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예전부터 집에서 고사리를 무치면 대부분 내가 다 먹었었다. 집에는 고사리를 먹는 사람도 없는데 왜 고사리를 자꾸 무치는지 모르는 일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시집간 동생도, 태어난 조카도, 조카의 아빠도, 그리고 고사리를 열심히 무친 장본인도 고사리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정말 가족 중에서 고사리에 젓가락을 대는 사람은 1명도 없다.


그럼에도 고사리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느 순간 밥상 위에 올라와 있다. 그러면 결국 내가 다 먹게 된다. 나물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상하기 때문에 먹어치우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 그래서 조급함이 밀려올 땐 이렇게 밥과 함께 비벼서 해치워야 한다. 그 누구도 고사리에 젓가락을 대지 않는데 아무튼 때가 되면 고사리를 무쳐 놓는다.


아무래도 모친은 어릴 때부터 아무도 먹지 않아서 내가 먹는 이 고사리가 내가 좋아서 먹는 건 줄 알고 자꾸 무치는 모양이다. 이렇게 말을 하면 누군가는 모친에게 말을 하세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미 모친에게는 한 스무 번은 이야기를 했다. 아무도 먹지 않는데 고사리 따위 제발 하지 말라고 10년 전부터 말을 했지만 어디서 받아왔네, 누가 주었네, 라는 거짓말을 하면서 잘 도 밥상 위에 올려놓는다. 고사리 귀신이 따라다니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쪽에서 백기를 들며 포기하고 먹다 보면 냠냠 고소하기도 하면서 참기름에 샤워를 해서 그런지 맛이 없지는 않다.


게다가 내가 밥을 비벼 먹는 스타일은 고추장을 넣지 않는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반찬에 어지간한 양념이 되어 있어서 그대로 비벼 먹어도 괜찮은 맛이다. 안동식 제삿밥이다. 고사리는 남자에게 별로니 같은 말이 있지만 뭐 어때, 라는 마음으로 먹을 때는 맛있게 해치워버린다.


고사리가 들어가서 맛있는 음식은 육개장이다. 정확히는 닭개장이다. 더 정확히는 외가가 있는 촌에서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집에 들어가면 외숙모가 큰 솥에서 닭을 한 마리 넣고 고사리와 대파와 여러 가지를 넣어서 끓인 닭개장을 준다. 물놀이를 하면 허기가 져서 닭개장이 아주 맛있다.


이제 그런 맛있는 닭개장은 더 이상 나에게는 없다. 그저 추억 속에만 있을 뿐이다. 여름의 개울에는 물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가 좋아서 개울가에 앉아서 내내 맡았던 기억도 있다. 개울은 맑아서 가재도 있어서 잡아 보기도 했다. 개울의 물은 근처 논으로도 흘렀는데 거기에는 개구리 밥이 동동 떠 있었고 밤이 되면 개구리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노래를 불렀다.


그런 분위기에서 물놀이를 하고 외가에 들어오면 맛있는 냄새가 나고 외숙모가 끓인 닭개장을 한 그릇씩 먹었다. 맛있었다. 중학생 주제에 닭개장 안에 들어간 고사리가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고사리도 우리나라만 먹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사리 전문점 같은 곳은 없다. 콩나물 비빔밥은 있지만 고사리 비빔밥이나 고사리 찌개 같은 음식은 없다. 고사리는 그 정도로 밥상 위에서 주가 되는 음식은 아니다.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이 고사리를 옆 테이블에서 먹는 모습을 본 다면 입을 아 벌리고 고개를 자라처럼 쭉 빼서 뚫어져라 쳐다볼 것 같다. 그리고는 메뉴판을 정독하며 고사리가 들어가는 음식을 주문하려고 고민을 할 것이다. 이렇게.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은 옆 테이블에서 맛있는 먹는 모습은 호오 하는 모습으로 본다. 그러다가 생각에서 벗어난 음식이면 거기에 호기심이 들어와서 뭐지? 하며 더 유심히 본다. 만약 현실에서 그렇게 다른 테이블에서 먹는 모습을 본다면 요즘은 일이 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로 상이 현실에서 호오 하는 표정으로 본다면 사람들은 아, 고로 아저씨구나, 하며 넘어갈지도 모른다.


타인의 음식 먹는 모습을 보는 건 이상하지만 재미있다. 특히 맛있게 먹는 모습은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고로 상처럼 호오 하며 다른 테이블에서 먹는 모습을 빤히 볼 수 없다. 그래서 먹방이 유행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고 사람들은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물론 여기에는 편집이나 스킬 같은 것들이 잔뜩 가미되어 있어서 더 볼거리가 풍성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먹방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잘 먹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 되었다. 간혹 남이 먹는 걸 왜 보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먹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렇게 먹방이 많아지고 먹방으로 인해 여러 콘텐츠가 늘어났다.


먹방은 먹방이라는 이름이 있기 훨씬 전부터, 유튜브가 있기 전부터 있어왔다. 말이 너무나 많은 브이제이 특공대부터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가서 연예인들이 음식을 먹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아주 많았다. 그런 프로그램은 인기였다. 왜냐하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이승윤이 자연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 장면이다. 산속에서 몸을 움직여 노동을 한 후에 얻어 낸 식품으로 조리한 음식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


또 여전히 인기가 아주 좋은 최불암 아저씨의 한국인의 밥상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마냥 먹기보다 그 음식에 대해서 접근을 한다. 그래서 그 지역, 그 지역인들이 해 먹던 음식이 나오고 지역 사람들이 그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된 스토리가 있다. 물론 가장 즐거운 장면은 역시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 장면이다. 동네 사람들이 평상에 빙 둘러앉아 요리한 음식을 먹는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은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 아직도 하고 있고 여전히 인기며, 앞으로 계속할 것이다.


고사리 하면 개인적으로 양희은의 밥상이 떠오른다. 예전 방송 중에 ‘양희은의 시골밥상’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농촌의 한 집에서 머물려 땅에서 얻어낸 것들로 음식을 만들고 밥을 지어서 먹는 프로그램이었다. 양희은은 몸이 안 좋았던 적이 있어서 먹거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치유가 되는 음식을 찾게 되고 조리법을 연구하게 된다. 흔히 요즘의 먹방과는 거리가 있는 음식으로 상을 차리게 되었다. 시래깃국이나 나물이나 된장찌개 같은 음식들. 먹고 나서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음식들이 주가 되었다. 그리고 게스트가 와서 같이 밥을 해서 먹는다. 이 역시 전국을 떠돌며 그 지역의 시골의 집에서 머물며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이나 나물을 캐서 고사리 전이며 부추전 같은 것을 해 먹는다.


그 덕에 양희은의 '양희은이 차리는 시골밥상'이라는 농촌 음식 에세이 책도 구입해서 열심히 읽었다. 그 안에 고사리 무침이 나온다. 책을 아무리 찾아도 못 찾아서 사진은 '은혜 갚은 베짱이'라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왔다.

양희은과 함께 보조 출연자로 가수 아가가 있었는데 아주 복스럽게 잘 먹었다. 잘 먹고 많이 먹었는데 맛있게 먹었다. 분명 고로 상이 있었다면 호오 하며 봤을 것이다. 만약 요즘 먹방 프로그램이나 먹방 유튜브를 했다면 엄청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그렇게나 많이 먹고 잘 먹는데 늘씬했다. 양희은은 매일 아침 라디오를 하고 방송에도 자주 나오는데 아가라는 가수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


다시 고로 상의 먹방으로 돌아와서 고로 상은 음식 먹는 것에 오직 집중한다. 요즘 여러 기사나 칼럼에는 음식을 먹을 때에는 오직 음식에 집중을 하라고 되어있다. 고사리 비빔밥을 고로 상에게 내놓으면 역시 집중을 하며 산에서 보물이 입으로 들어오는 군, 와암. 하며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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