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이라는 건 몹시 연약하다. 날카로운 것에 살짝만 베여도 살갗이 찢어지거나 벌어져 피가 난다. 심지어 종이의 날에도 손가락이나 손바닥이 베기도 한다. 휴대폰이 떨어져 운이 없으면 골절상을 입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잘못하여 넘어지기라도 하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할지도 모른다. 어쩌다 모르는 이와 술집에서 난투극이라도 하고 나면 경찰서에 앉아있는 동안 서서히 얼굴에 난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만큼 인간의 몸이란 아주 연약해 빠졌다.


내가 일하는 곳의 옆 가게에서도 며칠 전에 블라블라 해서 허리가 삐끗했는데 블라블라 병원에서 블라블라 물리치료 블라블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체라는 건 참 허무하다 할 정도로 약하디 약해 빠졌다. 약하디 약하다는 말은 꼭 쳇 베이커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나는 다친 적이 거의 없다. 거의 없다는 말은 한 번 있었는데 그게 어린 시절이었다. 초3인가 그랬는데 아이들과 놀다가 넘어지면서 팔이 밖으로 꺾였다. 그때 깁스를 해서 학교를 다녔다. 깁스에 아이들이 낙서를 했고, 안이 가려워 젓가락 같은 것으로 쑤시기도 했다. 그때가 왜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가 하면, 운동장에 미끄럼틀이 있었다.


아이들이 미끄럼틀에서 놀았는데 양팔로 미끄럼틀의 양쪽을 잡고 공중으로 한 바퀴 돌아서 미끄럼을 탔다. 잘 설명을 못하겠지만 요지는 양팔을 다 사용해야만 하는, 양팔을 사용해서 공중으로 한 바퀴 돌아서 미끄럼을 탔는데 나는 그 밑에 앉아서 아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한쪽 팔을 깁스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이들처럼 그렇게 미끄럼을 탈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요란하게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을 교장실의 창문으로 보던 교장에게 아이들은 잡혀갔다.


거기에 나도 끼게 되었다. 결국 혼이 심하게 났다. 이유는 양팔로 양쪽을 잡고 공중 돌기를 해서 발을 미끄럼틀에 디딜 때 쿵 하며 발이 닿는데 미끄럼틀이 빨리 망가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까지 사용을 못하게 되면 너희들이 물어야 한다, 라는 말을 교장의 입에서 들었다. 거기에 나도 끼어 있었다는 것이다. 저, 저는 한쪽 팔을 깁스했는데요, 같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같은 교장실에 불려 가서 얼마나 겁이 났는데. 그때 교장실에 달려와서 우리를 구해준 건 담임이었다. 전혀 쓸모없는 담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때만큼은 나의 편을 들어주었다. 깁스를 했는데 왜 이렇게 혼을 내냐고 교장에게 말했다. 내가 아마도 그 이후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교장이라든가, 교장실 더불어 교무실 같은 단어에 질색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 깁스를 풀었을 때 당시에는 아주 무서웠다. 징 하며 그라인더로 깁스를 반으로 가르는데 꼭 나의 팔이 떨어져 나가는 상상으로 가득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어디가 부러지거나 골절이 되거나 심지어는 멍도 잘 들지 않았다. 10년이 넘게 조깅을 하고 있으니 조깅을 하는 동안에는 몸을 남의 몸처럼 마구 굴리는데도 다행히도 다치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 코로나가 오기 전, 겨울에 조깅을 하다가 그루터기인지 돌부리에 걸려 심하게 넘어졌는데, 넘어질 때 땅바닥에 손바닥을 탁 대었는데 손에 아대 같은 장갑을 끼고 있어서 장갑만 좀 찢어졌다. 문득 생각해보면 부러지거나 골절상을 입어서 병원에 가본 적이 없어서 막상 그렇게 다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보가 현재로선 없다.


인간은, 인간의 몸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요즘은 약국에 화상으로 인해서 약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여름이니까 선텐을 하다가 심하게 태워서 오는 사람도 있지만 남자들의 경우 요리를 하다가 손을 데거나 화상을 입어서 약을 구하러 많이 온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의 몸은 일상에서 대부분 다치거나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을 늘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오늘 크게 다친다는 의식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다닌다. 만약 그런 것을 매일 생각하며 다닌다면 피곤한 일이다. 그렇지만 병원의 응급실에는 신체가 손상되거나 훼손되어서 오는 환자들이 매일매일이다.


인간의 몸은 참으로 손상되기 쉬운 피부로 둘러싸여 있다. 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딱딱한 뼈를 감싸고 있다. 반대였다면 인간의 활동이 좀 더 확대되었을까. 그런데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가 있는 달팽이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딱딱한 껍질이 한 번 깨지면 다시는 복구가 안 된다. 그에 비해 피부는 찢어져 피가 나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딱딱한 딱지를 생성한다. 연약하기만 한 인간의 몸은 강하기만 할 것 같은 인간의 뼈를 오히려 위로하고 보호하고 있다. 만약 내가 한없이 하찮고 연약한 인간이라 주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이 든다면 분명 누군가는 연약한 그 사람에게 큰 위로를 받으며 지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은 붉은 양념으로 맛있는 두루치기를 해 먹자. 쓰으 쓰으 혀가 매워서 내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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