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날씬해 보이지 않는다. 어떤 노력으로 살을 빼면 마르거나 그렇지 않게 보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 살이 찌거나 마른다. 나이가 들었어도 날씬해 보이는 사람은 20대부터 매일 운동을 해서 60대까지 지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운동을 매일 30년 이상 한 사람들이나 나이가 들어도 날씬해 보인다.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이 거기에 속하겠다.


살이 늘 쪄 있는 상태로 지내다가 나이가 들어 아 안 되겠군, 하며 살을 뺐다고 해도, 설령 날씬해졌다고 해도 날씬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가끔 기사에 볼 수 있듯이 하루에 4시간씩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을 체계적으로 한 나이 든 사람일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누구나에게 다 해당하는 일이지만 모두가 다 똑같이 나이가 든다고 해서 내가 나이가 드는 것을 기분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잘 없다.


일단 나이가 들면 눈에 보이는 현상들이 결락감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 오래전 이런 현상을 캐치할 무렵이 되었을 때, 이런 현상이 눈에 막 들어오기 시작할 때 수명이 다 하는 시기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그 정도의 나이에 죽는구나,라고 알고 있으니까 그것대로 사람들은 움직이며 사고했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는 뭐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먹을 때에도 과당류, 다당류, 단당류까지 다 체크해가면서 먹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일일이 따져가며 먹는 사람들이 어떻든 좀 더 나이를 덜 먹게 되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


매일 조깅을 하면서 늘 비슷한 체형과 체격을 유지했는데 근래에 마요네즈를 일주일에 한 통은 먹다 보니 여기저기 살이 붙는다. 그게 눈으로 보인다. 겨드랑이 밑으로 살이 붙었다. 허리도 등 쪽에 살이 붙었다. 그래서 조깅의 강도를 올리고 운동량을 늘리고, 나름대로 시간과 강도를 올리지만 예전만큼 쉽게 살이 빠지지 않는다. 더 붙지 않게 유지되는 거 같다.


하루에 나는 두 끼나 한 끼 반 정도를 먹는다. 조깅을 할 때 빼고는 누구를 만날 때나 일을 할 때에는 거의 대부분 앉아 있기 때문에 먹는 것을 신체보다 뇌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조깅을 하기 직전까지 한 끼를 가지고 늘어뜨려서 먹는다. 쪼개서 조금씩 먹어서 허기를 잊어버리게 한다. 만약 뇌를 따라갔다면 이것저것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아마도 금방 살이 불어났을 것이다. 이를테면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르다. 그러나 맛있는 것이 눈앞에 남아 있기 때문에 배가 불러도 잘 들어간다. 그래서 많이 먹는다. 뇌는 그걸 원하고 있다. 그런 뇌의 명령과 부탁과 바람을 거부하고 조금만 먹는다. 이제 뇌가 지칠 만도 한데 눈앞에 맛있는 것이 보이면 뇌는 또 달려들라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다가 조깅을 할 때에는 신나게 하는 편인데 그것도 최근에는 예전만큼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릴 수가 없다. 중간에 한두 번은 헉헉 거리며 쉬게 된다. 그러면 근력운동을 정말 팔다리가 끊어질 듯하는데 그럴 때 오는 고통이 좋아서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제대로 근육을 풀어주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날 때 온몸이 아우성을 지르는데 그 아우성을 듣는 게 좋다. 비록 몸을 으 하며 일으켜야 하지만 정말 나는 살아있다는 기분이다.


저녁에 조깅을 하다가 산스장에 가면 주로 노인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지 먼지 많고 무더운 이런 곳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돈을 들여 클럽에서 제대로운동을 하는 게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보는데 가장 이상적이다.


헬스클럽에 어르신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저녁에 야외에 운동을 하러 나온다. 그래서 산스장에도 어르신들이 많은데 운동이라고 할 수는 없는 동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운동은 역효과를 부르는데, 보통 어르신들은 저녁을 먹고 집에서 나와서 운동을 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저녁 먹은 것만 소화가 되고 배가 출출하니까 뇌가 야식 먹기를 바란다. 그래서 또 먹게 된다. 어르신들은 야외에서 벤치에 앉아서 휴대전화만 보고 들어가도 가족한테는 나 운동하다가 들어왔어!라고 한다.


산스장에서는 재미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매일 나오는 어르신 두 분이 있다. 매일 나와서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하신다. 어르신임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는 강도나 시간은 젊은 사람들 못지않다. 두 사람 다 살이 찌지는 않았다. 한 어르신은 보기 좋을 정도이고, 한 어르신은 몸이 좋다. 이 두 사람의 특징은 산스장에 몇 년 동안 매일 나오기 때문에 이곳에 운동을 하러 나오는 어르신들끼리(보통 어머님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부도 묻고, 주말에는 뭐 했냐, 정치 이야기도 가끔 하고, 또 소리도 높이고,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백신이니 같은 이야기도 하고. 또 한 어르신은 위에서 말한 운동 동작이 엉망인 어머니들이 있으면 가서 참견을 한다. 그런 서로는 절대 인사를 하지 않는다.


동선도 교묘하게 겹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스칠 때가 있지만 서로 먼산만 보며 아는 척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산스장에 다른 어르신들이 오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아 정말 알 수 없는 세계다. 막 플랭크를 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무릎을 꿇고 만다. 그 미묘한 신경전, 그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아우라,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모습. 정말 재미있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다. 어쨌거나 두 어르신은 매일, 격하게 보일 정도로 운동을 해서 그런지 마르게 보이지 않고 살이 찌지도 않았다. 그리고 두 어르신 중에 한 아버님은 운동 후에 집으로 가서 절대 먹지 않는다고 했다.


라면도 어느 때가 가장 맛있냐 하면 지금 먹는 라면이다. 조깅 후에 라면 끓여 먹으면 그렇게나 맛있다. 정말 참을 수 없다. 두 개 끓여 먹고 싶지만 나의 뇌와 타협을 하고 하나만 끓여 먹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