아서 공포물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귀신을 보지 못했기도 했지만 귀신이 없다고 주위에도 말하고 다니는 이유가 있다.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귀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귀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 즉 누군가를 죽였는데 그 사람이 귀신이 되어서 복수를 한다던가, 아니면 사람에게 해를 끼쳐서 귀신이 찾아와서 죽이는 경우를 제외하고 아무 관련도 없는데 귀신에게 죽는 경우가 많다.


심야 괴담회를 봐도 귀신이 재보자를 데려가기 위해 빨간 실을 묶어서 끌고 간다던가, 또는 이사 간 집에 살고 있는 귀신이 이사 온 가족을 죽인다던가 하는 경우는 귀신과 관련이 없음에도 죽는다. 그럴 때는 죽은 사람도 귀신이 될 수 있으니 나를 죽인 귀신과 결투를 신청해서 싸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귀신이 있다면 그래서 귀신에게 잘못도 없이 그저 끌려가서 재물이 되어 죽었다면 그 사람 역시 귀신이 되어서 죽인 귀신에게 달려들 수도 있다. 이미 한 번 죽었는데 더 이상 무서울 것도 없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라며 귀신에게 덤비는 것이다.


공포물을 좋아해서 열심히 보지만 정말 무섭군, 하는 영화는 드물다. 사실 거의 없다. 보고 돌아서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공포물이 아닌데 정말 끔찍하게도 무서웠던 영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였다. 그 영화는 참 무서웠다. 귀신보다 가족이 더 무서운 경우가 실제로는 많다. 연예인들의 경우도 가족이 참 무섭다는 걸 온 천하가 다 알게 되었고, 오은영에게 상담받는 가족들 역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제일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공포영화가 세상에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가- 공포물에서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무섭게 나오는 이유가 현실에서 인간이 제일 무섭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나마 가상의 공포를 만드려고 노력을 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워킹데드 시즌 1을 다시 보고 있는데 1화인가 2화에 글렌을 만나기 전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좀비 떼들에게 물어 뜯기는 장면이 있다. 말의 배를 가르고 그 안의 순대를 꺼내서 좀비들이 막 먹는데 다시 보니 입으로 가까이 가져가지 먹지는 않는다. 아 뭐야? 먹지를 않네? 그게 지금 보면 너무나 눈에 확 들어온다. 어째서 처음에 볼 때는 안보이던 것들이 다시 보면 보이는 걸까. 왜 그럴까.


그게 바로 인간의 삶이라는 것도 그런 것이야 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당장 눈앞에 것은 잘 보지 못하고 그대로 믿어 버리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보면 보이는 것들.


관계가 꼭 그렇다. 관계가 어려운 건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이 혈액형이나 MBTI로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전부 제각각이기 때문에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잘못된 관계, 틀어진 관계, 찢어진 관계, 뜯긴 관계는 당시에는 보지 못한다. 지나고 나서야 보인다. 꼭 세상이 멀홀랜드 드라이브 같다.


어제도 공포영화 미드 시리즈를 끝냈다. 시각적으로 직접적인 무서움보다 미드 시리즈의 공포영화 속에서 정말 무서운 건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에, 어제는 이 말을 했다가 오늘 말을 바꾸어 버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가족은 중요하고 타인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포가 확산되는 것도, 확산된 공포로 몰아넣는 것도 인간들인 것이다.


얼마 전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봤다. 요즘 유행을 따라 멀티버스, 다중우주의 세계관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 역시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가족의 관계에 대해서. 가족이란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알 수 없는, 제일 멀리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마음을 홀딱 빼앗겨버릴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었다. 좀 웃기지만 두 덩어리의 돌멩이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인간은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없지만 돌이 되는 순간 순수하게 겉과 속이 같은 존재가 된다. 인간의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돌은 겉과 속이 같기 때문에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다. 몹시 인상 깊었다.


‘매일이 소란스럽고 전쟁 같지만 엄마는 오늘도 나에게 온 선물 같은 너를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가 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아무튼 워킹데드 다시 보니 그 시기에 나온 다른 시리즈에 비해 영상이 좀 허술해. 그래도 재미있다. 심야 괴담회는 어떻든 지금 현재 나에게 있어 가장 최고의 공포물이다. 나도 사연을 한 번 보내보고 싶은데 당최 귀신을 만날 수가 없으니. 흉가 체험이라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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