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요즘에는 안성탕면에 푹 빠져있다. 안성탕면을 10년 가까이 먹지 않고 그 전에는 신라면, 삼양라면, 진라면을 주로 먹었는데 요즘은 안성탕면을 내내 먹고 있다. 어릴 때 안성탕면을 많이 먹었는데 언젠가부터 안성탕면에 이상하게 밀가루 냄새가 많이 났다. 밀가루 냄새는 라면을 끓이면 보통 없어지는데 그 냄새가 라면을 끓이고 나서도 계속 남아서 다른 라면으로 눈을 돌렸다.


라면의 종류는 굉장히 많지만 먹게 되는 라면은 몇 종류가 안 된다. 이상하지만 늘 먹던 라면을 끓여 먹게 된다. 새로운 라면이 나왔다고 해서 한 번은 먹어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 먹던 라면을 먹는다. 새로운 짜장 라면도 무수히 많지만 결국엔 짜파게티다. 잘 나가는 먹방 유튜버들이 아무리 새로운 라면을 끓여서 맛있게 먹고 홍보를 해도 라면만큼은 자신만의 라면을 고수한다.


안성탕면은 신라면과도 다른 면발이고, 팔도에서 나오는 도시락과도 다르며 삼양라면보다 국물 맛이 더 좋다. 그러니까 밀가루 냄새가 국물에서 싹없어졌다. 삼양라면을 먹을 때에는 라면을 푹 삶아서 퍼진 맛으로 자주 먹었다. 나는 라면의 퍼진 맛도 좋아한다.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될 법한, 그렇게 퍼진 맛도 좋다. 그런데 안성탕면은 꼬들꼬들하게 끓여서 먹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라면은 1인당 일주일에 1.7개라는데 나처럼 라면을 잘 먹지 않는 인간도 일주일에 두 번은 끓여서 먹는다. 고작 두 번 이기에 한 번 끓여 먹을 때 두 개 이상 먹어야지, 하며 덤비지만 이제는 위가 작아져서 그런지 라면 하나를 먹고 나면 배가 어느 정도 찬다. 배가 부르지는 않지만 밥과 반찬과 먹고 나면 야심 차던 공격성은 뒷전으로 밀려가 버리고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지 뭐. 같은 마음이 되어 버린다.


안성탕면 하면 라끼남의 강호동이 생각한다. 강호동의 포포몬쓰로 대책 없을 것 같지만 철학적으로 끓여서 푸릅푸릅하며 안성탕면을 야외에서 정말 맛있게 먹는다. 강호동은 음식을 다 맛있게 먹지만 라면을 제일 맛있게 먹는 것 같다.


전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라면은 신라면이라고 한다. 1등이 신라면인데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신라면이 1등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2020년에는 부산 경남에서는 안성탕면이 가장 많이 먹는 라면으로 인기가 제일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곳도 경남이라 그런지 요즘 내 입맛에는 안성탕면이지만 주위에서 안성탕면을 먹는 사람은 잘 못 본 것 같다. 나의 입맛도 언젠가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안성탕면은 밀가루 냄새를 잡기 위해 쌀을 첨가해서 그 냄새를 완화시켰다고 한다. 특유의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줄어든 것이겠지만 예전 같은 그런 냄새는 나지 않는다. 안성탕면은 파란 봉지의 해물 안성탕면도 있다. 나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먹어 보려고 노력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안성탕면은 83년 9월에 출시가 되었다. 라면이 나와서 인기를 끌면 그에 따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오징어 짬뽕 라면, 신라면, 카레라면 같은 라면 이름은 이름만으로 라면을 짐작할 수 있는데 안성탕면은 이름이 왜 안성탕면이지? 하며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농심 관계자가 이런 건 말해주지 않아서 사람들이 추측을 했는데 아마도 안성은 지역명이라는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 뒤에 삼영라면 쪽에서 호남탕면, 영남탕면, 서울탕면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라면을 먹어본 사람들이 거의 없다. 홍보를 못한 탓인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삼양라면 하면 한때 또 재미있는 인터넷 작은 사건이 있었는데 누군가 디시에 글을 올렸다. 삼양라면을 먹고 들어간 햄 때문에 햄 맛이 강해서 삼양라면의 진정한 맛이 나지 않아서 빼 달라고 한 사연을 보냈는데 시간이 지나 삼양라면에 햄이 빠져 있었다는 글을 올렸다.


그랬는데 그 밑에 댓글들이 난리가 난 것이다.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오게 되었고 댓글들이 대부분 욕이었지만 그중에 찰진 욕이 있고, 재미있는 댓글들이 아주 많았다. 조회수가 160만이 넘었었다. 댓글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은 다 수면 밑에 숨어 있는 것 같다. 그 짧은 글 하나에 고수의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라면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예전에 한 번 올렸었다. ‘라춘쇠’에 관한 이야기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346#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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