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속아서 또 이렇게 크림빵에 마요를 뿌려 먹는다



뇌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 잘 속이느냐에 따라서 가까이는 다이어트에서부터 넓게는 불안, 망각, 결락 같은 감정도 조절할 수 있다. 감정의 부분을 문학적으로는 마음의 문제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마음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고 머릿속에 있는 뇌의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의 역할일 뿐이다. 특히 다이어트할 때 뇌를 속이지 못하면 뇌에 끌려가서 눈앞의 맛있는 음식 앞에서 굴복하고 만다. 먹음직한 음식을 보면 즐거운 물질이 뇌에서 죽죽 흘러나온다. 그리고 먹는 동안 행복해진다. 도파민이라는 말을 근 몇 년 동안 아주 많이 들어온 단어다. 이 도파민 분출에 우리는 중독이 되고 만다. 그건 분명하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자폐가 있는 아이를 훈련시키지 않으면 단맛에 중독이 되고 맛있는 음식을 끊임없이 찾게 된다. 우리 동네에도 예전에 자폐가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이 아이가 부모의 훈련을 받지 못하니 18살이 되었을 무렵 거의 100킬로그램이 넘는 몸이 되었다. 매일 분식집 앞에서 튀김을 사 먹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나 소설을 보면 도파민을 분출하지 못하도록 두정엽의 절제를 하여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조깅을 하다 보니 조깅에 관한 이야기나 연구 같은 것들을 찾아서 보게 된다. 나처럼 야외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체육관의 트레드밀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야외는 아무래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에 반응하며 달려야 하니 힘들다. 비가 많이 오면 달리지 못하고 눈이 많이 와도 힘들다. 몹시 추워도 힘들도, 너무 더워도 힘들다. 강변을 달리다 보면 이 죽일 놈의 날벌레들이 벌떼처럼 웅웅 하는 것도 힘들다. 그러나 실내에서 조깅을 하면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연구를 해보니 실내의 트레드밀에서 조깅을 하면 뇌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다리를 움직이니까 뇌가 조깅을 하는 것을 인지하는데 시야로 들어오는 풍경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몸은 극렬하게 움직이는데 보통 이렇게 달리기를 하면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바뀌거나 흘러가기 마련인데 그대로니까 뇌가 피곤해진다. 해서 실내에서 조깅을 하면 야외에서 조깅을 하는 것보다 더 피곤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또 효과도 더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협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왜냐하면 체격이나 수면시간, 하루의 사이클, 그리고 먹는 음식과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에, 또 나이에 따라 사람에게 전달되는 반응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평지를 계속 달리는 것으로 인지하는 뇌가 주인에게 더 피곤함을 안겨 주는지, 그래서 효과를 더 주는지 아니면 역효과를 주는지 자세한 건 알 수가 없다.


어떻든 뇌는 이렇게 잘 속기도 하며 우리를 잘 속이기도 한다. 특히 지나간 과거에 대한 어떤 사실이 있을 때 뇌가 그 기억을 명확하게 할 수가 없다. 만약 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진실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옥장판 사태 같은 경우에도 기사에는 이런이런 내용으로 기사가 흘러나왔지만 인맥이라는 게, 또 그 인맥의 끈을 연결한다는 게 확실한 구분이 없다. 아, 나 그 사람이랑 하니까 잘 맞던데.라고 말했다면 그게 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후에 이런 일들이 당한 쪽에서는 뇌가 그거 불이익이라고 인지를 해버리면 그렇게 흘러간다.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이 배우는 연기만 하고 캐스팅은 제작사가 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분명 1세대 뮤지컬 배우들도 그랬을 것이다. 안 그렇다고 할 수가 없다. 그때 뮤지컬 배우들이 많이 없고 관객도 별로 없으니까 어떻게든 나와 잘 맞는 배우들과 좋은 공연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 이 배우와 잘 맞아, 나 저 배우랑 하니까 너무 좋던데. 이런 말들에 대해서 그 기준이 확실하지 않다. 1세대 배우들이 지금 성명서 같은 것으로 한 말은 정치가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라는 말과 비슷하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명확한 답도 없다. 모호하고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말과 같다. 그저 지금의 뇌가 그렇게 말하기를 바라고 있어서 그렇게 한 것뿐일지도 모른다. 아이돌 출신의 노래 잘하는 가수가 뮤지컬 배우가 되었을 때 티켓 파워가 엄청나니 그 이익을 뮤지컬 배우들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뮤지컬 배우가 나 저 배우와 하니까 무대가 꽉 차는 거 같아, 라는 말을 들은 제작사가 오디션을 통해서 비슷한 실력이면 주연 배우와 잘 맞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을 어디쯤에서 이게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 나는 마요네즈를 두고 이 작고 쪼글쪼글한 뇌와 열심히 싸우고 있다. 뇌는 매일 밤 마요네즈를 여기저기 뿌려 맛있게 마음껏 먹으라 한다. 유튜브를 통해 티브에서 방영한 건강 방송을 보면 비만, 복부비만, 뱃살, 100킬로가 된 몸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그들 역시 눈앞의 맛있는 것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이 영상들을 보다 보면 참 묘한 게 유튜브에서 전문 먹방러들이 먹는 모습보다 건강 걱정 방송에 나온 사람들이 먹는 모습이 훨씬 맛있게 보인다. 게다가 그들은 인슐린을 배에 꽂아 가면서도 먹는 것을 손 놓지 못하는데 먹을 때만은 너무나, 정말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행복한 얼굴이다. 분명 건강 방송이니까 이들의 건강문제를 지적하고 고치려는 방송인데 방송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음식 앞에서 평온하거나 들뜨거나 세상 행복한 모습들이다. 자막과 패널들은 걱정이 한가득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음식은 또 맛난 거, 맛있게도 먹는다.


이 뇌에 그만 잘 속는 사람들 중에는 평생 운동을 했던 운동선수들도 있다.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날씬하고 몸이 좋다. 이유는 당연하지만 하루 종일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8시간씩 운동을 하는데 살이 붙을 여력이 없다. 그러나 초등부터 중 고등, 대학, 그리고 프로선수를 거치면서 식사를 할 때 빠르게 먹는다. 운동선수들은 운동 중간에 점심을 먹을 때 빨리 먹는다. 빨리 먹어야 후배들에게, 또는 선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남은 시간 좀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음식일수록 우리는 빨리 먹는데 운동선수들은 먹는 양도 많다. 그렇게 평생 습관이 들려 버렸다가 은퇴를 하게 되면 그 습관이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뇌는 그렇게 하기를 강요하고 뇌를 따라다가 보면 은퇴 후에는 급격하게 살이 찐다. 운동선수들의 은퇴는 일반 회사원들의 은퇴와는 다르게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한다.


조깅이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 이온음료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도 뇌에 속아서 그 맛에 길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이온음료가 필요한 사람은 선수처럼 운동을 한 경우에다. 농구선수들은 훈련을 하고 나면 농구화에서 땀이 비어져 나올 만큼 고강도로 운동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이 이온음료다. 이 정도로 운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렇게 이온음료가 몸에 필요가 없다. 운동 한 시간하고 이온음료 한 병씩 다 비운다면 뇌에 굴복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온음료가 맛도 있으니까. 오늘도 우리는 뇌에 속고, 뇌를 속이며 하루하루 아슬아슬하게 보낸다. 그게 사는 묘미라고 한다면 그래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식빵에 마요일 뿐인데도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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