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 후 엘베샷


조깅만으로 살을 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조깅을 거의 매일 10년 정도 하고 있으니 내가 내린 결론도 옳지 않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깅을 시작한 지는 15년 정도 되었으나 처음 5년 동안은 달리는 것에 집중을 하지 않거나 달리고 싶을 때 달렸으니 5년은 빼고, 거의 매일(달린다고 하는 이유는 달리지 못하는 날을 제외하고 일 년에 350일 정도는 달리고 있다) 달린 지 10년 정도가 되었다. 나는 겸손과는 거리가 좀 먼 인간인데 조깅에 대해서 물으면 대체로 겸손해진다.


왜냐하면 운동을 매일 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자신이 하는 운동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사람들은 보통 두 시간 운동을 했다고 하지만 두 시간 내내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옷 갈아입고 벗고, 물 마시고, 허리에 손 올리고 주위 간섭하고, 휴대폰 보고, 앉아 있거나 샤워하는 시간이 운동 두 시간 중에 한 시간은 넘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 24시간 2시간 운동을 했다는 말은 거짓말이 된다. 그러니까 “나 이전에 3년이나 운동했는데?”라고 하는 사람의 말을 분리해보면 3년 내내 운동을 한 것이 아닌데 자신은 3년 내내 온동을 했다고 착각을 한다. 그런 점에서 매일 조깅을 하지만 하루에 한 시간 넘게 하는 거라 달리기에 대해서 물어보면 겸손해진다. 그저 조금씩 달리고 있어요,라고 말해 버린다.


요즘 조깅은 땀으로 옷이 홀딱



조깅으로 살을 빼려면 하루에 8시간씩 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같은 날 조깅을 한 시간 정도 하고 나면 사진에서 처럼 온통 땀이다. 땀으로 옷을 쥐어짜도 될 정도다. 그러나 이건 전부 수분이다. 소금기라든가 몸 안에 찐 살이 빠져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운동으로 살을 빼려면 조깅보다는 살이 찐 부위를 빼려는 고강도 근력 운동이 더 좋지 싶다.


그동안 주위에서 내가 매일 조깅을 하니까 따라붙었다가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몇 있다. 그들은 40대 회사원들로 회사에서 대체로 한 자리까지 오른 사람들이다. 그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다. 가정도 돌봐야 했다. 주위 인간관계도 원만히 유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했다. 회식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달랜 후 그다음 날에는 꼭 짬뽕 같은 국물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살이 너무 찐 것이다. 그래서 조깅을 매일 하는 나 같은 경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엇비슷한 체형과 체격을 유지하고 있어서 조깅을 할 때 따라붙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일단 달리는 것에서 문제가 생겼다. 무릎이 아파서 거의 걷는 수준으로 달려야 했고, 몇 주일 동안 어느 정도 달리기에 적응이 되면 운동이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서 고픈 배를 채우기에 바빴다. 공복 상태에서 조깅을 권했지만 그러다가는 쓰러진다며 배부르게 먹고 나와서 조깅으로 소화를 시키고 집에 가서 야식을 또 먹는다. 이렇게 해서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어떤 이는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을 빼기는 싫다고 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현재 먹는 그 맛 좋은 음식을 고르는 것이 행복한 고민이 아니라 그게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살은 식단을 조절해서 빼고 조깅은 달리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달리면 아주 좋다. 분명 인간은 언젠가 달리지 못할 때가 온다. 요즘은 통통한 어린이도 많지만 아이들은 대체로 말랐다. 아이들은 주로 뛰어다닌다. 늘 뛰어다니고, 자꾸 뛰어다니고, 계속 뛰어다닌다. 자신의 에너지를 측정할 수 없으니까 고갈이 될 때까지 끝없이 뛰어다닌다. 그렇게 에너지를 소비하니까 살이 찔 틈이 없는 것이다. 어린이 때를 벗어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달리지 않는 이상 그저 걸어 다니거나 붕어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늙어 버리면 더 이상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날이 온다. 그래서 그전까지 달릴 수 있을 때 실컷 달리는 것이다. 이런 폭염에 두 시간 걷는 건 너무 짜증이 나지만 한 시간 달리는 건 아주 상쾌하다. 숨이 끊어질듯한 그 데드 포인트까지 닿는 것도 아주 기묘한 경험이다. 이 시점을 넘기면 심장에 강한 무리를 주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하는 정도까지 가는 경험도 한다.


눈으로 들어오는 광경을 뇌에 리플렉션 시킬 때 나만의 방법으로 새로운 세계로 입력한다. 그런 일들을 매일 조깅하면서 가질 수 있다. 조깅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잠깐 쉴 때에는 많은 상상을 한다. 그리고 뇌의 7구간에 입력해놓은 상상을 조금씩 글로 풀어내 보기도 한다.


조깅이 끝나면 들어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다. 단, 적당하게 먹는다. 맥주는 한 캔, 치킨은 4조각 정도, 국물음식은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배부르지 않게 맛있게 먹는다면 좋아하는 음식을 매일이고 먹으며 뺀 살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하는 나도 근래에 마요네즈의 미친 맛에 현혹되어서 지금까지 몇 통을 먹어 버렸다. 그랬더니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겨드랑이와 그 밑으로 살이 쪘다. 살이 찌는 건 그렇다고 생각한다. 10년을 조깅을 하면서 비슷한 몸을 유지해도 며칠만 배부르게 먹게 되면 – 마요네즈를 왕창 곁들이면 이전에 했던 운동은 전혀 무용지물이 된다. 그냥 살이 쪄 버린다. 하루 많이 먹고 하루 많이 운동해야지, 한다고 찐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가지는 상식 중에서 잘 못된 상식이 아주 많은데 그중에서 ‘죽’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플 때 죽을 먹거나 소화가 안 되면 죽을 먹는데 사실 죽을 계속 먹으면 위에 더 좋지 않다. 소화는 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을 입 안에서 씹을 때 나오는 침 속에도 분해액이 있어서 거기서부터 소화를 하는 작용을 하는데 죽은 그런 과정이 없이 그대로 위로 꿀꺽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죽이 좋다고 계속 죽만 먹다가는 나폴레옹 꼴이 난다. 나폴레옹은 위장 장애가 있기로 유명했다. 그 병이 평생 자신을 괴롭혔다. 그래서 죽을 많이 먹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한다. 대식가에 음식을 아주 빨리 먹고 탄수화물 중독이었다. 심각한 비만이 되었는데 세인트 텔레나 섬에서의 말년을 묘사한 초상화에는 엄청난 지방으로 둘러싸인 펭귄의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조깅을 하면 살이 빠진다는 생각은 죽을 계속 먹으면 소화가 잘 될 거야, 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단 기간에 살을 빼고 몸을 만들어서 바디 프로필을 찍는 건 좋으나 그 몸을 죽 끌고 유지해야 하는데 프로필 촬영만 끝나면 이전보다 더 살이 쪄 버리는 경우를 본다. 내가 일하는 곳에는 위에 거대한 헬스클럽이 있어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본다. 운동 자체를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조깅 정도는 즐겨야 매일매일,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그리고 해 보면 달리기만큼 원초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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